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오랜만에 중국영화 한편을 선택해서 보았다. 그 제목은 "적인걸 : 측천무후의 비밀"로 측천무후 시대의 명 수사관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 였다. 사실 측천무후는 워낙 유명한 인물이였기에 어느정도 알고 있었지만 '적인걸'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아니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러가기전에 어떤 인물인지 살짝 살펴보니, 중국 역사상 최고의 수사관으로 이름을 떨친 굉장히 유명한 인물이었고 서양에도 꽤나 많이 알려진 인물이었던 것이다. 어떤이들은 서양에 셜록홈즈가 있다면 동양에는 적인걸이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보니 적인걸을 이 영화에서 어떻게 그려냈을까 하는 궁금증이 커져만갔다.
☆ 이 영화리뷰에는 "적인걸 : 측천무후의 비밀"에 대한 스포일링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적인걸, 동양의 셜록홈즈가 될 수 있을까?"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초점이 적인걸에게 맞춰져있음을 알 수 있다. 주인공이다보니 당연한 것일수도 있겠지만 적인걸 이라는 인물을 영웅화시킬려는 의도가 조금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든다. 탐정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셜록홈즈를 좋아하는 것은 놀라운 추리력으로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에 대해서 직접 사건현장에 뛰어들어서 문제를 해결내 나가기 때문일 것이다. 그냥 자리에 앉아서 추리만 하고 해결은 다른 이들이 해 나간다면 그만큼 흥미는 떨어지고 말것이다. 이 영화도 그럼점에 착안해서 적인걸은 사건을 해결해나가는데 있어서 천재수사관답게 놀라울정도의 추리력을 발휘하면서 뛰어난 무술실력으로 사건과 부딪히면서 문제를 풀어나간다. 사건의 종류와 해결해나가는 방식은 틀릴지 몰라도 놀라운추리력과 직접 현장에서 부딪히며서 문제를 해결해나간다는 점은 셜록홈즈와 적인걸이 똑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적인걸은 뛰어난 수사관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인식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2가지 정도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중국영화 특유의 멋진 액션이 너무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나이 50세가 다 되어가는 유덕화가 30대에 보여주던 매력을 변함없이 발휘하고 있다는데 있다. 즉, 천재수사관이라는 이미지보다 유덕화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매력과 화려한 액션이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적인걸은 누구인가?
회영 적인걸은 630년엔 출생, 측천무후가 가장 두려워했지만, 가장 신뢰했던 인물!
적인걸은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전설적인 인물. 측천무후 시대에 재상을 지낸 그는 조정대신들의 모함을 받아 감옥에 갇혔다가 유배되기도 하지만, 다시 나라의 부름을 받아 태평성대를 이끌었다. 적인걸은 두려움 없이 측천무후에게 직간하여 정치의 기강을 바로 세웠을 뿐 아니라, 새로운 인재들을 추천하고 민생을 안정시켜 백성에게도 존경을 받았다. 700년에 적인걸이 죽자 측천무후는 조정이 텅 빈 듯하다며 매우 슬퍼했고, 그가 죽은 뒤에도 후대에 거쳐 그를 기렸다.
"다소 어정쩡한 로맨스와 인물들의 비중"
이 영화는 멋진 액셕과 추리속에 약간의 로맨스를 그려낼려고 했던것 같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있으면 분명 뭔가 로맨스가 있긴 있는데 2%가 아닌 20%정도 부족한 느낌이 든다. 지금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면 적인걸(유덕화)과 정아(이빙빙, 측천무후의 신복역)의 사랑이야기를 그리면서 그속에 측천무후(유가영)를 살짝 끼어둘려고 했던것 같기도 한데, 내용의 흐름에 너무 생략이 많았던것이 아닌가 한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적인걸과 정아가 서로를 위해 희생할려고 하는 장면은 다소 생뚱맞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정아가 측천무후에게 사랑으로인한 희생에 대해서 묻자 측전무후는 그 대가가 엄청 컸었노라고 말하며 8년전 적인걸을 멀리 보내버릴 수 밖에 없었던 일을 떠올리는것 같긴한데, 그 연관성이나 흐름이 너무 부자연스러웠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할려고 하는것이 제작진의 의도가 아니였다면 다행이겠지만 말이다.
로맨스와 함께 이 영화에서 어정쩡해보이는 것이 하나더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인물들의 비중이다. 비록 주인공이 적인걸이긴 하지만 사건자체가 측천무후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도 측전무후의 비중이 너무 작아서 조연정도로만 생각될 정도다. 오히려 적인걸과 함께 사건을 풀어나가면서 돕기도 하고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는 정아와 동래(등초, 수사관 역할)가 더욱 비중있게 나오면서 측천무후의 밥상에 숟가락 하나더 얹어둔것 같은 그런 인물이 되어버렸다.
"장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CG"
이 영화는 그동안 중국영화들이 보여줬던것처럼 장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이야기 자체에는 그것이 나타나지 않지만 CG그려낸 다양한 당시의 모습이나 세트장을 배경으로 보여줄때는 그 스케일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영화속에서 보여주는 측천무후의 거대동상은 장대한 스케일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에는 측천무후를 모델로 만든 동상이 있다고 하는데 그 크기는 17m정도인데, 이 영화에서 거대하게 만들어 낸것은 측천무후의 절대권력과 위엄을 상징하기 위한것 일것이다. 이렇게 등장하는 동상은 당연히 CG인데 재미있는것은 동상의 얼굴이 측천무후역으로 나오는 유가영의 얼굴을 모델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이 영화에는 많은 CG가 등장하는데 특히 자연발화로 사람이 타들어가는 모습은 정말 소름이 돋을정도로 그 묘사가 사실적으로 보여진다.
※ 이 영화의 CG는 우리나라 (주)에이지웍스에서 만들었는데, 이 팀은 전우치에서 그림속 풍경과 그림속으로 들어왔다 나갔다는 하는 모습을 박쥐에서는 흡혈귀가 타 들어가는 모습을 그려내기도 했었다.
"중국식 탐정영화의 결정판"
이 영화를 보고나서 처음 든 생각은 중국식 탐정영화의 결정판이구나 하는 것이었다. 놀라운 추리력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의 흐름속에 중국 특유의 호쾌한 액션을 가미함으로써 몇십년동안 무협영화를 통해서 쌓아온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적인걸 : 측천무후의 비밀'은 평소에 탐정소설을 좋아하고 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번정도 볼만한 가치가 있고, 혹시나 관심이 없던 분야였을지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그런 영화가 아닐까 한다. 또한 주인공인 적인걸과 함께 숨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정아에 그 초점을 두고 영화를 보아도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손가락ㆍ별 추천 한방씩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