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떠나서 즐거운 휴일중의 하나인 석가탄신일(부처님 오신날)은 2010년에 특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날이 아닐까 한다. 유난히도 공휴일이 적은 달력에서 설과 추석을 제외하고 황금연휴를 만들어준 석가탄신일이 반갑지 않을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문화재들이 유독 사찰과 연관된 것들이 많아서 이번 석가탄신일을 맞이해서 종교가 불교가 아니더라도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라 우리의 문화재를 구경한다는 의미로 집근처의 사찰을 한번 방문해 보는것도 좋을것 같다. 그래서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서 "내맘대로 뽑은 가볼만한 사찰 7곳"을 선정했다.
1. 양양 낙산사 2005년 겨울과 봄의 경계선에 있던 강원도 동해안일대에는 다시는 상상하기 조차 싫은 거대한 산불이 발생하였다. 일대 모든 군인들과 공무원 주민들이 총동원 되어서 산불 진화해 나섰지만 불의 힘 앞에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에 불과하였고 수많은 집들과 나무를 태우던 불은 4차선 도로위를 날아서 해안가에 있던 아름다운 낙산사까지 모조리 태워버렸다. 불탄 뒤의 낙산사는 아름답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정말 초라하게 그지 없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5년여의 시간이 흐른 2010년 낙산사는 복원공사가 90%정도 진행되면서 제법 예전의 모습을 되 찾아가고 있다. 물론 산불전에 가지고 있던 세월이 만들어냈던 모습은 볼 수 없겠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동해바다가 보이는 낙산사의 멋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곳에서는 보물 1362호인 건칠관세음보살과 보물 499호인 낙산사 칠층석탑, 해수 관음보살상, 기암절벽위에 세워진 홍련암, 일출이 아름다운 의상대 등 많은 볼거리들을 구경할 수 있다.
2. 해남 대흥사 대흥사는 신라 진흥왕때 아도화상이 창건하였다고 전하여지며 경내에는 대웅보전, 침계루, 명부전, 천불전, 일지암, 북미르암 등이 있다. 많은 전각과 암자가 들어선 대흥사의 유물유적 가운데 진수는 천개의 불상을 모신 천불전이다. 제작연대는 확실치 않지만 옥으로 만들어진 정교하고 신비스러운 대흥사 응진전앞 삼층석탑(보물 제 320호), 북미르암 삼층석탑(보물 제 301호), 북미르암 동탑, 만일암지 오층탑등이 있으며 또한 56기의 부도가 있다. 이곳은 1박 2일 촬영으로 더욱 유명해진 유선관이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3. 강진 무위사 사찰 전체가 보물이라고 불리는 무위사는 월출산의 산줄기가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계곡에 자리잡고 있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곳이다. 강진 기행에 있어서 절때 빼놓을 수 없는 무위사에는 국보 13호인 극락보전을 비롯해 보물 507호 선각대사 부도비, 보물 1312호 무위사 목조아미타삼존불좌상, 보물 1313호 무위사 극락적 아미타 후불벽화, 보물 1314호 무위사 극락전 백의관음도, 전라남도 문화재재료 76호 무위사 삼층석탑 등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무위사는 경내에 많은 건물이 새로 들어서면서 분명 과거 가지고 있던 무위사만의 고즈넉한 느낌이나 조용하면서도 운치있는 느낌은 많이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고 손에 닿는 모든것들이 전부 보물이라고 생각될 만한 사찰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이곳을 찾아서 사찰 뒤쪽의 자연관찰로로 갔다와보고, 사찰에 앉아서 약수 한잔 마시며 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해도 좋을 것이다.
4. 진천 보탑사 보탑사는 1996년 창건한 연륜이 길지 않은 비구니 사찰이다. 천년 고찰이 넘쳐나는 우리나라에 당당하게 그 이름을 내밀 수 있는 것은 걸어서 내부를 올라갈 수 있는 국내유일의 3층 목탑이 있기 때문이다.(혹자는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확인해 보지 않아서 모를일이다.) 어떤 이들은 보탑사를 '20세기의 국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이유는 최고의 장인들이 힘을모아 만들어낸 최고의 걸적이기 때문이다. 진천 보탑사 3층 목탑은 당대의 장인들이 도감을 맡아 강원도산 소나무만을 사용하야 단 한개의 못도 사용하지 않고 나무와 나무를 연결하는 전통방식으로 작업을 하였다. 총 높이는 42.7m로 떠받치는 기둥만도 모두 29개에 이른다. 신라가 통일국가를 염원하여 황룡사 9층탑을 세웠듯이 남북통일은 물론 옛 고구려 땅까지도 통일하려는 염원을 담도 있어 통일대탑이라고도 부른다.
