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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태극기를 꽂고 봐야 하는 영화, 연평해전

Review./Movie, Book.

by 멀티라이프 2015. 6.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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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스의 여파로 개봉일자가 6월 10일에서 24일로 연기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로 완성까지 7년이라는 시간을 걸린 영화 연평해전이 흥행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지만, 예매율을 살펴보니 나만의 기우였던것 같다. 나는 영화가 개봉되기전 사전 시사회를 통해 연평해전을 보고 왔다. 지금까지 적지 않은 영화를 봤었지만 영화관에서 이토록 많은 눈물을 흘린적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참으로 오랜만에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이야기에 앞서 이 글에는 스포일러라 불릴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뭐~ 내용 자체가 사실에 기반하기 때문에 크게 의미없는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 참고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주요인사들이 조문을 하지 않고 월드컵 결승전 관람을 위해 일본으로 향했던 사실이나 일반인의 조문을 어렵게 만들었던 사실과 관련한 이야기는 정치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영화 연평해전을 언급하기 전에 우리는 2002년 6월 29일 오전 10시 25분부터 56분까지 31분간 벌어진 연평해전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당시 연평해전의 결과 아군은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당했으며 고속정인 참수리 357호는 침몰했다. 한편 적(북한)은 약 30여 명의 사상자를 내고 아군 고속정을 공격한 등산곶 684호가 반파된 채로 퇴각하였다. 당시 아군의 피해가 컸던 것은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는 적에 대해서 공세적인 대처가 불가능한 밀어내기 작전으로 대응하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연평해전 이후 우리군은 NLL을 침범하는 적에 대해서 경고 후 바로 사격을 할 수 있도록 대응 메뉴얼을 변경하였다.

 

 영화 연평해전은 픽션이건 논픽션이건 간에 전쟁이나 전투가 등장하는 다른 영화들보다 더 화려하거나 더 박진감 넘치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어떤 영화보다도 진솔하며 그 어떤 영화보다도 사람 사는 냄새가 진하게 나기에 더 슬픈, 그런 영화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나서 생각한 두 가지 포인트는 군인의 삶과 군인의 책임감이다. 최근 여러 가지 사건으로 인해 대군신뢰도가 굉장히 떨어져 있긴 하지만 휴전 국가에서 군인들이 있기에 우리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마도 연평해전은 실제 있었던 사실을 그려내야 했기 때문에,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가 사라지더라도 그 당시 군인들의 삶의 모습과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책임감이 무엇인지 그리고자 했을 것이다.

 

 

 연평해전은 참수리 357호의 정장이었던 고 윤영하 소령(당시 대위)과 의무병 고 박동혁 병장(당시 상병), 조타장 고 한상국 중사(당시 하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리고 약간의 흥미를 더하기 위해서 같은 편대 소속 다른 고속정의 여군 정장으로 최대위(이청아)가 등장하는데 이 부분은 픽션이다. 당시 고속정 정장 임무를 수행하는 여군은 없었다. 그리고 픽션에 대해 한 가지 더 이야기하면 영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전투장면에서 고 윤영하 소령이 대부분의 전투를 지휘하지만 실제로는 정장의 전사 이후 부정장 이었던 이희환 중위(현재 소령)가 전투의 대부분을 지휘했다. 아무래도 영화에 극적인 요소가 필요했기 때문에 약간의 픽션을 더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말한 두 가지 포인트 중 직업군인의 삶에 대해서 조금 들여다보자. 특수한 임무를 가지고 있는 군인을 직업으로 선택한 사람들을 보면 여러 가지 이야가 있지만 안타깝게도 재정적인 이유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그래서 참 어렵게 살아온 경우가 많이 있고, 그렇기에 연평해전이나 천안함폭침과 같은 사건이 벌어졌을 때 안타까운 사연도 줄을 잇는다. 하지만 우리는 뭔가 일이 터졌을 때 잠깐 관심을 가질 뿐 국가를 지키고 있는 군인의 삶에 대한 관심 따위는 전혀 없다. 영화속에는 부모님 한번 만나로 가기 힘든 모습, 작은 집을 위해 먼저 혼인신고만 하고 훗날 결혼식을 꿈꾸는 모습, 제대로된 돌잔치를 하기 힘들어서 부대원들과 조촐한 파티를 하는 모습 등 굉장히 소소하지만 평범한 군인들이 살아가는 현실이 그대로 등장한다. 어떤 이들은 군인만큼 안정된 직장이 어디있냐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군인만큼 자유를 구속당하면서 부모님 한번 제대로 찾아가지 못하고, 상을 당하고도 부대의 호출에 복귀해야 하는 현실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영화 연평해전을 본 후 그나마 이런 군인의 삶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사람이 생겨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두번째 포인트인 군인의 책임감이라는 부분은 어쩌면 연평해전이 가장 이야기하고 싶었던 그런 부분일 것이다. 의무병인 고 박동혁 병장은 몸에 백여개의 파편상과 3도 화상을 당한채로 전우들을 살리기 위해서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았고, 영화속에는 그의 살신성인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고 박동혁 병장은 같은 이유로 고 윤영하 소령과 함께 충무무공훈장을 추서 받았다. 참고로 전사자 중 다른 네 명은 한 단계 아래인 화랑무공훈장을 추서 받았고, 30여분간 실 작전을 지휘한 이희완 중위는 충무무공훈장을 받았다. 고 박동혁 병장과 함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고 한상국 중사도 군인이 어떤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고 한상국 중사는 조타실에 화염이 휩싸이면서 전사 후 시신을 바로 수습하지 못했다. 고 한상국 중사의 시신을 후에 확인해보니 자신의 임무를 끝까지 다하기 위해서 조타키를 붙잡은 상태로 잠들어 있었다. 그 밖에도 불길에 휩싸여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함포의 방아쇠를 당겼던 조천형 중사(당시 하사), 머리에 직격탄을 맞아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방아쇠를 당겼던 황도현 중사(당시 하사), 뭄을 숨길 곳 조차 없었던 함정 갑판 한가운데 서서 적을 향해 사격한 서후원 중사(당시 하사), 그리고 다리가 절단된 상태에서 끝까지 정장을 대신해 전투를 지휘한 이희완 중위(현재 소령)의 모습이 영화속에 그대로 그려져 있는데 정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을 지경이다. 이런 장면들이 그냥 각본에 의해서 만들어진 영화속 한 장면이라면 모르겠지만,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니 그저 먹먹할 뿐이다.

 

 사실 나는 이 영화의 시사회를 보기 전에 당시 부정장이었던 이희완 소령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가장 인싱깊었던 이야기가 '가슴에 태극기를 간직하고 봐야 한다'와 '눈물이 나올려고 할 때는 가슴이 느끼는대로 울어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었으나, 2시간 조금 넘는시간 동안 연평해전을 보고나니 왜 가슴에 태극기를 간직하고 봐야 하는지, 나오는 눈물을 숨기지 말아야 하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끝으로 13여년이 지났지만 연평해전에서 전사하신 6명의 영웅을 끝까지 잊지 않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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