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우리의 삶을 좀더 빠르고 좀더 편리하게 만들어 간다. 그러면서 뜻하지 않게 우리 주변의 자연과 조화되지 못하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파괴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이런 삶의 방식이 언제나 행복을 가져다 줄까? 때로는 조금 느리더라도 더욱 행복한 삶을 살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느리지만 행복한 삶이 있는곳 슬로시티 여행지 5곳을 사진과 간단한 글로 소개해볼까 한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를 배출한 국가로 현재 총 6개 지역이 지정되어 있다. 그 지역은 완도 청산도, 담양 창평 삼지내 마을, 하동 악양(평사리), 신안 증도, 충남 예산, 장흥 반월마을이다. ※ 전남 장흥이 여행지소개에서 빠지게 된것은 가보지 못했다는 것 이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
1999년 이탈리아의 한 작은 도시인 '그레베 인 키안티'에 사는 주민들이 새로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브랜드인 맥도널드가 자신들의 도시에 들어오는 것을 막은 이들은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모두 '느리게' 바꾸기 시작했다. 결국 이 마을에서는 첨단 자본주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백화점, 자동차, 대형할인점을 찾아볼수 없게 되었다. 그 대신 평화와 고요, 그리고 진정한 휴식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자연이 가진 찬란함은 더욱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문명의 이기와 오염이 사라진 곳에서 진정 인간다운삶이 시작된 것이다. 현재 전 세계 17개국 123개 도시가 '그레베 인 키안티'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모든 변화를 멈추고 시간을 거꾸로 돌리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과거와 현대의 조화를 통해 행복한 삶을 추구했다. 그리고 이 행복하고 멋진 삶이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시작되었다. 2007년 5개 지역이 아시아 최초로 지정되었고 작년(2009)에 예산이 추가로 지정되었다. 슬로시티는 '치타슬로(Cittaslow) 국제연맹'의 철저한 실사를 통해서 지정되고 있으며, 슬로시티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우선 인구 5만명 이하여야 하며, 전통적인 수공업과 조리법이 보존되어 있어야 한다. 속도가 중심이 아니라 인간이 중심이 되는 도시, 그곳이 바로 슬로시티 인것이다.
슬로시티의 중요한 요건은 그 지역의 전통과 생태가 보전되었는가, 전통먹거리가 있는가, 지역주민에 의한 다양한 지역커뮤니티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가 이다. 담양군 창평면 삼지내마을 일대는 이 세가지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점이 슬로시티로 지정된 가장 중요한 배경이다. 담얀은 아직도 예로부터의 고택이 많이 남아있으며 인군에 문화재가 많이 있어 도심인근의 농촌으로 전통문화가 많이 남아 있어 현재와 전통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대표적 마을이기도 하다. 특히 고택과 한옥마을에 펼쳐진 돌담길에서의 여유로운 산책은 방문객들의 슬로라이프 체험의 장이기도 하다. 담양은 도시민들의 전통문화체험의 장이나는 점에서 슬로시티의 충분한 이야기 된다. 또한 담양일대에는 다양한 전통먹거리가 풍부하게 널려있다. 창평국밥, 국수, 떡갈비, 한과, 엿 등 수도 없이 많은 예로부터의 전통먹거리는 사람들을 보다 여유롭게 해주고 이들 먹거리를 중심으로 한 지역의 상권이 매우 활발해 슬로시티가 지향하고 있는 점을 충분하게 충족시키고 있다.
