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을암은 새(乙)가 숨은(隱) 바위(岩)라는 뜻이다. 이 바위에서 유명한 전설이 있는데, 만고의 충신 충렬공 박제상과 그 아내에 관한 것이다.
박제상은 신라 눌지왕(재위 417~458)때의 유명한 충신이었다. 눌지왕이 고구려와 일본에 볼모로 잡혀 있던 두 동생을 몹시 보고 싶어했다. 박제상은 임금의 명령을 받아, 먼저 고구려로 가서 복호를 구출해냈다.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미사흔을 구출해 귀국시켰으나, 일이 탄로난 자신을 붙잡혔다. 자신의 신하가 되면 많은 상을 주겠다고 일본왕이 달랬지만, 박제상은 끝내 신라 신하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일본왕은 심한 고문을 가해도 소용이 없자 박제상을 불에 태워 죽이고 말았다.
한편 박제상의 부인은 딸들을 데리고 치술령에 올라 일본쪽을 바라보며 통곡하다가 죽었는데, 그 몸은 돌로 변해 망부석이 되고, 영혼은 새가 되어 날아 은을암의 바위에 숨었다고 한다.
은을암은 규모가 작은 암자이다. 제법 깊은 산속에 자리잡고 있는데 사진속의 계단만 보아도 평범한 곳에 위치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곳이 은을암이다.
은을암에는 주변의 마을 사람들이 산책을 왔다 가기도 하고 휴식을 취하로 오기도 하는 곳이다. 올라오는데 조금 힘이 들긴 하지만 차분하게 쉬기에는 제격인 곳이다. 스님들의 인심도 좋아서 이 곳을 들리는 사람들에게 법요집을 주기도 한다. 이날도 난 처음보는 스님에게 법요집 한권을 받아서 왔다. 왠지 마음 한구석이 풍요로워 지는것 같았다.
은을암에서는 아직도 불을때어서 밥을 한다고 한다. 한창 저녁공양을 준비하고 있는듯 하다.
작은 규모이지만 자연속에 조화롭게 자리잡고 있어서 보는각도에 따라서 많이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은을암의 한곳에는 이끼를 사랑한 매우 작은 불상이 있다. 이끼의 크기를 생각해본다면 이 불상이 얼마나 작은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것이다.
이곳이 바로 망부의 혼이 깃든 바위이다. 다른 바위들과 크게 틀리지는 않지만, 은을암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나서 보니 왠지 다른 느낌이 드는것 같았다.
은을암의 가장 높은곳에는 종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크지는 않아서 왠지 귀엽게(?) 느껴지는 종이었다.
은을암을 찾은 이날은 추석의 전날, 막 뜨기 시작한 달을 살짝 찍어 보았다. 이번 추석에는 소원을 빌지 못했다. 달 사진찍는데 정신이 팔려서 소원도 빌지 않았으니,,, 에구구;;;
처마에는 풍경이 달려있고..
길가에는 스님들이 키우는듯한 아름다운 호접난(양난의 일종)이 놓여져있다.
은을암이 자리잡고 있는 국수봉은 나라국자에 지킬수짜를 사용하고 있다. 말 그대로 국가를 지키는 봉우리 인것이다. 산의형세가 국가를 지키는 그런 모양이라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아마도 박제상의 부인과 딸들의 영혼이 이곳 은을암에 깃들게 된것도 지아비의 국가를 위한 충정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닮기위해서가 아니였을까 하고 마음속으로 혼자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