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12월 30일 필자는 블로그에 '단통법 이후 스마트폰 가격의 변화와 소비자의 피해'라는 글을 올렸다. 다른 글 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댓글이 얼마 달리지 않은 가운데, 단통법 이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의 핵심은 과거에는 일부만 대란을 이용해서 저렴하게 스마트폰을 샀다면 지금은 모든 사람이 조금이라도 혜택(공시지원금)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번 글이 다소 개념적인 부분만 이야기 한 것 같아 단통법 이후 소비자들이 받는 피해가 왜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인지 좀 더 자세히 정리한다. ※ 지난글 : http://donghun.kr/1720
단통법에 관한 큰 쟁점은 기존에 소수가 받던 혜택이 다수에게 돌아가게 되었는지 이다. 필자의 블로그에 댓글을 단 분도 그렇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 공시지원금을 무조건 주게 만들어서 다수가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이동통신사의 함정이 숨어 있다. 이동통신사는 단통법 이후 공시지원금을 주는 조건을 상당히 높은 요금제로 설정 했다. 법정 최고 금액인 35만원을 받기 위해서는 보통 월 9만원 이상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고 부사게(VAT)를 더하면 10만원 정도가 된다. 그래서 공시지원금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게 될 때 과연 이득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단통법 이전에는 보통 5~6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 보통 할인을 받기 위해서 2년 약정을 하게 되고, 2년간 지불해게 되는 금액은 200만원이 넘었었다.(단말기 비용 100만원, 통신비 168만원(VAT포함 월 7만원), 약정 할인 월 2만 5천원 계산으로 약 60만원) 단통법 이후에는 100만원 하는 스마트폰을 구매한다고 할 때 보조금을 최대 35만원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월 10만원의 이동통신비가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단말기 가격은 65만원 밖에 지불하지 않지만, 2년간 지불하는 이동통신비가 240만원에 달한다. 여기서 약정할인금액을 제외해도 2년간 부담하게 되는 총 비용은 약 245만원 정도가 된다. 즉, 더 많은 공시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그만큼 필요도 없는 비싼 요금제를 선택해야 하고, 늘어나는 통신비가 최초에 받은 공시지원금을 넘어서게 된다.
물론 소비자들은 다양한 조건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경우는 조금 극단적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통법 이후에는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조건에 한계가 생겼다는 것이 문제다. 단통법 이전에 소비자들은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얼마나 투자하느냐에 따라서 최신폰에도 50~60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게 가능 했었다. 하지만 단통법 이후에는 노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최대 35만원의 보조금 밖에 받지 못하게 되었고, 이마저도 필요도 없는 비싼 요금제에 집중되어 있다. 이쯤에서 단통법 이후에도 과거처럼 5~6만원 요금제를 선택하면 된다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면 필자는 이런 이야기를 해줄 것 같다. 과거에는 5~6만원대 요금제를 선택하면서도 지금보다는 훨씬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존재했고, 또는 상당한 가격의 사은품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다. 시장경제체제에서 노력한만큼 더 저렴하게 무엇인가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는 것은, 이미 독과점의 단말기 시장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 뿐이다.
최근 이동통신 3사는 15개월이 지난 단말기에 출고가와 똑같은 공시지원금을 주기 시작했다. 이는 단통법 이전 최신형 모델로 가던 보조금을 전환한 것으로, 이동통신사 입장에서야 어떻게든 가입자를 유치하고 재고를 소진하기 때문에 손해볼 것이 없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출고가에 상응하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이 최신형 모델에서 15개월 이상된 모델로 바뀌게 된 것이기 때문에, 손해라고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단통법 이전에도 15개월 이항된 구형 모델의 경우 할부원금 0원 수준으로 구매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동통신사나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재고처리 등의 이유로 지금만큼이나 단말기를 저렴하게 풀었었다. 즉, 단통법 이전부터 있던 구형모델에 대한 할인이 단통법 이후에는 대단한 할인을 해주는 행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은 사라지고 차선책만 남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위약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면, 단통법 이전에 받는 보조금은 지금처럼 공시되는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최초 단말기를 구매하면서 받으면 더이상 생각할게 없었다. 하지만 단통법 이후 받는 공시지원금은 2년 내내 소비자를 따라다니게 된다. 과거에도 약정에 대한 위약금(위약금3)이 있긴 했지만, 이것은 보조금에 대한 부분이 아니라 약정에 따른 요금할인에 대한 부분으로 단통법 이후에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여기서 논할 필요는 없다. 위약금4라 불리는공시지원금에 대한 위약금은 약정 기간안에 기변이나 번호이동을 하게 되면 남은 약정 기간에 상응하는 공시지원금을 뱉어내야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중도해지시 보조금을 다시 환수 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영업 여건이 더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