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비하면 그 시간이 짧지만 스마트워치도 세상에 등장한지 제법 시간이 흘렀다.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업계와 소비자들의 관심이 점점 커져가고는 있지만, 생각보다 시장의 규모는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장사를 하던 기업들은 앞다투어 스마트워치를 선보이고 있지만 뭔가 시장을 이끌만한 메머드급 제품은 등장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스마트폰처럼 삶을 좀더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스마트워치가 많이 팔릴듯도 한데 왜 2% 부족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지난 7월 8일 예약주문 했던 삼성의 기어라이브를 인생 첫 스마트워치로 맞이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웨어를 탑재한 이 제품을 사용한지 이제 겨우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편리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손목에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을 때는 잘 사용하지만, 벗어놓아도 크게 필요성을 느낀다거나 아쉽다거나 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아직 사용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 익숙함이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특정 제조사의 제품을 떠나서 스마트워치가 없을 때 그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의 스마트폰이 대중화 될 수 있었던 것은 제품을 한번 사용한 소비자들에게 없을 때 진한 아쉬움과 필요성을 느끼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인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그 물건을 가지고 있을 때보다 그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사람들이 머리속에서 계속 생각해야 한다. 필자의 이런 생각이 다소 지나친 발상일지는 모르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스마트폰 이외에 다른 예를 조금 들어보자. 제품이 아니라서 비교가 맞지 않을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포함되어 있는 '영상통화'기능을 생각해보면, 있으면 간혹 사용할수도 있고 편리할 수 있지만 이 기능이 스마트폰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그 기능을 찾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제품이나 기술이 살아남기 위해서 이런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데, 스마트워치는 아직 힘이 다소 약하게 느껴진다. 분명히 있으면 가지고 사용하겠지만, 없어졌을 때 필요성에는 '과연?'이라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스마트워치가 많은 제조사들이 바라는 것처럼 좋은 실적을 내기 위해서는 모든 세대에게 골고루 팔려야 하겠지만, 우선적으로 젊은이들의 손목을 차지해야 하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 아직도 중ㆍ장년층을 보면 손목시계를 많이 차고 다닌다. 하지만 젊은 층은 스마트폰이 있다보니 손목시계를 귀찮아서 차지 않는 경우가 많고, 혹시 차고 다니더라도 시계 본연의 기능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패션 아이템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워치가 중ㆍ장년층이나 노년층의 손목시계를 대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고, 젊은층의 비어있는 손목을 차지해야 하는데 그리 쉬워보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스마트워치는 일정크기의 액정을 가지고 있어서,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제약조건이 많다. 그렇다보니 패션을 중시하는 젋은이들에게 외면받고 있으며, 그렇다고 해서 디자인적인 마이너스를 채워줄 뭔가 환상적인 기능이 스마트워치에 포함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스마트워치가 젋은이들의 손목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아직도 멀게만 느껴진다. 혹시나 특정 어플 설치나 블루투스를 통해서 사무실내 스마트워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무전이 된다거나 하는 엉뚱한 기능이나 스마트워치를 착용한 손으로 뭔가 특별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한다거나 하는 상상이 스마트워치를 모바일기기의 악세서리에서 주류 전자기기로 발돋움하게 만들어주는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스마트워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없어졌을 때 사람들의 머리속에 생각나게 만드는 무엇인가를 개발해내고, 패션아이템으로 사용해도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