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인가 팥빙수에 대한 트렌드가 변하면서 비벼먹지 않고 떠먹는 형태의 빙수들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하게 얼음을 갈아서 여러 가지 재료를 얹어서 먹었다면, 이제는 얼음을 가는 방법부터 재료까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정말 생각지도 못한 형태의 빙수들이 우리의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트렌드의 변화속에서도 꿋꿋하게 투박하게 갈린 얼음을 넣고 비벼먹는 형태를 고수하는 빙수가게가 제주도에 자리잡고 있어서, 얼마전 제주도 여행 중에 한번 찾아가봤다.
내가 찾아간 곳은 '빠빠라기'라는 상호를 가진 곳으로, 두 군데(시청점, 신제주점) 중 신제주점이었다. 이 가게는 1990년부터 빙수를 팔기 시작했으니 올해로 26년 째 장사를 하고 있다.
빠빠라기 신제주점의 내부 모습은 제법 세련된 느낌이 나면서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어서 꽤나 마음에 들었다. 식사시간 직후에는 사람들이 몰려서 조금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는데, 내가 이곳은 찾아간 시간이 밤 10시정도여서 자리를 잡기 위해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사실 나는 이곳에 들어서기까지 빠빠라기 빙수가 어떤 녀석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제주도민들에게 맛집이라 알려져서 갔던 곳인데, 자리 한 쪽에 적혀있는 문구가 이상하게 추억을 자극한다.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비벼먹는 빙수가 어느덧 내 기억속의 추억으로 자리잡고 있었나보다.
아무튼 메뉴판에는 다양한 빙수가 '나를 골라봐!'라고 말하는 것처럼 소개되어 있었고, 마지막에는 빠빠라기 빙수에 대해서 자세히 적혀있었다. 이 중에서 내가 선택한 메뉴는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팥빙수(중) 였다. 참고로 이곳은 선불제에 셀프로 요즘 카페들과 비슷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드디어 팥빙수가 나왔는데, 분명히 '대'자가 아닌 '중'자를 시켰는데 그 크기에 한번 놀라고 기호에 따라 우유와 팥의 양을 조절할 수 있도록 따로 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팥은 요구하면 더 주니 팥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딱 맞는 빙수가게이다.
빙수의 크기가 상당해서 LG G4를 옆에두고 함께 찍어보았는데 어느정도 크기를 가늠할 수 있으리라 본다. 경험으로 보면 중으로 하나 시키면 3명 정도가 먹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팥빙수에 먼저 우유를 넣어서 얼음을 조금 녹이고 그 자리에 팥을 얹어서 조금씩 비비기 시작했다. 그릇에 여러 가지 재료들이 워낙 가득해서 비비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는데, 양이 푸짐하니 약간의 시간은 전혀 아깝지 않다.
푸짐하게 들어간 재료들과 함께 잘 비벼진 빠빠라기 팥빙수를 먹고 있으니, 뭐랄까 부드럽게 떠먹는 빙수도 좋지만 때로는 얼음의 질감이 살아있는 비벼먹는 형태가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비벼놓고 보니 정말 얼음만 가득 채운것이 아니라 다양한 재료 들을 푸짐하게 얹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빙수의 크기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정말 한참을 맛있게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위 사진처럼 많은 양이 남게 되었다. 아마도 빠빠라기 빙수를 먹으면 맛도 맛이지만 양에서도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빠빠라기 신제주점의 경우 2층에 자리잡고 있어서 살짝 찾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는데, 스마트폰의 지도앱을 사용하면 금방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근처에 바오젠거리 공영주차장이 있으니 차를 가져가도 주차 문제를 걱정 할 필요가 없다. 단 이 공영주차장은 최초 1시간은 무료이고 이후 요금이 발생하는데,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시간당 몇 백원 수준이다. 무더운 여름 제주도를 가서 해가 떠 있을 때는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하니 저녁을 먹고 빠빠라기 빙수를 먹어본다면 여행이 더 재미있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