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여름휴가차 제주도를 다녀왔다.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보고 왔는데, 오늘은 첫번째 순서로 내도알작지를 소개한다. 올레길 17코스에 해당하는 내도 알작지는 제주공항을 기준으로 서쪽으로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작은 해안이다. 제주도내 대부분의 해안은 모래로 이루어진 사빈이지만, 이곳 알작지는 거의 유일하게 자갈로 이루어진 역빈해안이다.
이곳에 분포하는 자갈들은 흐르는 물의 높은 유속에너지에 의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과거 50만년전 이 일대에는 굉장히 큰 규모의 하천이 있었을 것으로 지질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내도 알작지는 자갈로 해안이 구성되어 있어서, 그 모습이 잘 변하지 않을 것 같지만 의외로 파도에 의해서 모습이 변하기 때문에 자연의 변화를 알려주는 바로미터로써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내도 알작지의 가장 큰 매력은 물에 젖은 예쁜 자갈들을 보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파도와 자갈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소리에 있다. 사빈의 경우 파도가 치면 파도소리만 들리겠지만, 이곳은 자갈들끼리 부딪히면서 경쾌하면서도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낸다. 특히 조용한 밤에 들으면 기분마저 상쾌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도 알작지에는 다양한 자갈들이 있는데, 손가락보다 작은 녀석부터 손바닥만한 녀석도 있고 심지어 사람 얼굴만한 자갈도 있다.
내도 알작지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신기한 자연은 바로 검은모레와 흰모래가 섞여있는 모습이다. 자갈해안 바로 옆으로 보면 기암괴석들이 자리잡고 있고, 그 속에 모래가 가득한데 검은모래와 흰모래가 반반씩 있어서 오묘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곳에 물이 들어왔을 때 물속에 빛이 비추면서 더욱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 내는데, 아쉽게도 필자가 알작지를 갔을 때는 밀물이어서 그런 모습은 사진속에 담을 수 없었다.
내도 알작지는 올레길이 알려지기 전에는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곳이었고, 지금도 올레길 17코스에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관광객이 일부러 찾아오는 그런 장소는 아니다. 하지만 간간히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괴석위로 예쁜 자갈을 골라서 여기저기 얹어 놓아서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쪽에는 제법 큰 돌 2개가 얹어 있었는데, 멀리서 보니 개가 다리를 쭉 뻗고 편안하게 쉬고 있는 모습 같았고, 얹어둔 돌은 뿔처럼 보였다. 이마도 이 골을 얹어둔 사람은 편히 쉬고 있는 개에게 폼나는 뿔을 선물해주고 싶었나보다.
내도 알작지는 뭔가 대단한 무엇인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주도가 가지고 있는 자연의 특색을 잘 알 수 있고, 주변에는 평범하지만 가장 제주도다운 마을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는 그런 곳이다. 게다가 제주공항(제주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