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여의 삶을 살아오면서 나는 죽을수도 있겠구나 하는 정도로 아팠던 적은 없었던것 같다. 초등학교 2학년때 뇌막염을 앓으면서 정말로 고통스러웠던 적이 있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럭저럭 견딜만한 시간이었던듯 하다. 그래서 사실 불치병이나 희귀병에 걸려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성적으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 뭔가를 느끼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런에 이번에 굿네이버스를 통해 소식을 접한 선아의 이야기는 가슴 한켠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2013년 겨울방학을 하던 선아는 엄마에게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병원을 찾아간 엄마는 선아의 뇌속에 종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빠졌다. 뇌속에 지속적으로 물이차는 수두증이라고도 하고 두개인두종이라고도 하는 희귀병에 걸린 것이다. 선아 엄마를 더욱 가슴 아프게 만들었던 것은 이 병이 갑자기 생긴것이 아니라 제법 긴시간에 걸쳐서 생겼다는 것이다. 그 후 선아는 4차례의 대수술을 받고 종양은 제거되었지만 오른쪽 눈의 시력과 수슬이후 시간에 대한 시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만화가가 꿈이었던 선아는 요즘도 2년전 겨울방학 숙제를 걱정하곤 한다. 깨진 도자기 파편처럼 산산조각난 기억들은 도저히 끼워 맞출 수 없다. 선아가 가지고 있는 기억의 끈은 아직도 기나긴 중3 겨울방학의 터널속에 묶여 있는 것이다. 선아는 힘든 싸움을 이어가면서도 말한다. "그래도... 비록 몸이 부자연스럽지만 엄마를 도와줄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선아는 종양은 제거되었지만 뇌 손상으로 뇌척수액을 조절하지 못해 뇌 속으로 관을 삽입해 복막으로 흡수시켜 배출시키는 과정을 반복해야하고, 종양의 재발 가능성으로 주기적인 검사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지속적인 호르몬치료와 재활을 위해 병원을 다녀야 하는데, 도저히 선아와 선아의 엄마가 감당할 수 없다. 선아의 엄마는 "저렇게 만이라도 제 옆에 있다는게 좋아요."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린다. 선아 엄마는 아픈 자식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떵떵거리며 좋은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해주지 못하는 답답한 심정을 눈물속에 담고 있을 것이다.
선아는 엄마에게 항상 말한다. "엄마 다 내가 미안해" 선아는 깨져버린 기억속에서도 엄마에 대한 사랑과 미안한 마음은 자신의 아픔마저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인양 생각하나보다.
선아는 지속적인 치료에 어마어마한 금액의 치료비가 필요하다. 선아가 치료를 통해서 지금보다 더 건강한 모습을 찾고 긴 터널속에 머물러있는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에서 뛰쳐나와 다시금 학교에 갈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힘든 과정속에서도 자신보다 엄마를 먼저 생각하는 선아와, 옆에만 있어주기를 바라는 선아 엄마를 위해 응원의 손길을 보내주기를 바란다.
★ 선아 후원 하기 : http://bit.ly/1A78KTA ★
< 2015년 4월 1일 추가 내용 >
지난 2015년 3월 12일 블로그를 통해 소개했던 선아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랜시간 아프고 힘든시간을 잘 이겨낸 선아...
이제 겨우 사람들의 손길이 닿아서 조금 좋아질 수 있는 기회가 오는듯 했습니다.
이제 겨우 사랑의 손길이 닿는가 싶었는데...
너무 늦게 다가가서 미안합니다.
저 제상에서는 아프지말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