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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여자 월드컵 16강, 대한민국의 기적은 이제 시작이다.

Review./Sports.

by 멀티라이프 2015. 6. 22.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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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릴적부터 종목을 가리지 않고 스포츠 중계를 보는 것을 좋아했었고, 2010년에는 여자 축구의 겹경사로 그야말로 최고의 즐거움을 느꼈었다. 17세이하 여자축구 대표팀은 피파가 주관하는 공식대회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첫 우승을 기록했으며, 당시 17세의 여민지 선수는 골든볼과 곤든슈를 차지했다. 그리고 20세이하 여자축구 대표팀은 3위를 차지했고, 19세의 지소연 선수는 실버볼과 실버슈를 차지했다. 2010년 지소연 선수와 여민지 선수의 활약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언젠간 박은선, 지소연, 여민지가 함께 뛰는 시기가 온다면 분명히 큰일을 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 사진출처 : FIFA.com

 

▲ 2010년 U-17 여자 월드컵 우승, 대한민국 

 

 그리고 이번 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을 앞두고 드디어 환상의 삼각편대가 선보일 기회가 왔다는 사실에 굉장히 흥분했었고 많은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하늘은 이 세 선수가 함께 뛰는 모습을 허락하지 않았다. 여민지 선수가 대회직전 부상으로 참가가 불가능해졌고, 박은선 선수는 엔트리에는 포함되었지만 잔부상으로 최상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번 월드컵을 조금 회의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조별 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스페인에 2:1로 승리하면서 여자 월드컵 첫승이자 첫 16강 진출을 이루어냈다.

 

▲ 2010년 U-20 여자 월드컵 실버볼 수상, 지소연

 

 2010년 17세 이하 대회와 20세 이하 대회에서 연거푸 좋은 성적을 내자 국내에서는 여자 축구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새로운 부흥을 이룰 수 있는 시가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5년이 지나서 여자 축구의 환경을 들여다보면 그다지 바뀐 점이 없다. 등록선수가 아주 조금 늘어나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그다지 의미없는 숫자차이에 불과하다. 선수층 자체가 굉장히 얇은 기반에 제대로 된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환경을 가진 상태에서 월드컵 16강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냈을 때 이미 우리 선수들은 기적의 행보를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여기서 우리 선수들이 만들어낸 결과를 기적이라 말하는 것은 결과가 운이 좋아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지독하게 열악한 환경속에서 상상조차 하기 힘든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 16강 진출 결정 후 세레모니. 대한민국

 

▲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 16강전(vs 프랑스) 시작전, 대한민국

 

☆ 전반전 ☆

 

 새벽 5시 졸린눈을 비비며 일어난 사람들에게 초반 2골(4분, 8분)은 괜히 일어났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파랭킹 3위 프랑스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하기 시작했고, 골로 연결시키지는 못했지만 괜찮은 기회를 얻어내면서 후반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혔다. 2골을 허용한만큼 아쉬웠던 점이 하나 더 있다면 주심이 프랑스 선수들의 팔 사용에 대해서 너무 관대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경기 중 타박으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김정미 선수를 보면서 그녀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전이 끝난 후 돌아보니 이영표 해설위원의 이야기 중 '경기를 졌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 하고 싶은 것을 해보지 못했을 때 아쉬움이 더 크다'라는 말에서 우리 선수들이 정말 후회가 남지 않는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 16강전 골 허용 장면

 

☆ 후반전 ☆

 

 후반전 시작과 함께 강한 압박을 시도하는 듯 했으나 이른 시간인 후반 2분이 지나고 있는 시점에 세 번째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전통적으로 경기 시작과 동시에 빠르게 많은 골을 기록하기로 유명한 팀이 바로 프랑스인데 자신들이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의 핵심인 지소연 선수가 허벅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아쉬움이 점점 커져갔다. 아마도 팀의 에이스로써 대회전부터 국내외의 관심을 받아온 지소연 선수이기에 경기를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이 스스로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골 허용 이후 우리 대표팀은 계속해서 프랑스 골문을 두드렸으나 골은 터지지 않았다. 박은선, 지소연, 여민지로 이어지는 걸출한 공격수를 보유했음에도 부상으로 기용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었다.

 

▲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 응원

 

 비록 경기는 3:0으로 졌지만 일주일의 시작을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16강전 경기와 함께 시작한 내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뭐랄까~ 우리 대표팀이 월드컵 16강전에서 경기를 하고 있는 모습만으로 충분히 감격스러웠다. 평소에 여자 축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WK리그가 무관심속에서 얼마나 힘들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기에 경기결과에 상관없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8만여명의 등록선수를 가지고 연 15회 가량의 평가전을 하는 프랑스는 어쩌면 1,700여명의 등록선수를 가지고 제대로된 평가전 조차 하기 힘든 우리에게 골리앗 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 16강전이 끝난 지금 더욱 무서운 것은 16강전에 진출하고서야 커진 국민들의 관심이 바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게 위해서 잠시 생각을 하다보니 이영표 해설위원의 이야기가 또 다시 생각났다. 경기결과보다 과정상에서 후회가 없어야 하는데, 선수들 개개인을 보면 필드위에서 모든 것을 쏟아낸 모습에 아쉬움이 없지만 대표팀 입장에서 박은선, 지소연, 여민지 중 단 한 명도 뛰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 것은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어쩌면 우리 여자 대표팀의 첫 월드컵 16강 진출은 앞으로 여자 대표팀이 보여 줄 기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은 아닐까? 4년뒤 2019 프랑스 여자 월드컵에서 33세의 박은선이 이끌고 28세의 지소연과 26세의 여민지가 환상의 삼각편대를 구성하는 모습을 꿈꾸며,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 프랑스전에 쏠렸던 관심이 WK리그를 비롯한 여자 축구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끝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준 우리 선수들에게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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