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에 전통한지 생산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딱 한군데가 있다. 혹시 국내 최대의 종이생산 지로 알려져있던 전주를 생각하셨다면 잘 못 생각하신 것이 되겠다. 한지 생산에 있어 전통적인 생산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곳은 안동시 풍산읍에 위치하고 있는 안동한지가 유일하다. 이 곳은 문화재청과의 계약을 통해서 2002년 신라시대 종이를 재현한 곳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신라시대의 종이를 재현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오늘날 제지기술이 크게 발달하였다고 하나, 옛 종이를 그대로 재현해내는 일은 뛰어난 기계나 화학약품으로 만들어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전통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한지 생산업체는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지의 제작과정은 크게 11가지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닥나무 채취 → 피닥 만들기 → 백닥 만들기 → 삶기 → 헹굼과 일광표백 → 티고르기 → 짓이기기 → 한지뜨기 → 물빼기(탈수) → 건조 → 도침 의 과정으로 이루어 진다. 안동한지를 찾은 날은 일요일 이라서 그런지 모든 과정을 다 볼 수는 없었지만 한지 제작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한지뜨기 장면을 운좋게 구경할 수 있었다.(모둔 제작과정을 카메라에 담아내지는 못했네요, 모든 과정이 다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핵심과정을 모두 소개하 두었습니다.)
◇ 닥나무 채취 : 닥나무 채취는 예천, 의성 등지에서 주로 이루어 진다. 주로 1년생 닥나무를 12월에서 다음해 3월말까지 채취한다.
◇ 피닥 만들기 : 닥나무를 가마솥에 넣고 물을 부은 다음 6~7시간 정도로 삶아서 벗긴 후, 닥나무 껍질을 건조 시킨다.
닥풀(황촉규)은 한지 제조에서 닥나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물론 물속에서 긴 닥나무 섬유를 엉키지 않게 해주는 닥풀이다. 닥풀이라는 이름은 닥나무로 한지를 제조할때 점제로 사용하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닥풀은 한지 제조에서 필수적인 것으로서 지통에서 지료액이 점성을 가져 긴 섬유가 침강하는 것을 방지하며 발 위에서 물이 흐르는 속도를 조절하고, 초지를 용이하게 하여 지질을 고르게 하는 작용을 한다. 또한 지상한 위에 쌓아 놓은 습지가 입착한 뒤에도 붙어버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가루(?)가 되어버린 황촉규의 모습..
완전한 닥풀이 되어버린 황축규..
◇ 백닥 만들기 : 피작을 장신간 물속에 넣고 불린 후 칼로 표피(흑피)를 제거하여 백닥을 만든다.
◇ 삶기 : 메밀짚을 태워서 재를 만든후, 시루에 천을 깔고 태운 재를 넣고 물을 부어서 울어 나오도록 한 것이 잿물이다. 이 잿물을 백닥에 넣어 5~6시간 정도 장작불을 지펴서 삶는다. (이날 삶기 과정을 보지 못하고, 삶기는 하는 장치만 사진에 담았다.)
이 사진속의 모습은 아마도 백닥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사진 촬영에 정신이 팔려서 설명을 잘 듣지 못한 티가 팍팍 나는구나..
◇ 한지 뜨기 : 닥죽을 지통에 깨끗한 물과 함께 세게 저은 후, 황촉규 점액을 자루에 담아 걸러서 닥풀의 즙이잘 섞이도록 다시 저어 준다. 그 다음 발로 앞물을 떠서 뒤로 흘려버리고, 옆물을 떠서 반대 쪽으로 흘려 버리는 것을 여러번 반복한다.
한지뜨기에 아직도 대나무를 사용하는 것은 대나무가 부러지기전에는 탄성이 언제가 같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프링이나 현대의 기계적인 장치를 사용하면 쉽게 늘어나거나 탄성이 달라진다고 한다.
3대에 걸쳐 100년이 훨씬 넘는 시간동안 대를 이어 한지뜨기를 하고 계신분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120호 한지를 한번에 뜰 수 있는 분이라고 한다. 한지를 한장 한장 뜨는 모습에서 오랜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 물빼기(탈수) : 발로 건진 종이를 바탕이라 하는데 바탕을 차례로 쌓아 올려 놓고 그 위에 널판지를 얹고 무거운 돌을 올려 놓아 밤새도록 천천히 물이 빠지도록 한다. 그 다음 압축기에 올려 놓고 물을 완전히 빠지게 한다.
◇ 건조 : 물을 뺀 종이는 한장씩 떼어 열판에 붙여서 건조 시킨다. 어래 사진은 열판의 모습.
모든 과정을 거쳐서 완성된 다양한 한지들은 이 곳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매 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전통적인 생활양식과 문화가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하회마을 입구에 위치하고 있는 안동한지는 우리 고유의 멋과 엇이 간직된 전통한지 생산에 심혈을 기우려 왔다. 안동한지의 특징은 풍산의 풍부한 물과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닥 나무를 원료로 하여 노련한 기술자의 투철한 장인정신이 결부되어 순한지를 전통의 방법으로 생산하여 우수한 지질과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한지 제작과정도 엿볼 수 있고, 한지뜨기 체험도 할 수 있으며 다양한 한지관련 물품들도 구매할 수 있는 안동한지에서 1000년이 가는 한지의 멋을 느껴보는 것도 여행의 큰 재미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