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우리의 대명절 설이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미 고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분들도 계실테고, 오늘에서야 고향으로 향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시기가 언제이건 간에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명절은 참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통이 발달하고 서로간의 왕래가 더욱 편리해지면서도 이상하게 온가족이 모이는 기회는 점점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긴 하지만 명절 만큼은 모두가 모이겠지요. 그래서 오늘은 명절을 맞이하는 많은 사람들중 3살 차이 동생들의 입장에서 설이 주는 느낌(?)을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적어 보려고 합니다. 보통 명절에 친적들이 관심 갖는 것은 결혼적령기나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런데 곰곰히 살펴보면 가장 관심받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이 있었는데 그들을 바로 누나나 오빠, 또는 형이나 언니가 있는 3살 차이 동생들입니다. 다짜고짜 이렇게 말씀드리면 뭔말인가 하고 생각하실텐데요, 이제 그 내용을 차근차근 적어보겠습니다.
6년간의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중학생이 되는 해에 맞이하는 설은 참으로 즐거웠습니다. 보통 새뱃돈을 줄때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경계를 분명히 긋기도 하고 3년 전에 누나가 중학교에 들어간 시절 친적들의 관심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누나가 중학교에 들어가게 되니 친척분들은 새뱃돈과 상관없이 "새 가방 사야지", "공부할려면 필요한게 많을테데..." 등을 말씀하시면서 용돈을 두둑히 주머니에 찔러주셨습니다. 그리고 명절내내 입에 오르내리는 내용은 누나의 중학교 입학에 관련된 내용이 많았고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런 모습을 봤던 저는 내심 중학교에 들어가는 해에 맞이하는 설을 더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눈앞에 다가온 설은 저에게 굉장히 평범한 보통 때의 설과 똑같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보통 때보다 더 관심 밖으로 밀려나가 있었습니다. 누나와 제가 3년차이다 보니 당당히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을 때, 누나는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보니 모두의 관심은 누나에게로...
중학교 입학때의 아픔(?)을 뒤로하고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 꿈에 그리던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울산은 비평준화 지역이어서 대입 만큼이나 치열한 입시를 고입부터 겪어야 했고, 참 힘들었던 고등학교 입학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되는 해에 맞이한 설 역시 3년 전의 반복이었습니다. 이쯤 되면 이미 예상하고 계시겠지만 제가 고등학생이 되는 해는 바로 누나가 대학생이 되는 해기도 했습니다. 고교 입시가 아무리 힘든다 한들 대입에 비교될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역시나 모든 친척들의 관심은 누나에게로 쏠리게 되었습니다. 이때도 역시 3년 전과 똑같은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대입을 치루고 대학생이 되는 해의 설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중학교 입학과 고등학교 입학때는 그다지 축하받지 못했고 관심 밖에 있었지만 이번에는 제가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시기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쯤 되면 친천들에게 용돈 조금 더 받고 하는 것은 별 상관없는 문제가 되어버렸고, 단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을 뿐이었습니다. 아무리 이웃사촌이 좋다고는 하지만 오랜만에 본다고 해도 친척분들이 건네주는 축하인사, 격력의 한마디는 참 큰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모든 친척분들의 관심을 독차지 할 수 있는 2001년의 설을 가족들과 함께 보내지 못했습니다. 남들과 조금 다르게 특별한(?) 대학교를 가게 되었고, 모든 친척분들이 모이는 설에는 다른 곳에서 가족들을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어린마음에는 그것이 참 힘이 빠지게 하는 일이었던것 같습니다. "왜~ 나는..." 하는 생각도 참 많이 했었구요. 그런데 조금더 생각해보면 누가 관심을 받고 누가 관심을 덜 받고와 상관없이 3년차 형제가 있어서 가장 힘든 건 아마도 부모님이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상위학교에 입학할 때 이런저런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중학교+고등학교, 고등학교+대학교 입학세트처럼 들어갔었으니까요.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16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 이런 글을 적어보는 것은 철없던 시절의 생각을 반성하면서 누나와 제가 항상 함께 입학을 하면서 이것저것 힘드셨을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p.s. 혹시 3살 차이 자녀나 조카들이 있는 분들은 이번 설에는 동생들에게도 격려와 축하의 인사 한마디씩 건내준다면 아이들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신묘년 새해에는 언제나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손가락 추천 한방씩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