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의 길이를 생각해 볼 때, 기독교와 천주교가 기록된 지 얼마되지 않았다. 반면에 불교는 꽤나 오랜시간 역사와 함께 했기 때문에 여행을 하다보면 문화재로써 사찰을 구경하는 경우는 많이 있지만 교회나 성당을 구경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런데 제주도에 가면 가볼만한 장소 중에 최근에 만들어진 교회가 하나 있다. 그곳은 바로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방주교회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방주모양의 건축물이다.
방주교회는 2010년 제33회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한 건축물이다. 한국건축가협회상은 건축물의 디자인 컨셉이나 의미, 시대적 트렌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설계자에게 주는 상이다. 처음에 사람들이 방주교회를 예쁘다고 가자고 했을 때, 교회에 대한 거부감이 다소 있어서 시큰둥한 상태였는데 막상 교회를 보고나니 참으로 멋진 건축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이 건물은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 나오는 방주를 형상화했다. 그래서 아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교회 주변으로 물을 깔아 놓았다.
방주교회를 보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겉으로 드러난 십자가가 없다는 것이다. 교회에서 높게 솟은 첨탑이나 십자가가 가지는 의미가 정확힌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존의 교회들이 가지고 있던 높이 솟은 십자가를 건물 측면에 표현한 것은 굉장히 혁신적인 시도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이 건물이 교회라는 것을 모르고 보면 누구도 교회라고 짐작하지 못할 듯 하다.
한쪽에 자리잡은 귀여운 우편함에는 방주교회를 형상화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 곳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사용중인 교회이기 때문에 내부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아마도 많은 여행객이 찾으면서 내부 구경은 가능하되 사진촬영은 금지시켜서 최소한의 정숙한 분위기를 유지하고자 한 듯 하다. 그래서 교회 내부가 살짝 보이는 창문을 사진속에 담아봤다.
방주교회의 앞부분이라 할 수 있는 정면으로 오면 마치 방주가 물을 헤치고 나아갈것 같다. 그리고 보는 방향에 따라 건축물이 보여주는 느낌이 달라서 참 매력적이다.
방주교회는 하나의 교회를 넘어서 한번쯤은 구경해볼만한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그리고 교회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다른 형태로 승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참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예쁜 장소다. 끝으로 방주교회 옆에는 분위기 좋은 '올리브카페'가 자리잡고 있어서, 커피나 에이드 한 잔의 여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