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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의 보고, 최악의 관리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

Travel Story./2004. 이집트

by 멀티라이프 2009. 5. 15.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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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카이로에 위치한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을 처음에 보면 정원도 그런대로 잘 꾸며놓았고 건물도 겉에서 보기엔 제법 좋아(?) 보인다. 하지만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안에 있는 다양한 유물보다 실망감이 먼저 다가왔다.

 이집트를 찾는 사람이라면 한번은 반드시 들리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냉방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땀을 주루룩 주루룩 흘리면서 박물관 안을 돌아 다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가운데에도 한 가지 마음에 드는 것은 로제타석을 제외하고 정원에 있는 유물까지 모두 진품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확인할 길이 없으니 진품인지 모조품인지 알 수는없지만 일단 믿어 보기로 했다.

 실망감을 안은 채 첫 번째로 관람을 시작한 곳은 고왕국(Old Kingdom)이었다. 대부분이 마스타바 내부의 유물들로 다양한 석관들과 석상들이 있었다. 그곳에는 곳곳에 벽화들이 자리 잡고 있어 삭막해 질수 있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카프레왕의 석상과 서기의 석상이었는데, 카프레왕의 석상은 사람 몸의 세세한 근육까지 나타내고 있었고, 서기의 석상은 눈동자의 동공, 홍체까지 자세히 표현하고 있었는데 고대 이집트인의 기술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 가지 더하자면 쿠푸왕의 어머니 내장이 보관용기에 담겨서 아직까지 일부가 굳은채로 남아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세계7대불가사의의 하나로 불려지기도 했던 쿠푸왕의 대 피라미드에서 아주 조그마한 석상 하나 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워낙 규모가 커서 도굴꾼 들의 눈에 너무 잘 보였던 이유때문이지, 발굴을 진행할 당시 피라미드 안에는 이미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고 한다. 도굴꾼들이 너무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두 번째로 간곳은 이집트의 암흑기라 불리는 중왕국(Middle Kingdom)시대이다. 역사의 침체기라 그런지 더 오랜 세월이 지난 고왕국 시대의 유물보다도 조잡하고 대충 만들었다는 느낌을 갖게 하였다. 전시되어 있는 유물의 양도 얼마 되지 않아 다른시대와 같이 중왕국실이라고 붙일 것도 없었다. 역시나 유물들은 그 시대 국가의 힘을 나타내는 좋은 징표가 된다는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이어서 간곳은 신왕국(New Kingdom)실이다. 이곳에는 제법 다양한 종류의 유물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특징적인 것 몇 가지만 이야기 해보겠다. 사자의 얼굴에 사람의 몸을 한 세그멘트의 석상, 화강암으로 가장 아름답게 완벽한 모습을 표현 했다는 하세스트 여왕의 스핑크스, 과장 비유등의 사용으로 미술학적으로 연구가치가 있는 아케나토왕의 시대유물 그리고 박물관 중앙에 위치하여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아미노피스3세의 석상 등이 있다.

 네 번째로 간곳은 그리스 로마시대의 특징이 조금 드러나는 그리스 로마 점령시대로 갔는데 그다지 특징적인 것들은 없었다. 중왕국 시대와 더불어 이집트 역사에서는 또 한번의 침체기라고 볼 수 있는 시기이다. 앞 전시실들에서 보았던 것처럼 석상들 정도가 자리잡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간곳은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의 자랑인 투탕카멘의 전시실이다. 거의 모든 유물들이 금이나 옥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열악한 박물관 시설 가운데, 드물게 신경 써서 보존시설을 만들어 놓은 투탕카멘의 황금가면과 황금관은 환상적 이었다. 금 11kg이 사용된 황금가면과 111kg이 사용된 황금관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그 화려함에 빠져 멍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투탕카멘의 황금실을 끝으로 박물관의 관람을 마쳤다.


 집트의 역사가 살아 숨쉰다는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은 모두 둘러보았는데 왠지 모를 허전함이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집트의 역사를 넘어 인류 역사의 보고라 불리는 이집트 고대문명, 그것의 찬란함을 간접적으로 남아 알게 해주는 소중한 유물들이 있는 고고학 박물관이 이렇게 열악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화가 날 지경이었다. 특히 박물관 곳곳에 관광객을 상대로 수입을 올리기 위한 다양한 상품들은 정성스러울 정도로 준비해두면서 박물관의 생명이 되어야 할 문화재 관리에는 왜 그렇게 소흘한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집트로 여행을 가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거쳐야할 코스인듯 하다.
( 정원에서 고고학 박물관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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