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여름휴가를 다녀온지 1주일도 안지나서 두 번째 휴가(?)로 거제도를 찾았다. 거제도 여행 2일차 장승포항에서 20분 남짓 배를 타고 동백섬이라 불리는 지심도로 들어갔다. 지심도는 거제도의 동측에 자리잡고 있는데, 우리의 아픈 역사와 천혜절경이 공존하는 그런 곳이다. 이 섬은 해안선의 길이가 3.7km 밖에 안되지만, 생태계가 굉장히 잘 보존되어 있어서 웅장한 숲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지심도를 오고가는 배는 평소에는 두 시간 간격으로 하루 다섯번 이지만 휴일이나 1시간 간격으로 여덟 번을 왕복한다. 배는 장승포항에서 30분에 출발하고 지심도에서는 50분에 출발 한다. 평소에는 크게 상관이 없지만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원하는시간에 배를 못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인터넷에서 사전 예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다지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 참고로 인터네 예매는 PC와 모바일 모두 가능하다.
배가 지심도로 가는 사이에 방송으로 가이드앱에 대한 소개가 흘러나왔는데, 처음에는 뭐 다른 여행지와 비슷한 수준의 앱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혹시나 하고 설치한 지심도 가이드앱은 정말 역대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섬 내 주요지점 근처에 가면 알아서 소개가 시작되었고, 단순히 정보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생에 대한 이야기와 연계된 이야기까지 재미있게 들려줬다. 그리고 최단 거리로 섬을 둘러볼 수 있도록 안내를 해주었고, 앱을 켜두고 돌아도니다보면 각각의 장소가 가지고 있는 의미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혹시나 가이드앱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갈림길과 곳곳에는 표지판이 굉장히 잘 세워져 있어서 지도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편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위 사진은 마끝 해안절벽으로 경치가 참 아름다운 곳이다. 바람이 조금 많이 불긴 하지만 이곳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다보면 가슴속까지 시원해진다. 아래 사진은 지심분교가 있던 곳으로 지금은 마을회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금 지심도에는 14가구가 살고 있는데, 대부분이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다.
앞에서 살짝 언급했지만 지심도는 아픈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과거 일본군이 이곳에 1개 중대를 주둔시켜 지금도 그 당시의 흔적이 여기 저기 많이 존재한다. 위 사진은 포진지의 모습으로 섬을 구경하다보면 여러 개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아래 사진은 탄약고 내부의 모습으로 다향의 포탄을 보관할 수 있을 정도로 어느 정도 규모를 가지고 있다.
탄약고로 가는 길에 보면 길 옆에 위 사진과 같이 돌로 만든 레일을 만날 수 있다. 이 레일은 일본군이 탄약고에 있는 탄을 쉽게 운반하기 위해서 만들어둔 것으로 역시나 아픈역사의 흔적이다.
지심도는 워낙 작은 섬이라 넓은 평지가 많이 없는데, 섬의 중앙이라 할 수 있는 곳에 제법 넓은 공터를 만날 수 있다. 이 공터는 지심도에 자리잡고 있는 국방과학연구소(해양시험소)에서 경비행기 활주로를 만들려고 하다가 그만 둔 장소다.
공터를 지나 숲속을 걷다보면 아픈 역사의 흔적을 또 만나게 된다. 역시나 일분군의 흔적으로 원래는 열두 개의 방향지시석이 있었으나 지금은 다섯 개만 남아 있다.
지심도는 작은 섬이지만 숲이 정말 어마어마 하다. 숲속을 걷고 있으면 이곳이 11만평 밖에 안되는 섬이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특히 활주로 공토를 지나서 방향지시석까지 가는 길은 원시림이라고 부르는데 정말 기분이 좋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지심도에는 대나무도 많이 자라고 있다. 대나무는 일본군이 포진지의 진동을 줄이는 등의 여러 가지 목적을 가지고 심어서 제법 넓게 자라고 있다. 지금은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대나무 숲이지만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역시나 아픈 역사의 흔적이다.
탐방로를 따라 걷다보면 서치라이트 보관소라는 것을 만날 수 있다. 서치라이트는 밤에 먼 곳까지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로 과거 일본군이 주변 감시를 위해서 사용했던 것이다.
지심도는 해안선이 참 아름다운 섬인데, 주로 절벽이어서 위험하기 때문에 접근을 막았지만 일부 장소에 전망대를 설치해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위 사진은 이 섬이 일본군에게 점렴당하고 일본의 국기가 세워졌던 흔적으로 지금은 우리의 자랑스런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위에서 소개한 마끝 해안절벽의 반대편에는 '그대 발길 돌리는 곳'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전망대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전망대는 공간이 좁긴 하지만 주변 경치가 상당히 아릅답다. 아마도 지심도는 어떤 장소에 전망대를 만들어도 속이 뻥 뚫리는 경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지심도에 남아 있는 일본군의 건물은 주로 기와만 남아있는데, 아래 사진처럼 일본식 건물이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것도 있다. 사진 속 건물은 일본군 병사들의 막사로 사용되던 곳이다.
주요 명소를 모두 구경하고 나서 뭔가 아쉬워서 생각해보니 지심도에 딱 하나 있는 해수욕장을 가보지 않아서, 몽돌해수욕장을 찾아 갔다. 위 사진은 몽돌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인데, 과연 이 길을 가서 해변이 등장하긴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몽돌해수욕장이 등장했고, 깨끗한 물과 프라이빗 해변같은 느낌이 환상적으로 다가 왔다.사실 이 곳은 해수욕장이라기 보다는 그냥 작은 해변에 가까웠다. 몽돌해변에서 물장난도 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이곳을 떠날 때 까지 아무도 오지 않았다. 몽돌해변의 모습은 다른 곳보다 더 많은 사진을 찍어서 여러 장 올려본다.
▲ 지심도 몽돌해수욕장의 풍경 #1
▲ 지심도 몽돌해수욕장의 풍경 #2
▲ 지심도 몽돌해수욕장의 풍경 #3
▲ 지심도 몽돌해수욕장의 풍경 #4
▲ 지심도 몽돌해수욕장의 풍경 #5
▲ 지심도 몽돌해수욕장의 풍경 #6
▲ 지심도 몽돌해수욕장의 풍경 #7
지심도는 온 섬이 나무로 가득차 있어서 주변 바다가 잘 보이지 않지만, 공간이 생겨서 주변이 보이는 곳은 언제나 환상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탐방로가 아래 사진처럼 숲 속을 지나기 때문에 땀이 많이 흐르긴 하지만, 제법 시원하기도 하다.
동백섬 지심도는 과거 일본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장소로, 이 아름다운 섬에서 아픈 역사를 만나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항상 우리의 아픈 역사를 바로 기억하고 후세에 전해야 한다고 다짐하지만, 바쁘게 살아가다보면 언제 그랬냐는듯 잊고 살아간다. 이번에 동백섬 지심도에서 일본군의 흔적을 보면서 나는 다시 한 번 다짐한다. 천혜절경을 자랑하는 지심도의 풍경도 꼭 기억하겠지만, 일본이 우리 땅 지심도에 남겨둔 아픈 역사의 흔적도 반드시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