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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인 대립구조, 조화되지 못한 캐릭터들의 영화 '인사동 스캔들'

Review./Movie, Book.

by 멀티라이프 2009. 5. 8.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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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5일 어린이날, 나랑은 상관없는 날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화창한 날씨를 보면서 조금은 답답해 질 것 같은 마음을 정리하고자 찾은 영화관, 그리고 선택한 '인사동 스캔들', 여러 포탈사이트에서 비교적 높은 평점을 유지하고 있어서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관람을 했다. 그러나 너무 큰 기대를 했던 탓일까 영화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은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이 영화는 조선시대 궁중화원 안견의 『벽안도』를 일본에서 입수한 배태진이 미술 복원의 신의 손이라 불리는 이강석을 불러들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물론 벽안도에 대한 이야기는 허구이다.) 벽안도를 차지하기 위한 속고 속이는 모습들은 우리 미술계에서도 때때로 문제로 등장하는 위작 논란을 그 소재로 잡았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 시키기에 충분했던것 같다. "붓이 칼이 되고, 혀가 칼이 되고, 돈이 칼이 되는"이라는 이강준의 대사가 우리 가슴속에 크게 와 닿는데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너무 잘 표현해서일 것이다.

 인사동 스캔들에는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강준(그림 복원가, 김래원), 배티진(미술계 큰손, 엄정화), 권마담(인사동 역사, 임하룡), 최하경(형사, 홍수현), 공수정(이강준팀의 홍일점, 최송현), 김실장(배태진 오른팔, 장석진) 등, 박희곤 감독은 "캐릭터가 뒤섞여 보이거나 혹은 누구 밑의 누구라는 개념이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목 말하지만, 너무 많은 캐릭터 들이 등장하다 보니 각각의 캐릭터 들의 특징을 잘 살리지 못했다고나 할까, 영화의 스토리 속으로 잘 스며들지 못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단지 화려해 보이는 각각의 캐릭터들을 그냥 "이런 캐릭터들도 있으니 구경이나 하고 가세요" 하고 박람회에서 부스에 내어 놓은 상품 같아 보이는건 나만의 느낌은 아닐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남아 다행인 것은 주연 배우는 아니지만 이강석팀의 일원인 상복역의 마동석과 근복역의 오정세가 펼치는 제법 재치 있는 연기는와 조금 바보스러우면서도 유쾌한 연기를 보여주는 호진사 사장역의 고창석 등은 주어진 자리에서 자신이 해야될 이상의 몫을 해내고 있다. 
 좀더 말하자면, 겉으로는 대립의 구조를 가진것 처럼 보이지만, 대립의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 이강준이 현란한 능력을 과시하며 스토리를 진행해 나가는 동안, 배태진은 드러낼만한 갈등의 한측면을 맡고 있는 역할로서의 무엇인가를 전혀 보여주질 못한다. 단지, 뛰어난 외모와 연기실력정도만이 보여질 뿐이다. 이미 정해진 선악의 구도에서 배태진은 얼굴마담 정도의 역할만 하고 있다고 하면 딱 맡는 설명일 것이다. 배태진이외에도 자신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역할이 또 한명 있는데 그것은 바로 문화재 전담반 형사 역의 홍수현이다. 아마도 이 영화 최대의 미스캐스팅이 아닌가 한다. 거침없고 독불장군 같은 성격의 형사역을 보여주려고 많은 노력을 한점은 영화 곳곳에서 보이지만, 거침없이 험한말을 해보고 거칠게 행동해 보지만 왠지모를 어색함은 조금은 삐걱거리면서도 잘 흘러가고 있던 흐름을 막아버린다고나 할까. 
 이런 와중에도 이강준과 함께 사기극을 펼치는 홍일점 최송현의 연기는 기대 이상의 카리스마를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준다. 또한 오랜 내공인 담긴 연기로 영화를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 권마담 임하룡은 다양한 캐릭터들 중에서 두각을 나타내기에 충분했다.

 각각의 개성넘치는 캐릭터들과 어울이지 않는 매칭 속에서도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는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지 않나 생각해본다. 위에서도 이야기 했던 현실에서도 이슈화 되는 문제들을 소재로 잡은점, 나로써는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알수 없지만 생소한 미술에 대한 생고한 내용들(오랜된 종이에 먹일 풀을 구하는'세초', '원접'과'배접'을 나누는'상박', 선명한 색감을 재현하기 위한'회음수' 등),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의 느낌을 조금씩 꺼내와서 혼합한 듯한 묘한 느낌의 매력이 있어서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끝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아쉬운점이 더 있다면, 결말의 반전이 주는 임팩트가 산뜻한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영화가 마지막까지 오면서 쌓아온 것들을 넘어서지 못하다는 점, 김래원, 엄정화 두 주연배운뿐만 아니라 올스타전을 방불캐하는 조연들을 대거 동원하고도 이들의 능력을 완전히 살리지 못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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