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광양 매화축제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슬로우시티 하동의 주요 관광지중의 한곳으로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최참판댁과 토지세트장을 들렸다. 최참판댁은 한옥 14동으로 구현되어있으며, 주변에는 조선후기 우리민족의 생활모습을 재현해 놓은 토지세트장이 잘 조성되어 있고, 인근에는 박경리 선생의 평사리 문학관도 함께 있어 좋은 여행지로 충분한 조건을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주변에는 아름답게 피고있는 매화, 푸른 보리밭, 저 멀리 보이는 섬진강 물줄기 등 비록 세트장 이지만 주변의 자연과 너무나 잘 조화되어 있었다.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이곳에는 갈림길마다 이정표를 세워두어서 여행객들이 손쉽게 구경을 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어딘가에는 이곳이 영화와 드라마로 수차례 만들어진 토지의 세트장임은 물론 수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진 장소라는 점을 알려주는 표지판도 있었다.
최참판댁은 이 마을의 우측위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아마도 최참판댁 → 평사리 문학관 → 토지 세트장(초가) 순으로 구경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마당 한쪽에는 제기차기와 투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최참판댁의 한옥에 정신이 팔려서 사진에 민속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담는것을 깜빡하고 말았다. 사실, 직접 제기도 차보고 토호도 해보느라 깜빡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토지의 주인공인 서희의 아버지인 최치수가 머물던 누각이 딸린 사랑채이다. 누각위에는 누구나 신발을 벗고 올라갈 수 있도록 해두었는데 누각올라서서 밖을 바라보면 섬진강과 주변의 넓은 들판이 한눈에 보여 최참판댁이 지어진 이곳이 명당임을 알 수 있다.
혹시 연못을 보고 이곳이 어딘인지 감이 오신분이 있다면 토지를 정말 사랑하는 분임이 틀림없으리라. 이곳은 서희와 서희의 어머니인 별당아씨가 머물던 별당이 있는 곳이다.
최참판댁 뒤쪽으로는 짧지만 분위기 있는 대밭이 조성되어 있다. 이길을 따라가면 평사리 문학관까지 갈 수 있다.
최참판댁과 이곳 세트장에서 멀리 바라보면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읽게될지도 모른다. 저멀리 흐르는 섬진강과 드넓게 펼쳐진 들판과 곳곳에 피어난 매화까지 가슴속이 시원해지고 바라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은 풍경이다. 여기에 하늘마저 푸른모습을 보여주었다면 가슴이 멈춰버렸을지도 모르겠다.
토지 세트장에서는 다양한 초가를 볼 수 있다. 어쩌면 초가만을 놓고 볼때는 민속촌보다 이곳에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각각의 초가에는 토지에서 누구의 집으로 사용되었는지 푯말을 붙여 두었다. 토지의 내용을 알면 더욱 좋겠지만 설사 모른다 하여도 단지 이런저런 모습을 보는것만으로도 충분히 이곳을 찾은 보람이 있을것이다.
이곳 세트장이 있는 마을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래서 세트장의 사이사이로 푸른 보리밭과 텃밭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이른봄에 보는 푸른밭의 모습이 왠지 반갑게 느껴진다. 광양매화축제나 하동 근처를 지날 일이 있다면 이곳 최참판댁과 토지세트장은 한번쯤 들려보라고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