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대학을 가기 전까지 19년을 울산에 살면서 가까이에 있는 경주를 무척이나 많이 갔었다. 어떤 이들은 수학여행때나 온다는 경주를 주말에 시간만 나면 가곤 했으니, 정말 경주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경주에 가면 뭔가 새로운 볼거리가 있다. 그만큼 많은 문화유산과 볼거리가 있는 경주의 숨은 석탑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경주 정혜사지 13층석탑은 독락당에서 걸어서 10분정도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정말 사전 정보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로 찾아올 수 없으리라 생각될만큼 찾기 어렵다. 특별히 표지판이 여기저기 서있는것도 아니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석탑 하나만 덩그러니 서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일도 쉽지 않다. 간혹 근처 산에 등산을 가는 이들만 잠깐 구경하고 가지 않을까 한다.
비록 외로이 서있는 석탑이지만 이 문화재는 국보 제40호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정혜사지 13층석탑은 높이가 5.9m밖에 되지 않지만 무려 13층이나 되는 특이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 글에 올려진 사진들을 잘 보면 기단 위의 1층은 꽤나 큰데 나머지 12층은 1층에 비해서 굉장히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1층을 기단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이 13층 석탑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이와 같은 형태의 석탑이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과, 13층 석탑 자체도 3개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고로 13층석탑은 이 석탑과 보현사 8각 13층석탑, 원각사지 13층석탑이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에는 13층석탑이 3개 박에 존재하지 않고, 일본에도 2개 정도(나라 단잔진자 13층목탑, 경도 13층석탑)만 남아있다. 반면에 중국에는 광범위하게 13층석탑이 남아있다. 여기서 13이 의미하는 것을 불교적으로 짧게 해석해보면 부처에 이르는 수행과정을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정혜사지 13층석탑 하나를 보기 위해서 이 곳까지 가는 것은 시간이나 비용의 투자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바로 주변에 독락당과 아름다운 옥산천 계곡이 자리잡고 있고, 조금 더 가면 옥산서원도 있기 때문에 옥산서원~독락당~정혜사지13층석탑에 이르는 문화재를 구경하고 옥산천 계곡에서 더위를 식히면 좋은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옥산천계곡에 관한 소개글을 올려둔다. ※ [여름휴가추천]경주의 숨은 보물 시원한 옥산천 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