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31일 세계 최초로 지상파(KBS, MBC, SBS) UHD 방송이 시작되었다. 이미 지난 2014년 케이블티비에서 SKY UHD 방송국을 개국해서 UHD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라는 이유로 세계 최초를 강조하는게 무슨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든다. 시청자들이 TV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영상콘텐츠를 소비하는데 있어서 여전히 지상파 방송 3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이전보다 종합편성채널이나 케이블방송의 비중도 상당히 증가한 상태이다. 그래서 지상파 3사가 UHD 개국을 기념해서 축하방송까지 했지만, UHD 방송 개국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바라볼지는 미지수다.
▲ UHD는 FHD 대비 4배의 해상도를 지원한다.
필자는 이번 지상파 3사(KBS, MBC, SBS)의 UHD 개국에 즈음하여 지상파 3사의 태도에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UHD 방송을 개국하면서 방송국은 서비스를 위한 준비를 충분히 했는데, 시청자들이 보지 못하는 이유를 TV 제조사에 돌리는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 물론 TV제조사가 지상파 UHD 방송을 보기위해 필요한 안테나나 셋탑박스 판매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시청자들이 UHD 방송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아니다.
▲ 2014년 케이블 UHD 방송서비스는 이미 시작되었다.
TV제조사들은 2016년까지 유럽형 UHD TV를 생산했고, 2017년부터는 미국형 UHD TV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 지상파 3사가 송출하는 UHD 방송이 미국형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2016년 이전 UHD TV를 구매한 사람들은 지상파 UHD 방송을 보기위해서 별도의 셋탑박스가 필요하고 2017년 UHD TV를 구매한 사람들은 실내용이나 실외용 안테나만 있으면 방송 시청이 가능하다. 이 부분만 보면 제조사가 방송을 보기 위한 조건을 갖추지 않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제조사들이 UHD TV를 판매하면서 바라본 콘텐츠 시장은 조금 다르다. 2017년 정도에 지상파 UHD 방송이 시작될 것이라는 점을 몰랐을리는 없지만, IPTV 위주로 방송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송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안테나 또는 별도의 셋탑박스는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참고로 시청자들의 약 95%가 케이블이나 IPTV를 이용해서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 2016년 제조사는 지상파 방송국과 UHD 방송을 위해 충분히 협력했다.
현재 시청자들의 95%가 케이블이나 IPTV를 통해 방송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지상파 3사에서 단순하게 지상파 송출로만 UHD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UHD 방송을 위해 만든 콘텐츠를 시청자들이 IPTV로 볼 수 있게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뭐~ 지상파 3사 입장에서는 케이블TV방송협회와 협상하는 것 자체가 싫을것이다. 즉, 지상파 3사는 시청자들의 5%에게만 UHD 방송을 송출하면서 다른 환경조건을 탓하는 것기 옳은 것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게다가 지상파 3사가 UHD 방송을 위해 사용하는 주파수가 황금주파수라고 불리는 700Mhz 대역이고, 미래부에서 무료로 제공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국가의 공공재인 주파수를 무료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IPTV와 같은 다른 경로를 생각하기 힘들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시청자들의 방송콘텐츠 소비행태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현재 지상파 UHD 방송은 서울과 일부 수도권지역에 한해 서비스가 가능하다. 2017년 12월에는 광역시와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지역까지 지상파 UHD 방송이 확대될 예정이다. 그리고 아파트의 경우 공청안테나 교체를 통해서 UHD 방송 수신이 가능한데, 별도 비용을 들여서 구매 및 설치를 진행해야 한다.
지상파 3사는 UHD 방송 개국에 맞춰서 이미 엽기적인 그녀 등 일부 방송을 UHD로 송출하고 있다. 뭐~ 당장 서비스되는 UHD 방송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시청자들의 거의 없다는 것이 함정이긴 하다. 대한민국의 지상파 3사는 UHD 방송 서비스를 자신들의 입장에 맞춰서만 언급하고 있다. 방송에 대한 선택권은 시청자들에게 있어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방송국에서 쥐고 있는 형태다. 그 경로가 어떻게 되든 시청자가 UHD 방송을 볼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책임을 TV 제조사들에게 돌리기전에 방송사들이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를 곰곰히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