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세계적으로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되는 식당은 맛집으로 인식된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고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기 때문에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맛집인 것은 아니고 맛이 좋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확실하지는 않아도 새로운 음식점을 찾을 때 어차피 처음 간다면 실패할 확률을 줄이는 목적으로 미슐랭 가이드를 참고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청과 마주보고 있는 호텔 더 플라자 안에는 여러 개의 식당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미슐랭 가이드 2020에서 1스타를 인정 받은 주옥이다. 주옥이라고 하면 청담동에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아직 있을 것 같은데, 더 플라자 안으로 자리를 옮겨서 영업을 하고 있다.
주옥은 편안하게 찾아갈 수 있는 그런 가격대의 식당은 아닌데, 우연한 기회에 식사권을 득템해서 아내와 함께 방문하게 되었다. 저녁시간에 미리 예약을 해두고 5분전에 도착했더니, 대기실(?) 같은 장소에 잠시 앉아서 기다릴 수 있게 안내를 해주었다. 기다리면서 웰컴드링크(모과차)를 마시며 주옥에서 직접 만든 새우과자를 먹었다.
정확하게 예약한 18시 30분이 되자 자리로 이동을 했고, 디너코스 메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계절에 따라서 조금씩 메뉴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 글을 통해 소개하는 음식이 항상 100% 있는 것은 아니다. 맛도 맛이지만 보기에도 좋아서 모든 음식을 사진으로 다 담았는데, 사진을 보면서 메뉴에 대한 설명을 이어간다.
▲ 필자가 먹은 디너코스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주옥에서 직접 만든 식초를 한잔 준다. 식초는 소화가 잘 되도록 돕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주옥에서는 3가지 종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필자는 가장 일반적인 사과식초를 선택했다.
▲ 그냥 마셔도 과하지 않은 맛이 인상적인 사과 식초
▲ 찜닭 크로메스키
튀김 요리에 대한 개인 취향이 다양한데 필자는 겉은 바삭하면서 속을 부드러운 것을 좋아한다. 찜닭 크로메스키는 바삭바삭한 식감과 입에서 살살 녹는 식감을 한번에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김부각 국내산 한우 육회는 조금 생소한 조합이라고 생각했는데, 한입에 쏙~ 넣어보니 이런걸 두고 꿀조합이라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육회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아서 챙겨먹는 음식은 아닌데, 김부각과 함께 먹는 육회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 김부각 국내산 한우 육회
▲ 고춧잎 나물과 두부장을 곁들인 참치회
참치회 역시 딱히 먼저 나서서 챙겨 먹는 음식은 아닌데, 가장 좋아하는 두부와 함께라서 잘 먹을 수 있었다. 두부의 맛이 좋아서 참치회가 가진 맛이 덜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뭐~ 참치를 좋아하는 사람은 두분의 맛이 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이어서 먹은 양지국은 뭔가 속이 시원해지는 맛이라서 좋았는데, 전복과 한우가 적절하게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한숫가락에 떠서 먹으면 주옥에서 밥을 먹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 겨울 매생이와 청장으로 맛을 낸 전복 국내산 한우1+ 양지국
▲▼ 겨울 콜라비, 킹크랩, 대하와 햇 가평 잣 소스
이날 주옥에서 먹은 음식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메뉴는 위 2장의 사진속에 등장하는 '겨울 콜라비, 킹크립, 대하와 햇 가평 잣 소스'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킹크랩과 잣이 들어가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콜라비와 킹크랩, 대하가 어우러진 맛이 정말 좋았다. 이 음식에 들어간 재료들의 맛이 모두 느껴질 정도로 재료 하나하나의 맛이 살아 있었다.
▲ 서해안 참조기와 겨울 무나물로 만든 주옥 스타일의 빙떡
빙떡은 제주도의 향토음식으로 메밀전병에 채썬 무를 넣은 음식인데, 주옥은 이것을 재해석해서 새로운 음식을 만들었다. 사실 제주도에서 먹었던 빙떡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인데 이름만 빌려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 직접 재배해서 짠 들기름에 버무린 전복소라와 러시안 오새트라 캐비어
평소에 캐비어 요리를 시도하지도 않고 딱히 먹을 기회가 입는 식재료가 아니라서 이것이 맛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솔직히 분간할 수 없었다. 캐비어가 세계 3대 진미라고 하지만 이 역시 본인 입맛에 맛지 않으면 진미가 아니라 그냥 상어알에 지나지 않는다.
▲ 캐비어를 먹고 있는 멀티라이프(꿀단지PD)
▲▼ 껍질을 바삭하게 튀긴 옥돔과 간장 느르미
제주도에 처가가 있어서 옥돔은 상당히 자주 먹는 편인데 껍질을 바삭하게 튀기면서도 속은 야들야들한 옥둠을 이렇게 먹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서두에 설명한 필자가 좋아하는 튀김요리 형태라서 맛있게 먹었다. 누군가 기름에 튀기면 뭐든지 맛있다고 한 말이 불연듯 떠오르기도 했다.
▲ 간장에 재워 숯불에 구운 봉화오리 가슴살과 무항생재 닭다리살
역시 한국인은 밥심이라고 했던가! 간장 소스에 밥을 비벼먹으면서 함께 나온 오리 가슴살과 닭다리살을 먹으니 이제서야 배가 조금 든든해졌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급 코스요리를 먹을 때면 양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주옥의 디너코스는 성인 남성인 필자에게도 양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어서 만족스러웠다.
▲ 간장소스에 밥을 비벼 먹는 것은 언제나 환영
▲ 청도 반시와 라벤더 타피오카 펄
▲ 벌집 꿀과 호두강정을 곁들인 밤 아이스크림
청도반시, 아이스크림에 얼음과일까지 디저트를 먹으니 주옥은 디저티 맛집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날 먹었던 요리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는데, 그 중에서도 마지막을 장식한 청도 반시와 라벤더 타피오카 펄과 벌집 꿀과 호두강정이 들어간 밤 아이스크림은 정말 일품 이었다. 주옥 디너코스에서 먹은 음식 중에 딱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아이스크림을 고를 것 같다.
▲ 얼음 과일
▲▼ 연잎 차(커피 대체 가능)
▲ 한국의 전통병과
주옥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기 전에 셀피사진을 한장 촬영하고 나오는데, 기념 선물로 작은 한과를 개인당 하나씩 줬다. 워낙 작아서 한입에 먹으면 사라지기는 하는데,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선물이었다.
글을 거의 다 쓰고 보니 주옥의 음식들에 대해서 지나칠 정도로 칭찬을 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다양한 한식당을 가봤고 유명하다는 곳도 종종 갔었지만, 진심으로 주옥은 최고였다. 또 다른 곳에서 주옥보다 더 맛있는 한식을 만날지 모르겠지만,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인생 최고의 한식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가격이 조금 비싸긴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은 꼭 한번 가보라고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