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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의 하반신 마취, 두 다리의 소중함을 배우다.

일상다반사/개인적인 생각

by 멀티라이프 2014. 11. 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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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몇년동안 필자는 고질적인 발목 질환으로 고생했다. 흔히 '발목 불완전성'이라는 진단명을 가진 이 고질병은 굉장히 애매한 녀석이다. 수술을 한다고 해서 100%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만 나두면 증세가 아주 조금씩 점점 심해진다. 그래서 얼마전 큰 결심을 하고 수술을 결정했다. 회복이 조금이라도 더 빠를 때 수슬을 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최근 통증이 점점 심해져서 괴로움을 동반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여차저차 병원에서 다양한 검사를 진행하고, 드디어 지난 11월 19일에 난생 처음 수술대에 올랐다. 혹시나 표경수술 하지 않았냐는 농담은 사양한다. 

 

 

 수술전 미팅에서 의사는 전신마취와 하반신마취 중에 선택을 하라고 했고, 이런저런 의견을 주고 받은 후 하반신 마취하고 수면제와 안정제를 통해서 잠을 자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수술 당일 이동식 침대에 누워서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봤던 수술실 문을 지나서 수술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취과 의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하반신 마취에 들어갔다. 하반식 마취는 척추사이로 바늘을 넣어서 약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꽤나 찜찜한 기분이 든다. 어릴적 뇌막염에 걸려서 척수를 뺀다고 척추 사이에 바늘을 꼽아보고 참 오랜만에 다시 들어온 바늘에 기분이 요상했다. 마치약이 몸에 들어오고, 다소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허리 아래로 감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불과 몇분 지나지 않아서 다리는 내 맘대로 움직일 수 없었고, 분명히 내다리를 누군가 만지고 있는데 감각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난 잠이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난 잠에서 깨어났고, 내 오른쪽 다리는 반깁스 상태가 되어 있었다. 물론 하반신 마취상태이기 때문에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수술실에서 이동식 침대로 옮겨지고, 다시 회복실에 있는 침대로 옮겨지는 가운데 다리를 쓸 수 없기 때문에 정신이 멀쩡 함에도 필자는 힘겹게 옮겨졌다. 순간 '내 마음대로 내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 이런 기분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의 의지대로 신체를 제어하지 못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장애인들을 보면서, 이성적으로는 '참 힘들겠다', '정말 어렵게 살아가는구나'등의 생각을 하며 이해한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마음으로 느끼지는 못한다. 필자 역시 평생을 또는 수년이라는 오랜시간 다리를 쓰지 못하는 등의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이들의 심정을 100%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하반신 마취가 풀리기 까지 걸린 6시간 동안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내 몸에 붙어 있는 이 두다리를 내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내 의지대로 내 몸이 움직이지 않을 때 느끼는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

 

 무엇인가를 배우기 위해서는 경험하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배우고 싶은 모든 것은 직ㆍ간접적으로 경험할 수는 없다. 특히 장애에 대해서는 뭔가를 배우기 위해서 경험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이성적으로 이해 할 뿐이다. 필자는 짧다면 짧은 수 있는 6시간의 하반신 마취에서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두 다리의 소중함을 배웠다. 이성이 아닌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가르침 말이다. 앞으로 우리 주변에서 장애로 고생하는 이들에게 더 큰 관심과 사랑을 쏟기위해 노력해야겠다는 필자의 다짐을 기억하고 반드시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해서 이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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