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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느냐 사느냐! 팬택을 몰락의 길로 이끈 6가지 요인

Review./Mobile Issue

by 멀티라이프 2014. 7. 2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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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택의 출자전환을 두고 이동통신 3사의 결정이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팬택이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된 이유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필자 역시 오래전부터 팬택에 다소 관심을 두고 있었기에, 팬택이 어떻게 힘든 상황이 되었는지 곰곰히 생각해봤다. 사실 팬택은 이미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공적자금은 한 차례 지원받아서 회생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냥 순리대로 나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팬택이 지금의 상황에 도달할 수 밖에 없었던데는 경영진의 무능이나 내부적인 사정을 떠나서 단말기 유통구조의 문제와 이동통신 3사의 팬택 흔들기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필자가 생각하는 요인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단말기 유통구조의 문제"

 

 필자는 본 블로그를 통해서 여러번 국내 단말기 유통구조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단말기 유통시장까지 장악하면서 정상적인 유통이 불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표면적으로 소비자들은 팬택이 만든 단말기를 구매하는 것이지만, 실제 유통과정을 들여다보면 팬택은 제품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지 않는다. 그저 이동통신 3사에 제품을 납품할 뿐이다. 그렇다보니 이동통신 3사가 갑이 되고 팬택은 을의 입장에서 항상 손해보는 장사를 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제품을 납품하면서 판매장려금까지 줘야하기 때문에 팬택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제품을 넘겨주는 꼴이다. 이동통신 3사는 이런 판매장려금을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하고, 판매된 단말기 대금을 팬택에 지급하는데, 이 괴정에서 팬택은 이동통신 3사에 지급한 판매장려금 만큼 손해를 보게된다.

 

"이동통신 3사의 무책임한 가격파괴"

 

 2014년 1월과 2월에 팬택은 시크릿 시리즈가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흑자를 기록하며 다시 한번 일어설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이 과정에 이동통신 3사가 찬물을 끼얹었다. 이동통신 3사는 영업정지를 앞두고 1.23대란 2.11대란 등 초특가 가격파괴를 통해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고, 심지어 베가 시크릿업의 출고가를 강제로 37%인하해 판매하기에 이른다. 결국 위에서 언급한 유통구조에 의하면 출고가 자체가 낮아지면서 팬택이 이동통신 3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판매대금은 더욱 낮아지기 때문에, 이 피해는 고스란히 팬택에게로 간다. 이동통신 3사야 비싼 요금제의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에 그저 좋을 뿐이고, 일종의 갑의 횡포라고 볼 수 있다. 팬택이 삼성이나 LG와 달리 이런 갑의 횡포에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국내 시장에 의존하고 있고, 기댈 곳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삼성은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기 때문에 이동통신 3사에 흔들릴 이유가 없고, LG는 LG U+라는 든든한 동료가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대 45일 영업정지"

 

 2014년 봄, 이동통신 시장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영업정지 결정으로 조용힌 시기를 보냈다. 각 이동통신사는 45일간 영업정지를 당했고, 좋은 흐름을 이어가던 팬택은 판로가 완전히 막혀 주저앉고 말았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영업정리가 예상되는 시기에 업계에서는 이동통신 3사에게 가는 피해는 거의 없지만, 제조사에게는 상당한 피해가 갈 것이고 그 중에서도 국내 시장에 의존하는 팬택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그 전망은 그대로 들어 맞았다. 혹자들은 3개월 제품 못 팔았다고 회사가 망하면 그 회사의 재무경영상태가 엉망이기 때문에 더이상 도와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힘든 시기를 지나서 겨우 살아나기 위해서 발버둥 치고 있는 기업에게 직격탄이 될 것을 알면서도 정책을 추진한 것은 분명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45일간의 영업정지가 이동통신 3사에게 충분한 벌이 되었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즉, 팬택 경영진의 무능함이 이제와서 영향을 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올 봄 영업정지가 팬택을 급격하게 기울게 하는 촉매제가 된 것은 분명하다.

 

"목표설정에 실패한 팬택"

 

 팬택은 스마트폰에 상당히 빠르게 대처했다. 삼성과 비슷한 시기에 첫 모델을 출시했을 뿐더러 다양한 라인업을 지속 개발해왔다. 특히 지난 23년간 끊임없이 연구개발에 자금을 투자했고, 그 금액이 3조원에 이른다. 그 결과 약 4,900여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1만 4,500여개가 넘는 특허를 출원중에 있다. 이렇게 좋은 기술기반을 가지고도 팬택이 좀처럼 기지개를 펴지 못한 것은 목표설정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팬택은 삼성이나 LG와 마찬가지로 프리미엄 시장을 목표로 고집스럽게 제품을 출시해왔다. 한 때 LG를 밀어내고 국내 단말기 점유율 2위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결국 엄청난 자금력을 가진 삼성이나 LG를 넘어서지 못했다. 단말기 시장에서 스마트폰이 주류가 되고, 신생 기업이나 프리미엄 시장에서 밀린 기업들은 발빠르게 중저가형 제품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중국 기업들은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다. 팬택도 좋은 기술을 가지고 저렴한 보급형 제품을 만들어서 세계 시장의 문을 빠르게 두드렸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삼성과 LG에 비교해서 절대 밀리지 않은 기술력을 가지고 프리미엄 시장에서 물러나는 것이 그들의 자존심상 허락할 수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때로는 과감한 결단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스스로 만든 팬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2013년부터 팬택은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A/S센터 숫자를 과감하기 늘리고, 서비스의 질도 상당히 높아졌으며 사후지원도 예전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불친절 A/S센터의 대명사로 꼽히던 사람들의 기억을 지우기 싶지 않았고, 다소 실패한 단말기들에 대한 사람들의 좋지 않은 경험이 아직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사실 팬택의 서비스나 사후지원문제는 제법 오랜시간 소비자들이 문제점을 제기했다. 하지만 팬택은 별로 귀담아 듣지 않았고, 한번 바닥에 떨어진 기업 이미지는 각고의 노력을 해도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채권단의 꼼수"

 

 팬택의 채권단은 현재 한발 물러나서 이동통신 3사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자신들은 더 이상 자금을 투입하지 않으면서 이동통신 3사에 연대책임을 강조하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물론 이동통신 3사가 잘못한 부분이 충분히 있고, 도와줘야할 명분이 있기는 하나 이것도 결국 채권단의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채권단은 불확신한 팬택에 돈을 더이상 집어넣기는 싫기 때문에 이동통신 3사의 자금을 끌어들여서 자신들의 배룰 불릴 계획인 것이다. 그래서 이동통신 3사는 도와줄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이고, 잘못한 부분이 떠오르기도 하기 때문에 Yes 도 No도 아닌 입장에서 입을 닫고 있다.

 

 

 필자는 예전부터 팬택을 좋아했다. 전세금을 털어서 시작한 성공한 자수성가형의 기업의 대표적인 예이기도 하고, 자신들의 기술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과 고집이 이상하게 좋았다. 지금 와서 그런점이 다소 발목을 잡기는 했지만, 아무튼 참 좋아하는 기업이다. 앞으로 이동통신 3사가 출자전환을 할지, 법정관리에 들어가지 잘 모르겠지만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꼭 다시 일어나서 그들이 힘든 가운데도 끊임없는 연구개발투자를 통해 이룩한 좋은 기술들이 빛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는 일은 팬택이 외국 기업에게 팔려서 소중한 기술이 값싸게 해외로 넘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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