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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리얼 다큐멘터리, 이태원 살인사건

Review./Movie, Book.

by 멀티라이프 2009. 9. 20.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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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이태원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이태원의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은 꽤나 볼만한 영화였다. 각종 포털사이트의 평점이 그리 좋은편이 아니어서 볼지 말지 많이 고민하다가 본 영화여서, 기대감이 적었던 이유때문인지 폭발적인 재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볼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줄거리는...
“둘 다 무죄라니… 그럼 우리 아들은 누가 죽인 건가요?”
저희 아들은 삼대독자이자 집안의 막내인 너무나도 착한 아이였습니다. 그런 애가 아무런 이유 없이 죽임을 당하고, 범인들은 유유히 풀려났습니다. 저는 죽은 그 애와 함께 했던 시간에서 멈춰 있습니다. 하늘에서도 억울한 마음으로 눈물을 흘릴 아들을 위해, 내가 죽기 전까지 꼭 범인을 찾을 겁니다. 그 아이가 제대로 눈을 감을 수 있을 때까지… - 故 조중필 군의 어머니
“우리가 죽였어요. 근데 나는 안 죽였어요...”
그날 밤은 잊을 수 없는 날이야. 우린 둘 다 약이랑 술에 취해 완전 high상태였다구!
그런데 단지 코리안 한 명 죽었을 뿐인데, 이런 난리람. 내가 더 화끈한 걸 보여줄 걸 그랬어. 난 지금 유유히 풀려나서 잘 살고 있지. 그날의 진실, 진짜 누가 죽였는지 알고 싶니? - 용의자 피어슨&알렉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미묘한 심리전을 펼치는 배우들의 연기라고 할 수 있다. 박검사역의 정진영, 피어슨역의 장근석, 알렉스역의 신승환 등 법정 대결과 심리과정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연기는 과히 압권이라고 할 만하다. 특히 치밀하고 냉정한 모습을 보여준 장근석과 뭔가 부족한듯 하면서도 법정을 가지고 노는듯한 연기를 보여준 신승환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 가장 볼만한 점이었다고 해도 될것이다. 그 밖에도 알렉스 아버지역의 고창석과 김 변호사 역의 오광록 또한 영화의 이야기가 부드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멋진 연기를 보여준다.

한편의 다큐멘터리?
 이 영화를 보는내내 든 생각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1차에서 6차까지 가는 공판 과정을 이야기의 메인으로 하면서 한 사건의 사건일지를 다루는 듯한 느낌을 주었기때문에 다큐멘터리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픽션으로 재구성한 영화라고 하지만 이미 영화의 결말이 나와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더 그런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지루함을 극복하게 해주는 약간의 위트
 이 영화는 순간순간 지루함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각종 포털사이트의 평점이 최근 개봉한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 조금 낮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야기 중간중간에 약간의 위트를 가미함으로써 지루해질때쯤에 다시 영화를 주의깊게 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때론 어의없게, 때론 황당하게 던져주는 웃음의 포인트를 찾으면서 이 영화를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영화가 던져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어떻게 보면 끝나지 않은 한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전달해줄려고 하는 것이 있었을까? 2명의 용의자 중에 한명이 살인자가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살인죄를 받지 않은 기이한 법의 문제를 꼬집기 위함이었을까? 아니면 억울하게 하늘나라로 떠난 故조중필 씨를 우리의 기억속에 다시 집어넣고 위로하기 위함이었을까? 감독이나 제작진이 어떤 의미로 이 영화를 만들어 냈는지는 예상할순 없지만 영화가 가지고 있는 소셜 미디어로써의 역할을 어떤 식으로든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태원 살인사건...
 이태원 살이사건은 약간은 지루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영화이다. 영화중간중간에 나오는 위트를 보면서 극복이 가능한 정도이긴 하지만, 엄청난 재미를 원하고 영화관을 찾는 분들은 봐서는 안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1997년에 있었던 이태원 살인사건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의미에 초점을 두고 이 영화를 선택했다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끝으로 故조중필 유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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