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에서 문경새재만큼 유명한 것이 있다면 문경 한우다. 그래서 문경에 오후 늦게 도착해서 먼저 찾아간 곳은 문경새재가 아니라 음식점이었다. 어디를 갈까 고민고민 하면서 인터넷을 검색했지만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고, 평소 맛집에 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누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랬더니 문경읍에 있는 대흥정육점(대흥식육식당)을 추천했고, 당장 달려갔다.
대흥정육점은 문경버스터미널과 같은 골목에 자리잡고 있는데, 여기서 문경버스터미널은 문경시내에 있는 점촌버스터미널과는 분명히 다른 곳이다. 혹시나 이곳을 찾아간다면 주소가 문경읍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대흥정육점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식당이 아니라 고기를 파는 정육점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고기를 사면 주변에 있는 음식점에 가서 상차림비용을 내고 구워먹으면 된다. 주변에는 상차림이 가능한 식당이 양 옆으로 두 개가 있고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하면 된다.
대흥정육점의 좌측에는 돼지네막창이 있고 우측에는 우신왕곰탕이 있는데, 필자는 돼지네막창을 선택했다. 참고로 상차림비용은 6천원이다.
대흥정육점에 들어가서 고기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먹고 갈거냐고 물어보시고 등심이 제일 맛있다고 추천해준다. 추천을 받아 등심 3만원어치를 구매했더니, 바로 예쁜 접시에 담아 근처 식당에 가는길에 고기를 보호하라고 비닐로 살짝 덮어주신다. 고기 가격이 조금씩 변하긴 할텐데, 필자가 방문했던 2월 20일에는 3만원에 400g이 조금 넘는 고기를 받았다.
누나에게 대흥정육점 이야기를 듣고 바로 달려간 가장 큰 이유는 문경일대에서 사극촬영후 배우들과 스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방송을 하다보면 전국 곳곳을 많이 가게되고 아무래도 제대로된 맛집만 찾아서 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도 했다. 특히 사극 촬영이 워낙 힘들기 때문에 문경세트장에서 촬영을 마친 배우들이 몸보신을 하는 곳이라고 하니 더욱 믿음이 갔다.
사실 고기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아니라서 상태를 보고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지만, 일단 먹어보니 맛은 충분히 좋았다. 이 글을 적으면서 추가로 확인해보니 대흥정육점이 수요미식회에서 패널인 배우 김유석이 소개한 장소였다.
돼지네막창에 고기접시를 들고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니 상차림세팅을 해줬고, 기본 반찬으로 위ㆍ아래 사진속 음식들이 나왔다. 종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반찬들이 대체로 맛이 좋았다. 뭐~ 필자가 아무거나 잘 먹는 탓에 다 맛있게 느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필자의 입맛으로 판단하기에 돼지네막창은 음식에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았거나 아주 최소한으로 사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물어보지 않아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화학조미료를 느낄 수 없어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반대로 말하면 화학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아서(또는 조금 들어가서) 맛이 덜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보통 정육점과 식당을 같이 하는 곳에서는 상차림비용을 3천원 정도 받기 때문에, 상차림 비용이 다소 비싼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자신의 식당에서 파는 고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가져온 고기이기 때문에 비싸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된장찌개와 공기밥이 상차림 비용에 포함되기 때문에, 그럭저럭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판단이다.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도 음식점에 대한 이야기는 되도록이면 하지 않는 편이다. 이는 입맛이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기 때문인데, 대흥정육점은 한번쯤 블로그에 소개해도 충분히 괜찮을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 이정도 가격에 이정도 맛과 양이라면 100%는 아니더라도 다수가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문경에 가서 한우를 어디서 먹어야할지 모르겠다면, 대흥정육점을 추천한다. 혹시나 필자의 글을 보고 찾아갔는데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돈과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면 필자에게 보상을 요구해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