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9일 포천으로 이사를한지 4개월여만에 처음으로 포천반월아트홀에서 유쾌하고 신선한 공연 한편을 보게되었습니다. 몇일전 이웃블로거인 모피우스님의 블로그에서 스포츠 퍼포먼스 뮤지컬인 하이킥에 대한 소식을 접할 수 있었는데, 첫 공연을 포천에서 시작한다는 소식을 보고 꼭 보러가야 겠다고 생각을 했고, 모피우스님의 글에 토요일에 시간이 되면 구경해야겠다고 댓글을 달았더니 제작에 참여하고 계시는 모피우스님께서 토요일 3시 공연에 초대해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이공연이 끌렸던것은 제가 살고 있는 포천에서 공연을 해서 쉽게 갈 수 있었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야심차게 준비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첫 무대라는 점이었습니다.
넌버벌 스포츠 퍼포먼스 하이킥은 소림축구와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경기마저 패하고 팀이 해산된 채 홀로 남은 백전백패 축구팀 주장은 우연히 만난 한 소녀를 따라 들어간 마을에서 생활의 달인들을 만나게 됩니다. 황금손의 피자 요리사, 차는 덴 일가견 있는 하이힐 소녀, 정확한 골에 자신 있는 우편 배달부 등 주장은 생활의 달인들을 모아 새로운 축구팀 하이킥을 만들지만 정작 이들은 축구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 이었습니다. 이들은 오합지졸같은 황당한 연습 과정을 거치다 선수들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특기를 축구와 접목하여 독특한 작전과 기술을 개발하고 드디어 첫 승리를 위한 경기에 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의 이야기는 이 공연의 핵심이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공연을 직접 보시면 될 듯 합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소림축구에서 본듯한 느낌이 들긴하지만 CG를 이용했던 영화와 달리 실제 배우들이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점을 생각하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그 느낌만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이 공연은 남녀노소, 국적에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인 축구를 기본소재로, 아크로바틱, 무수르 세팍타크로, 마임, 비보이동작 등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넌버벌 퍼포먼스 공연입니다. 그동안 다양한 퍼포먼스 공연이 등장해서 성공을 거두는 작품은 몇개되지 않았지만 하이킥이 기대가 되는것은 이 공연을 제작한 곳이 설앤컴퍼니라는 것입니다. 설앤컴퍼니는 2002년 설입이후 오페라의 유령, 캣츠, 미녀와 야수, 42번가, 에비타 등 유수의 작품을 제작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새로운 컨셉으로 도전을 한다는것이 쉽지 않겠지만 평범한 주제를 신선한 소재로 탈바꿈시킨 제작진의 실력이라면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힘과 열정이 넘치는 남자배우들
하이킥 공연을 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공을 자유자재로 다뤄야하는 공연의 특성상 과연 배우들은 이 공연전에 무엇을 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배우들은 특별히 운동선수출신이 아니고 평범한(?) 배우들 이었습니다. 오디션을 볼때 상대적으로 운동신경이 조금더 좋은 배우들을 선발한것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세팍타크로를 하고 계시는 모피우스(고문석)님이 공연 제작이 참여하신것 이었습니다. 모피우스님은 지난 6개월여간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와 배우들에게 볼 콘트롤 등 다양한 기술들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모피우스님은 "6개월간 육체적으로 무척 힘들었지만 항상 가슴 뿌듯하고 행복한 느낌을 받았다. 순수하고 열정으로 가득찬 배우들을 보면 어릴적 나의 모습을 보는 듯 했으며 하나라도 더 주고 내려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배우들이 공을 다루기 시작한지 6개얼여 밖에 지나지 않아서 조금은 부족한듯한 느낌도 들고, 난이도 높은 기술을 자유롭게 하지는 못하는 단계입니다. 하지만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12시간을 공과 씨름하고 있는 배우들의 노력과 모피우스님의 지도를 생각할 때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공연을 시작할 때면 조금더 완성도 있고 고난도의 기술을 보여줄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남자배우들의 기술이 조금 부족한감이 있긴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어 여배우들의 기술은 상상 그 이상이였습니다. 아래 사진속의 여배우 4명중 2명은 모피우스님이 태국에서 직접 초빙해온 실력자로 정말 공을 자유자재로 다룰뿐 아니라 고난이도의 기술을 너무나도 쉽게 구사하며 관객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해주었습니다. 여배우들의 이런 실력이 남배우들의 실력까지 더해진다면 더욱 멋진 공연이 될 것이라 확신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여 배우들
▲ 연출자 윤정환(우)과 축구기술감독 고문석(좌)
창작 뮤지컬을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뮤지컬과 관련된 일을 해보지는 않아서 그 느낌을 100%이해할 순 없지만 그동안 다양한 공연을 보고 제작자들을 인터뷰하며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뭐 하나 쉬운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렇기에 하이킥도 무척이나 어려운 가운데 엄청난 인내와 노력끝에 탄생한 작품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이제 넌버벌 축구 퍼포먼스 공연인 하이킥은 3일간 포천에서의 첫 무대를 끝내고 9월 9일부터 18일까지 강동 아트 센터, 10월 13일부터 11월 6일까지 영등포 타임스퀘어 CGV 공연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아마도 트아이 아웃 공연이라 할 수 있는 포천공연보다 2개월 후 서울에서 열리는 본공연은 더욱 멋진 무대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그것은 배우들의 열정과 제작팀의 실력이 있고, 퍼포먼스 공연에 꽤나 중요한 요소인 공연장의 하드웨어적인 부분에 충분히 투자해줄 수 있는 제작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무엇보다도 기대되는 부분은 하루 12시간을 연습하면서도 자신들의 목표를 향해 묵묵하게 도전하는 배우들이 있기에 2개월 뒤 그들의 화려한 공연을 상상해봅니다. 윤정환 연출과 축구기술감독 고문석(모피우스)님, 그리고 배우들이 만들어가는 하이킥은 이제 첫걸음을 시작한 공연으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