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여행을 정말 좋아한다.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는데 여행중에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건축가들의 건물들을 종종 만났다. 시국이 이러하여 떠나지 못하는게 참으로 안타까운데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1987년 건립된 한화그룹 본사 사옥이 45개월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태양광을 이용하는 친환경 빌딩, 태양광 건물로 재탄생 했는데 한화그룹 본사 건물이 세계 초고층도시건축학회 리노베이션 부분에서 대상에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멋지고 뜻깊은 건물이 우리가 사는 도시에 있다는 것이 참으로 뿌듯한데 필자가 여행중에 만났던 프리츠커 상을 받은 건축가들의 이야기와 수상 건축물과 함께 한화의 수상소식을 함께 전하보고자 한다.
남반구에 위치한 프랑스령의 섬, 뉴칼레도니아는 한국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고 프랑스 국민들과 일본인이 휴양지로 많이 찾는 섬이다. 국내에서 직항은 없고 일본이나 호주에서 환승을 해서 갈 수 있는 섬인데 필자는 여행 정보도 제대로 없는 이 섬으로 여행을 떠났다. 로밍 데이터도 안되고 오로지 와이파이와 지도로 어렵게 여행을 한 곳이기에 유달리 애착이 갔던 곳이기도 하다. 뉴칼레도니아의 수도 누메아에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받은 건물이 있는데 그 건물의 이름은 치바우 문화센터로, 수많은 곳들을 여행하면서 많은 건물들을 봤지만 정말 잊지 못할 건축물 중에 하나다. 이탈리아의 건축가 렌조피아노의 설계로 만들어진 치바우 문화센터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왜 상을 받아야했는지 그 이유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건축물은 죽기 전에 꼭 봐야할 세계건축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산책로와 숲, 바다가 어우러진 하나의 마을을 연상시키는 이 건물은 뉴칼레도니아 전통 가옥 카즈의 모양을 형상화했는데 이 건축물이 풍기는 따뜻한 분위기가 나는 너무 좋았다.
치바우 문화센터는 카낙 문화를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10 개동에 반으로 잘린 캡슐모양, 방패모양처럼 만들어져있다. 치바우 문화센터 안에는 조감도와 건물 축소판이 있어서 건설 과정 또한 알 수 있다. 전시실에는 남태평양 멜라네이사의 문화와 그림, 소장품이 전시되어 있고 뉴칼레도니아 원주민의 삶을 살펴볼 수 있도록 되어있다.
너무 투명해서 눈이 부실 정도도 아름다운 바다와 울창한 숲, 걷기 좋게 조성된 산책로와 원주민의 가옥으로 구성된 이 치바우센터는 하루 종일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멋지고 훌륭한 곳이었다.
많은 곳을 여행하면서 독특한 건물들을 많이 만났지만 잊혀지지 않는 곳 중 하나는 대만 중부도시 타이중의 국가가극원, 국립오페라극장이다. 이곳은 세계 9대 랜드마크 건축물로 선정되었고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과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일본의 건축가인 이토 도요의 작품이다. 국가가극원은 산호초, 호리병을 떠오르게 할 정도로 상당히 독특하기에 방문하는 모든 이들의 시선을 사로 잡기에 충분하다. 이토 도요는 모든 이들이 음악에 취하길 바란다는 뜻에서 건축물 외관에 호리병 곡면을 넣었다고 한다.
2007석 규모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대극장과 플레이하우스, 소극장 등 건물 내에는 직선으로 된 기둥은 없고 벽과 내부 모두 곡선 형태라는 게 독특했다. 자연스러운 곡선 디자인과 벽에 있는 작은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은 건물이 숨을 쉬고 있는 느낌마저 전해준다. 바닥, 벽, 천장의 구분 없이 모두 연결되는데, 직선이라고 있는 것은 오직 엘리베이터였다. 인류의 원시 주거공간인 동굴에서 영감을 얻어 지었다는 이 건축물은 공연을 보지 않더라도 건물만 보더라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스카이가든, 공중 정원마저 독특했고 타이베이를 여행온 사람들이 일부러 이 건물을 보기 위해 타이중을 들를 정도로 멋진 건물임이 틀림없었다. 물론 다시 또 한번 가고 싶은 곳 중 하나가 타이중의 국가가극원이다.
아름다운 건물은 도시를 돋보이게 하고 활력을 주기도 한다. 1987년 건립된 한화 본사 사옥은 2016년 3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45개월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태양광을 사용하는 친환경 건물로 새로이 태어났다. 청계천 일대를 지나가며 리모델링이 언제 끝날까 늘 궁금했었는데, 완공된 한화그룹 본사 사옥의 건물은 정말 아름다웠다. 야간에는 다양한 색의 조명을 활용한 경관조명을 외벽에 설치해서 청계천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함은 물론이었다.
또한 직원들만 출입하고 직원들만 이용하는 기업 건물이 아니라 4개의 광장과 다양한 이벤트가 가능한 계단형 공연장인 선큰 스테이지, 직원들의 휴식을 위한 벤치와 플랜터, 한빛 거리광장의 아트파빌리온까지 직원과 시민을 위한 개방된 광장을 조성했다. 물론 지상주차장을 지하로 옮긴 것도 신의 한수라 여겨졌다. 지역사회와 시민들과 소통하는 건물로 거듭났다.
또한 빌딩 남쪽과 동쪽 외관에 설치된 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로 하루 약 300KWh 전력을 만들어낸다. 이 전력은 한화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 조명 전력으로 대체하고 있는데 이 기술에는 한화 큐셀의 태양광 발전 기술, Q.PEAK 태양광 패널이 활용되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당 45kg을 저감, 에너지 성능지표 88.2점을 받았으며 녹색건축 우수등급,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1등급까지 획득해 친환경 그린빌딩, 친환경 건물로 새로이 태어났다. 리모델링을 통해 내진보강을 해서 지진안전시설물 1등급으로 건물의 안전성도 확보했다.
한화빌딩이 지역과 시민들과 소통하는 건물, 친환경 그린빌딩으로 태어난 것도 멋지지만 기쁜 소식은 세계초고등도시건축학회가 선정한 29개 부문 대상작중 국내 건축물로는 한화빌딩이 유일하게 선정되었다는 점이다. 미국 뉴욕, 캐나다 토론토,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 등 세계적인 도시에 위치한 쟁쟁한 빌딩들을 제치고 세계 건축물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패널을 접목한 친환경 빌딩이라는 점에 주목했고 혁신성과 효율성, 환경, 인간, 커뮤니티 등 지속가능성에 대한 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여행을 다니며 많은 건축물을 보았고 수많은 사진을 찍어왔는데 세계 건축가들이 인정한 세계 건축물이 내가 아는 건물인 한화빌딩이라는 점에서, 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건물이라는 점에서 괜히 뿌듯하고 기뻤다. 이 시국이 끝나 많은 관광객들이 서울을 찾아 청계천을 걸을 때 한화빌딩을 보며 특별한 건물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