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을 가보면 다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일본 군함도 처럼 역사를 왜곡한 상태에서 막대한 로비로 세계문화유산이 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한번쯤 구경할만한 가치가 있다. 필자가 최근에 일본 도야마 여행을 하면서 찾아간 고카야마 역사마을은 그동안 일본여행을 하면서 보지 못했던 풍경을 만날 수 있어서 괜찮았다.
고카야마 역사마을은 굉장히 오지에 자리잡고 있다. 지금 찾아가도 깊은 산속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과거에 이곳은 전쟁이나 갖은 풍파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것도 가능했을 것 같았다. 전통적으로 고카야마 지역은 눈이 굉장히 많이 오기 때문에, 지붕의 모양이 굉장히 뾰족하게 삼각형 모양으로 솟아 있다. 눈이 많이 오는 북유럽이나 알라스카 지역 등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형태인데 그 모습이 마치 두손으로 합장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서 합장마을 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고카야마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관리되고 있는 3개의 마을(시라카와고, 아이노쿠라, 스가누마) 이 있는데, 필자는 이중 가장 유명한 시라카와고 마을과 가장 고지대에 자리잡고 있는 아이노쿠라 마을을 찾아갔는데, 오늘은 시라카와고 마을을 소개한다.
시라카와고 마을을 구경하면서 한국인은 딱 2명 만났는데 표지판에 한글이 적혀 있어서 여행하는데 불편함은 없다. 이곳은 도야마에서 더 가깝긴 한데 도야마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다른 지역보다 많이 가는 곳이 아니라서 나고야나 도쿄에서 왔다 가는 여행자가 더 많은 것 같다.
사진을 쭉~ 보면 알겠지만 이곳의 건축물은 목조건물 위에 뾰족하게 초가지붕을 얹힌 형태다. 일본어로 이렇게 독특한 건축형태를 갓쇼즈쿠리라고 부른다. 이곳은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척박한 자연환경 덕분에 외부와 단절된채 살아온 시간이 길어서 그들만의 전통문화가 상당히 잘 보존된 곳이다. 그래서 독특한 건축양식에 전통문화가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있기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고캬아마 지역은 상당히 산으로 둘러쌓여 있는 가운데 제법 큰 하천이 옆에 흐르고 있어서 척박하지만 물을 구하는데는 어려움이 없는 지역이다. 눈와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기도 해서 지금은 곳곳에 작은 수력발전소가 세워져 있기도 하다. 그리고 합장마을을 조금만 벗어나면 스키장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시라카와고 마을은 3개의 마을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커서 자유여행자들 뿐만 아니라 패키지여행 코스에서 자주 포함되는 곳인데, 세계문화유산답게 동서양의 다양한 국가 여행자를 만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멀리서 보면 비슷비슷하게 보이지만 건축물 하나하나를 보면 지붕형이나 목조건축 양식이 조금씩 달라서 보는 재미와 사진 찍는 재미가 있다.
필자는 이곳을 찾아기기 위해서 도야마에서 기차를 타고 다카오카로 이동해서 다카오카와 세계문화유산마을을 왕복하는 월드 헤리티지 버스를 이용했다. 월드 헤리티지 버스는 한번 구매하면 1박 2일간 왕복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 끝에서 끝까지 가는 것은 물론이고 시티투어버스를 타는 것처럼 중간중간 내렸다가 다시 타는 것도 가능하다. 이 버스 티켓은 다카오카 역이나 신다카오카 역에서 구매할 수 있고, 호쿠리쿠 패스를 이용중이라면 20% 할인된 가격에 구매가 가능하다.
고카야마 시라카와고 마을이 어떠 모습인지 자세히 보여주기 위해서 사진을 조금 많이 올렸는데, 여행 당시에도 생각했지만 다시 사진을 보고 있으니 눈이 왔을때 찾아가면 정말 환상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지인들에게 합장마을을 구경하고 있다고 했더니 이미 이곳을 겨울에 다녀간 적이 있는 몇몇 사람들이 눈올 때 다시 한번 꼭 가라고 추천하기도 했다.
날씨가 흐리지는 않았는데 구름이 워낙 많아서 파란 하늘을 거의 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산으로 둘러쌓인 곳이다보니 날씨가 맑아도 안개가 심하게 끼는 날도 많고 흐린날이 더 많다. 그래서 여름에 가면 습기 때문에 상당한 더위를 이겨내야 한다. 필자가 찾아간 6월 중순에도 걸어다니다보니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상당히 더웠다.
시라카와고 마을 가운데에는 신사도 하나 자리잡고 있는데, 그다지 관심있는 분야가 아니기에 밖에서 슬쩍 보고 지나쳤다. 이곳을 평일에 찾아가서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주말에는 일본인들도 많이 찾는 여행지이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 고캬야마 시라카와고 합장마을 풍경 #1
▲ 고캬야마 시라카와고 합장마을 풍경 #2
▲ 고캬야마 시라카와고 합장마을 풍경 #3
▲ 고캬야마 시라카와고 합장마을 풍경 #4
▲ 고캬야마 시라카와고 합장마을 풍경 #5
▲ 고캬야마 시라카와고 합장마을 풍경 #6
마을 안에는 식당과 디저트를 판매하는 카페,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 등이 충분히 있다. 식사 종류가 다양하지 않은 것이 흠이긴 한데 우리가 흔히 일본하면 생각하는 소바, 우동, 돈까스 등은 다 만날 수 있다. 그리고 한가지 팁이라면 이곳의 물가가 아이노쿠라 마을보다는 더 비싼 편이라서 일정이 맞다면 시라카와고 마을이 아니라 아이노쿠라 마을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더 좋을 지도 모른다.
▲ 고캬야마 시라카와고 합장마에서 먹은 소바
이곳은 물이 참 많으면서 깨끗한 곳인데 길가에 배수를 위해 만들어둔 물길에 고기를 키우고 있었다.
▲ 전망대(뷰 포인트) 올라가는 길에 바라본 고캬야마 시라카와고 합장마을 #1
조금 힘들지만 언덕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시라카와고 마을을 한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뷰 포인트가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이라면 꼭 찾아가야 할 곳인데, 걷는 것이 힘들다면 전망대를 왕복하는 200엔짜리 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걸어서 올라가면 넉넉히 20분 정도면 충분한 정도이기 때문에 버스를 이용하기 보다는 걷는 것을 권한다. 뭐~ 한 여름에는 버스를 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 전망대(뷰 포인트)에서 바라본 고캬야마 시라카와고 합장마을 #1
▲ 전망대(뷰 포인트)에서 바라본 고캬야마 시라카와고 합장마을 #2
고카야마 시라카와고 합장마을은 조금 시간이 걸려도 찾아갈만한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필자처럼 도야마 여행중에 찾아가는 것도 괜찮고, 나고야 여행 중에 찾아오기에도 그럭저럭 괜찮은 곳이다. 언제 다시 이곳에 찾아갈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갈 기회가 생긴다면 꼭 눈 온 모습을 보러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