신안군 증도면에는 우리나라 최대 갯벌염전이 펼쳐져 있다. 하얀 마분지를 바둑판 처럼 선을 그어 접었다 펼쳐놓은듯한 염전풍겸은 전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될 만한 곳이기도 하다. 한때 화학소금에 밀려 천일염, 갯벌소금의 생명가치에 문외한 이였던 우리들은 염전과 염부(소금장인들의 옛지칭)들을 천대해왔다. 그러나 갯벌염전은 세계적 가치에 세계 슬로시티 연맹 본부의 관계자들은 주목했다. 갯벌염전은 세계 인류의 생명을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그들은 그 가치를 인정하였다. 이것이 신안군 증도면이 세계슬로시티로 지정받게된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이뿐 아니라 증도에는 국내유일의 소금박물관이 있는데 소금창고로 쓰이던 버려진 창고를 개조해 박물관으로 만든 것 역시 슬로시티 정신에 부합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증도에는 한반도 모양의 해송림이 있는 우전해수욕장, 짱둥어 다리 등이 자리잡고 있다.
완도군 청산도에 직접 가보면 여기가 왜 슬로시티로 지정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을 따로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나지막한 밭과 집사이의 대충 얹어 놓은 듯한 동맹이들로 쌓여진 돌담길, 그리고 푸른바다, 가끔씩 밭일 하시며 돌아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웃음과 수줍은 사투리, 섬전체가 하나의 전래동화책같은 마을이 바로 청산도이다. 끝없이 펼쳐진 낮은 돌담길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들 것이다. 푸른바다와 어울리는 촌스럽지만 나지막한 마을경관을 그대로 지키고 가난의 상징인 구들장과 낮은 돌담, 그리고 옛날 어촌마을에서만 볼 수 있었던 장례 풍속인 풍장을 그대로 지키면서 청정한 바다에서 슬로푸드 전복, 해삼농사를 짓고 살아가기 위해서 그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슬로시티로의 새로운 회귀였는지 모른다. 청산도에서는 서편제 촬영지, 드라마 봄의왈츠 세트장, 범바위, 지리해수욕장, 신흥리해수욕장, 초분, 구들장 논등을 구경할 수 있다.
햇살담은 하동 악양에는 차와 문학과 도시사람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세가지의 향기가 있다. 천년을 지켜온 차나무와 이 차나무에 해마다 헌다례를 지내는 하동사람들... 산기슭에 숨어지내는 야생차밭은 1300년 넘게 하동을 지키고 있다. 일부러 가꾸지 않은 야생차밭의 차는 아마도 그 옛날 임금님도 탐내셨던가보다. 그래서 하동의 녹차는 왕늬 녹차라고 불리기도 한단다. 일부러 이쁘게 보이기 위해 단장하지도 인공비료도 주지않는 녹차는 그저 자연이 준 선물일뿐이다. 하동에는 평사리 최참판댁의 서희가 넓은 논두렁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같은 그런 소솔속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또한 하동군 악양은 비날하우스가 없는 유일한 마을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햇살담은 마을답게 풍유로운 부농의 마을이 느껴지기도 하는 모양이다. 하동에는 물과 바람, 그리고 햇살을 마음껏 누리고 자라는 야생녹차와 하동사람들이 있을뿐이다. 하동에서는 최참판댁과 평사리공원, 매암차문화박물관, 화개장터, 쌍계사, 청학동등을 구경할 수 있다.
충남 예산군은 국내에서는 가장 늦게 6번째로 슬로시티로 인증(2009년)된 곳이다. 예산은 자연환경, 전통문화, 지역공동체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서 슬로시티로 지정이 되었다고 한다. 이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옛집과 500년 된 향교가 그대로 남아 있고, 아직도 월 2회 공자에게 제사를 지내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으며 예당저수지의 빼어난 풍광과 생태계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예산군에서는 슬로시티 지정과 함께 느리게 사는 삶으로 만들어 가는 행복도시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 한창 사업을 추진중에 있다. 아직까지는 조성단계에 있어서 조금은 부족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찾고 싶은 그런 슬로시티 여행지가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예산에서는 현존 유일의 백제사찰인 수덕사, 임존성, 대흥향교와 동헌, 예당저수지 등을 구경할 수 있다.
※ 이 글은 국가브랜드위원회의 공식블로그에 소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