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2015년 2월 10일 구글이 공개한 VR기기 설계도면을 기반으로 G3 전용 VR기기를 공개했다. 'VR for G3'라 이름 붙여진 VR기기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으며, 기존에 종이로 만든 카드보드 제품보다는 좀 더 편리함을 줄 것으로 보인다. LG가 삼성처럼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VR기기가 아닌 스마트폰에 장착하는 액세서리 형태를 내놓은 것은, VR기기를 바라보는 입장의 차이와 시장 변화에 대한 예상을 다소 다르게 하고 있는 것 같다.
LG의 이번 행보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VR for G3를 별도 판매제품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스마트폰 판매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VR기기는 아직까지 우리 생활속에서 꼭 필요한 제품이 아니다보니 구매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 구글의 카드보드 덕분에 저렴한 가격에 그 느낌은 충분히 알 수 있지만, 뭔가 2% 부족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그런데 LG는 현실적으로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하지는 않지만 관심은 가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서 전용 액세서리 개념으로 만든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카드보다 기반이기 때문에 삼성의 기어VR과 성능 등을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당연한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기어VR이 보여주는 성능이 카드보드 형태보다는 확실히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플라스틱을 이용했다는 점과 G3전용으로 맞춤 제작했다는 부분은 괜찮은 평가를 해도 되지 않을까 한다. 아쉬운 부분은 액세서리 개념에서 생각해서 그런지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을 것 같고, 프로모션을 위한 단발성 이벤트 제품같다는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삼성이 기어VR을 2014년에 공개하고 지금까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콘텐츠에 대한 부분일 것이다. 나름대로 미국시장에서 가상현실 콘텐츠 서비스인 밀크VR을 출시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콘텐츠는 VR기기의 판매를 위한 큰 장벽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국내 출시일정에 대해서 소문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날짜가 잡히지 않은 것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의 종류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조금씩 들리고 있다. 물론 마니아층이 아닌 일반 대중으로 대상으로 하는 VR기기의 콘텐츠 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속에서 삼성이 시장형성단계에서 오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이렇게 나서는 것은, 앞으로 가상현실 시장의 가능성을 굉장히 높게 보고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삼성의 입장에서 LG의 VR for G3를 바라보면, 겉으로는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듯 하지만 속으로는 살짝~ 찔러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혹시나 LG가 비싼 VR기기가 필요 없다는 의미로 이 제품을 내놓았다면, 앞으로 보이지 않는 전쟁(?)이 꽤나 흥미롭게 진행될지도 모르겠다.
LG는 VR for G3를 공개하면서 VR기기를 즐길 수 있는 게임앱 '로보블리터레이션'을 구글플레이를 통해 제공하는데, LG역시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게임업계에서도 가상현실 게임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관련 제품의 보급문제 때문에 쉽사리 개발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무튼 LG의 이번 움직임이 VR기기가 대중화 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참고로 VR for G3는 2월 16일 부터 G3 구매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별도 판매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지 못했다. 아마도 별도 판매가 이루어진다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으니 종이 카드보드 보다는 비싸겠지만, 소비자들이 별고민 없이 구매할만한 가격으로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한다. 개인적으로 G3를 사용중인 입장에서 2만원선에서 가격이 결정된다면 하나정도 구매할 의향이 생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