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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 일본문화 체험공간으로 전락

Travel Story./경상도,부산,울산

by 멀티라이프 2015. 7. 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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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를 해석하고 바라보는 관점은 사람들마다 다르다. 역사적 사실이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일본이나 일부 국내 학자들은 역사적 사실을 끊임없이 왜곡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기록이나 역사의 흔적들에서, 그 의미를 찾아 역사적 사실을 인식하고 현재와 미래를 위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 포항 구룡포에 있는 근대문화역사거리에 갔다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발견했다. 상황은 일본의 전통의상인 유카타를 일정시간 대여해주고, 일본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단순하게 생각하면 '뭐가 문제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일제강점기 역사와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의 기반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다면, 이곳을 유카타 체험장소로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 참고로 유카타는 일본의 전통의상으로 기모노가 의복에 가깝다면 유카타는 평상복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생겨나 일본의 모습이 남아 있는 장소가 몇 곳 있다. 그 중 한 곳이 포항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이고, 치욕의 역사를 다시 한번 느끼고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장소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장소에서 일제강점기 우리 선조들을 억압했던 일본의 전통의상을 입고 그 의미도 모른채 사진을 찍고 돌아다니는 것이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만약에 일본문화원, 각종 축제현장 등에서 일본의 의상을 체험할 수 있다면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위ㆍ아래 사진을 보면 한일문화 체험을 이야기 하면서 마치 과거의 추억을 되새기며 유카타를 입어보라고 권하고 있다. 도대체 이곳에서의 어떤 과거의 우리에게 추억인 것일까? 과거의 역사를 알기 위한 장소에서 일본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이라도 하라는 말일까? 

 

 

 

 유카타 대여 이외에도 근대문화역사거리가 전체적으로 과거의 사실을 인지하게 하기 보다는 장사를 위해서 일본냄새를 강하게 묻히기 위해 노력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이런 모습은 군산 근대문화역사거리와는 너무나도 상반되는 모습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군산과 포항의 시각이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군산 근대문화역사거리는 곳곳에 우리가 겪었던 치욕의 역사를 누구나 알 수 있게 잘 설명해두었고, 무엇인가 스스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두었다. 그런데 포항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는 그저 장사를 위한 공간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 중앙에는 의미있는 계단과 충혼탑, 일제강점기 비석 등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위 사진속에 있는 구룡포 공원 입구 계단 돌기둥은 1944년 일본인들이 구룡포항을 조성하는데 기여한 일본인들의 이름을 새겨서 세웠다. 이후 패전으로 일본인들이 떠나자 구룡포 주민들이 시멘트를 발라 기록을 모두 덮어버렸고, 이후 1960년 구룡포 주민들이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들의 위패를 봉안할 충혼각을 세우는 과정에 도움을 준 후원자들의 이름을 앞뒤를 돌려 세운 돌기둥에 새겨 현재에 이르고 있다. 아래 사진은 일본인 '도가와 야스브르'를 기리기 위해 1944년 일본인들이 세운 비석으로, 일본 패전이후 역시나 구룡포 주민들이 시멘트로 덧칠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아마도 과거 구룡포 주민들은 일본에게 갖은 핍박을 당했을 것이고, 그들이 떠나자마다 그들이 남겨둔 이름과 비문을 덮어버릴만큼 보기 싫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수십년이 지난 지금 일본문화를 체험하고 과거를 추억한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로 유카타를 입고 근대문화역사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 중앙에는 6.25전쟁 등 대한민국을 수호하다 장렬히 산화하신 포항(당시 영일)지역 출신 전몰군경들의 넋을 추모하기 위한 충혼탑이 중심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필자의 이런 반응이 너무 과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일제강점기 우리가 겪었던 치욕의 역사는 절대로 잊어서는 안되고, 다른 의미로 해석되어서도 안된다. 그리고 추억팔이나 장사를 위해 왜곡되어서도 절대로 안된다. 아직도 사과 한마디 받지 못하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과 일본 정부가 강제노동을 강하게 부인하는 것을 보고도 구롱표 근대문화역사거리에서 뭐가 잘못되었는지 느끼지 못한다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조속히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가 진정한 의미를 되찾아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역사적 교훈을 줄 수 있는 장소로 변모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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