5. 예산 수덕사 서해를 향한 차령산맥이 만들어 낸 덕숭산은 북으로는 가야산, 서로는 오서산, 동남간에는 용봉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중심부에 우뚝 서 있다. 이곳을 예로부터 호서의 소금강이라고 일커어 왔다. 여기에 불조의 선맥이 면면히 계승되고 많은 고승선덕을 배출한 선지종찰 수덕사가 자리하고 있다. 수덕사는 백제 위덕왕(554~597) 재위시 창건되었으며, 현존하는 유일의 백제 사찰이다. 역사속에서 수덕사의 기록을 찾아보면 16세기 전반에 편찬된 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 권19 덕산현 불우조에 '덕숭산 내에는 취적루와 불운루 2개의 누각이 있다'라는 기록으로 보아 수덕사는 대웅전 이외에 2개의 누각이 있을 만큼 대가람의 면모를 지니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수덕사 대웅전은 국보 49호로 지정된 건축물로 고려 충렬왕 34년(1308)에 세워졌으며 연대가 확실하고 조형미가 뛰어나다는 점에서 한국 목조건축사에서 매우 중요한 건물이다. 대웅전은 현존하는 건물 중 백제적 곡선을 보여주는 유일한 목조건축물이다. 대웅전의 측면이나 뒷면에는 불화와 같은 그림들이 전혀 없는것도 또 하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6. 강화도 전등사 강화도에는 전등사, 보문사, 정수사, 적석사 등 생각보다 많은 사찰이 자리잡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을 꼽으라면 아마도 전등사와 보문사가 살며시 얼굴을 내밀것이다. 그래서 지난 일요일 강화도를 찾았을때 배를 타고 한번더 들어가야 하는 보문사는 포기하고 전등사를 찾았다. 전등사는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삼랑성 안에 자리잡고 있다. 고구려 소수림왕 때 진종사라고 했으나 고려 충렬왕 때, 정화공주가 옥등을 이 절에 바친 후 전등사라 고쳐 불렀다고 한다. 전등사는 외침이 있을 때 정족사고를 지키는 사찰로서 국방의 임무도 담당했었다. 현재 전등사에는 대웅전, 약사전, 범종 등의 문화재가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보물 제 178호인 대웅전으로 조선광해군 13년(1621)에 다시 지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목조건물로, 지붕처마를 받치기 위한 장식구조인 공포가 기둥위뿐만 아니라 기둥 사이에도 있는 다포양식이다. 기둥은 가운데 부분을 둥글게 처리하여 안정감을 주었으며, 네 모서리 기둥 윗 부분에는 벌거벗은 여인상을 조각하였다. 전설에 의하면 이것은 절은 짓던 목수가 사랑을 배반하고 도망친 여인을 조각한 것으로 나쁜 짓을 경고하고 죄를 씻게 하기 위해 추녀를 받치게 하였다고 한다.
7. 진천 정방사 금수산 정방사는 충북 제천시 수산면 능강리에 위치한 사찰로써, 신라 문무왕 2년(662)에 의상 대사가 창건하고 그 후 몇 차레의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데, 창건에 얽힌 다음과 같은 설화가 전해온다. 신라시대 의싱대사의 문하에는 여러 제자가 있었다. 그 중에 정원이라는 제자가 십여년이나 천하를 두루 다니며 공부를 하여 세상사가 모두 무상함을 깨닫고 부처님의 법을 널리 펴고자 스승을 찾아다녔다. 수소문 끝에 스승이 원주에 있는 어느 토굴에서 수행하고 계심을 알고 대사를 뵈러가니, 스승은 큰 반석에 앉아 정진을 하고 계셨다. 정원은 스승 앞에 나아가 절을 하고 여쭈었다."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펴고자 하옵니다."스승은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정원이 다시 여쭈었다. "십여 년간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수행을 하여 보니 부처님의 가르침은 세간을 떠나지 않았고,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펼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정원이 이렇게 말씀 드리고 다시 삼배 합장 하니, 그제서야 스승인 의상대사께서 "너의 원이라면 이지팡이의 뒤를 따라가다가 멈추는 곳에 절을 지어 불법을 홍포하여라, 산 밑 마을윤씨 댁을 찾으면 너의 뜻을 이루리라." 하셨다. 정원이 고개를 들어 자리에서 일어나니 스승께서 던진 지팡이(석장)가 하늘에 둥둥 떠서 남쪽을 향하고 있었다. 며칠동안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뒤를 따르니 지금의 정방사 자리에서 멈추어서는 것이 아닌가. 산세는 신령스러워 흡사 법왕궁의 자리와도 같았다. 정원은 즉시 의싱이라는 스님이 윤씨 댁을 찾아 그 뜻을 전하니 주인은 "어젯밤 꿈에 의싱이라는 스님이 흰구름을 타고 우리 집에 오셔서 '내가 그대의 전생을 잘 알고 있고, 불연이 있어 말하는 것이니 내일 어떤 스림이 오거든 절 짓는데 도와주길 바라오' 하더니 구름을 타고 가셨습니다 하였다. 이러한 인연으로 창건된 사찰은 정원스님의 정자와 아름다운 산세를 지녔다는 뜻의 방자를 써서 정방사라고 하였다. 정방사는 절벽에 붙어있는 커다란 말벌집, 황금빛 지장보살, 그리고 시원한 풍경을 바라보면서 볼일을 볼 수 있는 해우소(화장실)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고, 봄에는 꽃이 가을에는 단풍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