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기간에 오랜만에 울산 본가에 가서 필자의 물건들이 쌓여있는 창고를 뒤적뒤적 하다보니 재미있는 물건 하나를 발견했다. 겨우 10년 정도 지나서 골동품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굉장히 빠르게 발전하는 전자기기의 특성을 고려하면 추억속의 기념품 정도로 생각해도 될만한 것이었다. 그 이름은 바로 아이리버 PMP-120으로 국내 멀티미디어기기(스마트기기)의 할아버지라고 말할 수 있는 녀석이다.
아이리버가 사진속의 PMP를 출시할 때인 10여년전만 해도 굉장히 잘 나가던 시기였다. MP3 플레이어가 주류를 이루던 시기에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와 세계 시장 점유율 2위까지 기록했었고, 애플을 겨냥해서 사과를 씹어먹는 광고를 할 정도로 패기넘치던 기업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발전과 함께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아이리버는 몰락의 길로 들어서고, 요즘 다시 일어나기 위해서 이런저런 노력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보인다.
10년전에 PMP-120을 구매할 당시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가격이 40-50만원 이상 했었는데, 상당히 비싼 가격이었다. 음악재생, 비디오재생, 녹음, 라디오, 사진보기 등 요즘 흔히 말하는 멀티미디어기기로써의 모든 기능을 갖추었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널리 보급되어서 그다지 신기하게 보이지 않겠지만, 당시에 이 제품을 구매한 필자는 신세계를 만난것처럼 즐거워했었다. 요즘으로 치면 스마트폰을 한번도 사용한 적 없는 사람이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대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하면 될려나 모르겠다.
지금와서 이 녀석의 모습을 소개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모르겠지만, 10여년전의 멀티미디어 기기는 이런 모습이였구나 하는 정도로 봐주면 되겠다. 이 제품은 쓰임새가 상당히 다양해서 위에서 소개한 기능외에도 TV시청도 가능했고, 20GB나 되는 용량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외장하드로써 사용하는것도 문제가 없었다. 저장공간 역시 요즘과 비교하면 굉장히 작지만 당시 PC에 주로 사용하던 하드가 250GB 수준이었음을 생각해보면 그럭저럭 괜찮은 용량이었다. 두께는 조금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리 크지 않아서 휴대하기에 불편함이 없었고, 양손으로 쉽게 조작이 가능하도록 버튼을 배치해서 사용성을 극대화했다. 참고로 아래 사진은 5.9인치 스마트폰 G프로2와의 크기 비교이다.
오랜시간 사용하지 않아서 기대반 우려반속에 30분정도 충전을 하고 전원을 눌렀더니 아무 문제없이 구동되었다. 아래 사진들을 구동모습을 담은 것이다.
▲ 사진 보기
▲ 노래 듣기
▲ 음성 녹음
▲ 영상 시청
10년이 지났지만 건재한(?) 박스를 보니 당시 아이리버의 위엄을 알 수 있었다. 옆면에는 제품에 대한 설명에 적혀 있었는데 무려 10개 국어로 표기되어 있었다.
지금 다시 사용해봐도 그렇고 그 당시에도 그렇고 PMP-120은 참 잘 만들어진 제품이었다. 한가지 흠이 있었다면 이 녀석에서 영상을 재생하려면 별도의 파일변환작업을 거쳐야 했는데, 그 시간이 상당히 오래걸려서 사람들의 불만이 상당했다. 그래서 PMP-120관련 카페에는 변환작업을 거친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영상파일을 서로 공유하곤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