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브라질 월드컵도 어느덧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한국시간으로 내일 아침이 되면 16강 주인공들이 모두 가려진다. 대한민국은 러시아전 1:1 무승부와 알제리전 2:4 패배로 사실상 이번 월드컵 마지막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기적을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지만, 오늘은 조금 냉정하고 하고싶은 말을 적어보겠다.
대표팀 선수를 선발하고 경기에서 기용하는 것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그래서 결과가 좋으면 좋은 감독이라고 박수를 받지만 그렇지 못하면 한순간에 역적이 되기도 한다. 브라질 월드컵 2경기가 끝난 지금 홍명보 감독은 전자보다는 후자의 상황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상황에 더욱 안좋아서 단순하게 욕을 먹는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할 부분은 과연 홍명보 감독이 비난을 받는 이유가 경기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알제리진 경기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욕을 많이 먹는 것이 배경이 되겠지만 그 속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포함되어 있다.
첫째,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부분으로 홍명보 감독은 스스로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 이부분은 선수선발에서부터 쌓여온 불만으로 본인의 입으로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를 선발하지 않겠다고 하고선, 1년 넘게 사실상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박주영 선수를 선발했다. 수차례의 평가전에서 이렇다할 대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지만, 분명한것은 한번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담으로 박주영이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손홍민의 패스가 워낙 좋긴 했지만 골을 기록했기 때문에, 대표팀에 선발할 수 있는 명분은 충분하다는 의견도 다수 존재한다.
둘째, 위 이야기와 같은 맥락으로 선수 선발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분데스리가에서 수차례 주간 베스트일레븐에 선정되는 등 좋은 활약을 이어온 박주호의 선발 탈락을 두고, 부상의 정도를 고려했다고 했다. 하지만 김진수가 부상으로 출전이 힘들게되자, 이상하게도 부상을 고려해 탈락시켰다던 박주호를 대체선수로 선발했다. 처음에 박주호를 탈락시켰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당연힏 대체 선수로도 발탁되지 않았어야 맞는 것이다. 즉, 선수 선발과정에서 원칙은 사라진지 오래였고, 감독은 스스로를 양치기소년으로 만들었다.
셋째, 과연 홍명보 감독의 고집이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가이다. 여담으로 잠깐 이야기 했지만 박주영 선수의 선발에는 그리스전 골이라는 충분한 명분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선발라인업의 지나친 고집이다. 우리 대표팀은 월드컵 직전 2차례의 평가전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 과정에서 박주영은 공격수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브라질 월드컵 첫번째 경기인 러시아전에서도 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선수가 항상 자신의 컨디션을 100% 유지할 수는 없는 것이고 좋은 시기가 있다면 분명히 안좋은 시기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감독이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해서 선수기용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홍명보 감독은 러시아전에서도 알제리전에서도 컨디션이 최악인 박주영을 선발 고집했고, 그 결과는 독이 되어 돌아왔다. 게다가 교체 출전한 선수들의 비교적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비단 선수 컨디션에 관한 문제는 박주영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부각되는 부분인것은 분명하다. 알제리 감독이 우리와의 경기에서 라인업을 대폭 수정하는 결단을 보여주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홍명보 감독이 좀더 비난 받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경기가 다가오자 인터넷 상에서는 경우의 수를 이야기하면서 기적을 이야기하는 내용이 여기저기서 눈에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이 시점에서 원하는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 기적보다도 우리가 가진 전력을 100% 다 보여주는 것이다. 앞선 2경기에서 실망스런 움직임을 보여준 선수들은 과감하게 선발라인업에서 제외하고, 교체 선수로 들어가서 좋은 움직임을 보여준 선수들과 월드컵이 열리기전 소속팀에서 좋은 움직임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누가 생각해도 상식적인 일이지 않을까. 혹시나 이번 벨기에전이 앞선 2경기에서 홍명보 감독이 말하는 'One Team, One Spirit'에 어울리지 않았던 선수들을 명회회복의 기회를 빌미로 또 다시 출전시킨다거나, 감독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서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경기결과를 떠나서 더 큰 비난을 받게 될것이다. 끝으로 오해가 있을가봐 한마디 하면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지금까지 뛰지 못한 선수들에게 무작정 뛸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 아니고, 현 시전에서 우리 선수들의 컨디션과 앞 2경기에서 보여준 기량을 종합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100%를 보여주자는 것이고, 국민들도 그런 모습을 원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