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날, 고즈넉한 매력을 뽐낸 계룡산 갑사
황금연휴 마지막날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계룡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갑사를 다녀왔다. 불교를 종교로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사찰에 다녀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집에서 멀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적게 올 것으로 예상되는 장소로 갑사를 선택했다. 갑사는 자연과 멋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굉장히 아름다운 사찰이다. 그래서 조금 오래전이지만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 나왔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접근성이 그리 좋은편은 아니기 때문에 평소에는 주말에도 주변에 다른 사찰보다는 비교적 한적한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부처님오신날 나만을 위한 한적한 사찰을 찾는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큰 욕심일 것이다. 하지만 계룡산 갑사는 다소 부족하지만 이런 나의 마음을 충분히 채워주고도 남을만큼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평소보다 무척이나 많은 사람들이 갑사를 찾았지만, 같은 계룡산 자락의 동학사나 다른 유명 사찰에 비하면 너무나 고즈넉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느낌이다.
갑사는 규모가 큰 사찰은 아니지만 볼거리는 충분했다. 곳곳에는 연꽃만들기 체험장, 지역특산물 판매장, 염주만들기 체험장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처님 오신날 사찰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매력포인트는 누가 뭐라고해도 형형색색의 연등이다. 갑사에도 햇빛을 받아 환하게 빛나는 다양한 색깔의 팔각연등이 달려 있었다. 개인적으로 둥근 연등보다 팔각연등이 더 아름다운 것 같다.
일부러 오전 행사가 끝난 후인 점심시간에 방문했음에도 많은 불교신자들이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하기 위해서 줄을 서 있었다. 뭐~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다른 사찰들에 비하면 정말 한산하다.
한쪽에 자리잡고 있는 삼성각에도 몇몇 사람들이 불공을 들이기도 하고 두리번두리번 구경을 하기도 한다.
계곡쪽에는 고려시대 석불인 석조약사여래입상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대웅전하고 거리가 멀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장소인데 이날도 알고 찾아온 몇몇 사람들이 정성스럽게 불공을 드리고 있었다.
길옆 한쪽에 쌓여진 돌탑위에는 작은 불상 두 개가 놓여져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염주와 동전을 올려둔 것 같다.
갑사가 좋은 이유는 앞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자연과 참 조화로운 모습을 보이기 때문인데, 갑사를 구경하고 내려올 때 자연탐방로를 선택하면 내가 하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곳곳에는 꽃이 피어있어고 산책로가 걷기 좋게 정돈되어 있다. 이날 갑사 나들이를 하면서 별도의 카메라는 챙겨가지 않고 LG G4로 사진을 찍었는데, 제법 결과물이 괜찮아 보인다. 특히 접사나 아웃포커싱도 무리없이 잘되서 꽃 사진 찍기가 굉장히 좋았다.
자연탐방로로 내려와서 찾아간 곳은 먹거리장터의 한 식당이다. 일부러 점심까지 먹을 요량으로 이곳을 찾았었기 때문에 고민 없이 식당으로 향했다. 어느 식당에 들어가서 야외석에 앉은 후 주문한 음식은 돌솥비빔밥, 토토리묵, 해물파전 이었다.
세명이서 도토리묵, 해물파전, 돌솥비빔밤 2인분은 맛있게 나눠먹은 다음 한여름을 생각나게 하는 더위를 피하고자 시원한 에어콘이 가동되는 차에 올라타 다음 나들이 장소로 향했다. 이날 갑사를 구경하면서 평소 보다는 무척 많은 사람들 속에서 구경을 했지만 부처님오신날임을 감안하면 정말 갑사의 고즈넉한 매력을 제대로 느낀 시간이었다. 아마도 대전에 사는 동안에는 때때로 갑사로 바람을 쐬러 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