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내내 참으로 반가운 비가 내렸다. 평소 여행을 워낙 좋아해서 비가 오는 날씨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번 비는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집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다 일요일 오후 몸이 근질근질해서 찾아간 곳은 비가 와도 구경하는게 전혀 제한이 없는 세종시에 위치한 교과서 박물관이다.
내가 찾아간 교과서 박물관은 국내 대표적인 출판사 중 하나인 미래엔에서 2003년에 만들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을 위해 덧붙이면 과거에 대한교과서가 미래엔으로 이름을 변경하였다.
차음에 교과서 박물관을 찾아가면서 미래엔 건물이 먼저 등장해서 혹시나 특정 출판사에 치우친 그런 장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햇었다. 하지만 박물관을 관람하면서 참으로 우리 교과서와 교과과정에 대한 역사를 있는 그대로 전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참고로 관람료는 없다.
교과서 박물관을 구경하면서 참 잘 구성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하게 인테리어가 잘 되어 있고 멋드러지게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속에 있는 내용들이 굉장히 체계적으로 아이들이 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잘 정돈되어 있다. 그래서 교육적인 목적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찾아도 참 좋을 것 같고, 과거의 향수를 느끼기 위해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이 와도 충분히 좋은 그런 곳이다.
한쪽에는 공중에서 손을 휘저으면 책장이 넘어가는 장치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듯 했다.
교과서 박물관의 주요 전시 흐름은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교과서가 어떻게 변천되어 왔는지에 대한 내용이고, 서브 주제로 교과과정이 어떻게 변화하였고 과거 학교 생활이나 학교에서 나오는 산물에 대한 것들까지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박물관에 워낙 많은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보니 이 글에 포함된 사진들이 조금 많다. 대부분의 사진이 특별한 설명 없이도 바로 이해가 되기 때문에, 스크롤을 내리면서 쭉~ 보면 될 것 같다.
교과서 박물관에서는 귀여운 인형들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시대에 따라서 변화하는 교실의 풍경을 과거 서당에서 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형으로 표현했다.
6.25전쟁이 한창힌 시기의 교과서를 보면 시대에 딱 맞는 그런 느낌이다. 누가봐도 시대를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편에는 실제 과거 교실의 모습을 만들어서 과거에 대한 추억을 떠오르게 만든다. 그리고 곳곳에 QR코드가 있어서 원하면 자세한 전시해설을 스마트폰으로 들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랜시간 구경한 부분이 교육과정의 변화에 따른 교과서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였다. 교과서 박물관은 차수 별로 교과서를 분류해 두었다.
지금은 사라진 추억속의 교련 교과서도 만나볼 수 있었고, 과거에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발간한 국사 교과서도 만날 수 있었다.
교과서라고 하면 국어, 영어, 수학 이런 과목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곳에서 교과서의 종류가 정말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한 쪽에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들에게 다소 생소한 교과서들도 있었고, 또 한쪽에는 특수교육용 교과서도 전시되어 있었다. 사실 특수교육용 교과서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다지 관삼이 없었던 것이 사실인데, 이번 기회에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목활자를 이용해서 참으로 많은 책을 찍어냈을 것인데, 목활자 제작과정을 설명해두기도 했다.
한 쪽 공간에는 광복 70주년 특별기획전으로 '위인들, 교과서 속에 살다!'라는 전시가 열리고 있었는데, 과거부터 지금까지 역사속의 위인들이 교과서에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이 특별전시를 보면서 조금 안타까웠던 것은 과거에는 역사속의 훌륭한 분들이 역사 교과서 뿐만 아니라 국어, 도덕 등 다양한 교과서에 두루 언급되었는데 현재는 그 비중이 굉장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과서에 언급되는 위인들의 부류가 현재로 오면서 많이 변화하였다는 점도 조금은 안타까웠다. 물론 과거에 언급된 위인들이나 지금 언급되는 위인들 모두 훌륭한 일들을 한 것은 맞는데 왜 누구는 더 강조하고 누구는 강조하다가 점점 사라져 가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 교과서의 역사와 교과과정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고 나면 세계의 교과서들과 북한 교과서들을 마주 하게 된다. 북한 교과서의 경우 당연히 그 내용은 볼 수 없고 어떻게 생겼는지 정도는 확인할 수 있다. 북한 교과서는 이름부터 참 이상하다.
한 쪽에서는 교과서가 어떻게 검정되는지 그 과정을 소개하고 있었고, 실제로 검정에 쓰인 산물들을 전시해서 이해를 돕고 있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학교에서 나오는 산물들도 다양하게 전시해 두었다.
요즘도 초등학교에 탐구생활이라는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과거에는 방학이면 탐구생활을 하느라 참 바쁘게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국민학교와 초등학교를 모두 경험하고 탐구생활도 참 열심히 했던 세대이다.
기본 전시실을 지나 구경하다보면 기증관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증관은 말 그대로 사람들이 기증한 것들을 전시해 두었는데, 제법 흥미로운 것들이 많이 있었다.
아주 오래된 성적표도 발견할 수 있었고, 예전에 '습니다'대신 '읍니다'를 사용하는 교과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릴 적 어머니가 집에 있던 위인전에 있는 '읍니다'를 모두 '습니다'로 수정하는 모습이 잠깐 떠올랐다.
기증전시실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초등학교 교과서인데, 위ㆍ아래 사진속에 있는 초등가사. 농사짓기. 노래책. 종이접기를 보면서 그 시대의 삶의 방식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교과서는 어쩌면 우리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구경한 곳은 인쇄기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역사교과서가 좋았던 것은 우리 역사속에서 교과서와 교과과정이 어떻게 변했는지, 굉장히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어떤 정치적 색깔도 묻지 않은 사실 그대로가 전시되어 있다는데 있다. 교과서 박물관을 나오면서 중앙에 걸려 있는 문구를 보니 교과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세종시에 살고 있거나 근처를 지날 일이 있다면 잠깐 시간을 내어 교과서 박물관을 찾아가보기를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