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6S와 아이폰6S플러스가 판매를 시작하면서 애플은 새로운 방식의 판매방식은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쉽게 말해서 적립형 구매 프로그램인 이 방식은 아이폰6S나 아이폰6S플러스를 구매하고 12개월 동안 일정금액을 납부하면 1년 뒤에 새로 나오는 아이폰으로 교환이 가능한 그런 형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1년간 내는 금액이 아이폰의 출고가보다 30만원 가량 저렴하다는 것인데, 이 부분은 애플에서 새 아이폰을 주면서 구 아이폰을 받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가격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이득이 없을 수 있다. 그런데 미국 이동통신 시장에서 아이폰이 이동통신사를 통해 판매되는 가격을 보면 할부원금이 워낙 저렴하기 때문에, 제품의 중고가를 생각하더라도 약정을 생각하지 않고 1년마다 새로운 아이폰으로 변경할 수 있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큰 메리트가 될 수 있다. 참고로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동통신사와 2년 약정을 해야하고, 1년마다 받을 수 있는 아이폰은 언락제품인데 이미 사용자는 이동통신사와 약정이 걸려있기 때문에 그냥 기기변경을 하는 정도로 인식해야 한다.
애플이 이런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아이폰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다. 이는 한번 아이폰을 사용한 사람은 다시 아이폰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인데, 실제로도 아이폰 사용자들이 애플에 대한 충성도가 그 어떤 브랜드보다 높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런데 이를 조금 비틀어서 바라보면 앞으로 출시된 아이폰7를 비롯한 신제품이 아이폰6S만큼 강력한 임팩트를 주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그래서 사전에 소비자들을 묶어두기 위한 전략을 펼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애플이 미리 돈을 받는다는 이점이 있긴 하지만 애플이 생각하는 더 큰 이점은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아이폰을 사용하게 만든다는데 있다. 애플은 단말기 자체를 팔아서도 많은 수익을 남기지만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서비스를 통해서도 상당히 많은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앱스토어나 아이튠즈와 같은 서비스를 이용해서 콘텐츠와 앱으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도 포함하고 있을 것이다. 즉, 아이폰 사용자들을 계속해서 묶어둠으로써 그 속에서 수익을 극대화 하겠다는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 공개되면서 극내 소비자들의 관심은 과연 국내에도 적용할 것인가에 있다. 국내에서도 공기계(자급제폰) 판매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시행되는데 문제는 없다. 그런데 국내 이동통신 시장 자체가 미국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적용이 힘들다는 생각이다. 먼저 우리는 비상식적인 단통법 때문에 할부원가가 하한선이 정해져 있는데, 그 값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래서 상당히 높게 책정된 단말기 가격(할부원금)을 지불하면서 1년 뒤에 받을 제품의 할부금까지 지출하는 것이 쉬운 선택은 아닐 것이다. 물론 2년 약정을 하고 1년만에 새로운 아이폰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메리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이폰의 1년뒤 중고가를 생각해보면 조금 귀찮긴 하지만 그냥 기존 아이폰을 중고로 판매하고, 새 아이폰을 애플스토어를 통해서 공기계로 구매하는 것이 조금 더 이득이고 이미 지출한 구 아이폰의 할부원금이 여전히 부담이 되는게 사실이다.
다음으로 고려할 부분은 과연 애플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한국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게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애플은 하나의 기업이기 때문에 수익이 창출되지 않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현재 한국시장에서는 공식적으로 아이튠즈와 같은 콘텐츠소비 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않고 미국시장만큼의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단말기 판매 이외의 수익을 생각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의 판매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수익적인 측면에서 더 유리할 것이다. 즉, 위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애플이나 소비자들 모두 현재의 판매 시스템이 더 유리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도입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 국내에도 도입되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금전적인 측면에서 이득은 없지만 우리가 보통 새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이동통신사와의 2년 약정을 하기 때문에, 1년만에 새 기계로 편하게 바꿀 수 있는 것은 분명히 메리트가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늘어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어찌되었건 국내 도입여부를 떠나서 애플의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은 어떻게 하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을지를 기가 막히게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