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여행을 하는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과거의 남겨진 문화유적을 보면서 교훈을 찾을 수 있다면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보통 역사라고 하면 우리는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조선 등은 금방 떠올리지만 근대역사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오래전 역사속에서도 배울점이 많이 있지만 근대사속에도 우리가 배워야할 교훈이 정말 많다. 그 중에서도 일본의 강제병합으로 34년 11개월이나 지속된 일제강점기는 절대로 잊어서는 안될 시기다. 그래서 우리는 일제강점기 역사를 들여다보면서 다시는 치욕을 당하지 않기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군산 근대역사벨트 스탬프투어는 이런 일제강점기 역사를 들여다보기에 적당한 여행코스다.
▲ (구)군산 세관
어떤 이들은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근대역사벨트 스탬프투어를 하면서 단순하게 평소에 보지 못했던 모습의 일본식 건물을 보면서 그냥 신기한 구경을 하는구나 정도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스탬프투어 곳곳에는 너무나도 슬픈 우리의 역사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평소에 보지 못하는 건물양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냥 신기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우리 땅 군산에 일본식 건물이 이렇게 많이 남아 있는지 그 배경을 생각해보면 마냥 즐거운 기분으로 바라볼수는 없을 것이다.
▲ 군산 장미갤러리(일본식 가옥)
믿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어려서부터 역사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일제강점기 일본의 만행 이야기만 나와도 화가날 정도로 일본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군산에서 일본식 건물을 보고 곳곳에 남아 있는 일본의 흔적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화가난다. 이 근대역사벨트 스탬프투어를 하면서 나처럼 화를내고 좋지 않은 기분으로 구경하라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일제강점기 시대의 우리 선조들의 아픔을 아주 조금이라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 군산 미즈카페(일본식 가옥)
역사 이야기를 하다보니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다. 아무튼 군산 근대역사벨트 스탬프투어는 정해진 장소마다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빨간지붕의 작은 등대가 자리잡고 있다.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용지는 근대역사박물관에서 받아야 한다. 스탬프투어를 위한 카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하게 스탬프만 찍는 것이 아니라 각 장소를 꼼꼼히 구경해야 답을 적을 수 있는 문제들이 있다. 물론 평소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도 있고,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면 100% 답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스탬프투어를 하면서 직접 답을 찾는 것이 여행을 하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라면 직접 답을 찾아보게 한다면 살아있는 역사 교육이 될 것이다.
▲ 군산 미즈카페 내부
▲ 군산 조선은행 금고
군산 근대역사벨트 스탬프투어를 하면서 가장 가슴 아픈 글귀는 박물관 내부에 걸려 있는 현수막에 적혀있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와 바로 위 사진속에 나와 있는 것이다. 군산은 과거 일본이 이용한 주요 항구로 우리 민족을 착취한 결과물들이 일본으로 빠져나가는 장소였다. 그래서 군산에 있던 은행의 금고에는 돈이 가득가득 했었다.
근대역사벨트 스탬프투어를 하다보니 길 건너편에 다양한 캐릭터들이 벽에 총출동했길래 가볍게 사진으로 남겼다. 뭐~ 이 스탬프투어하고 관련은 없지만 밋밋한 벽 보다는 괜찮은 느낌이다.
구경을 하다보면 곳곳에는 미니어처를 통해 당시 상황을 자세히 표현해뒀다. 위ㆍ아래 사진은 보면 당시 일본이 우리 민족의 노동력과 쌀을 찾취하는 모습과 찾취 당한 후 허탈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냥 바라보면 귀여운 미니어처 일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나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그런 것들은 아니지 않을까.
이상하게 위 사진을 보고 있으면 일제강점기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받쳤던 우리 선조들에게 그저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만 든다.
▲ 군산 조선은행 내부
군산 근대역사벨트 스탬프투어의 마지막 장소는 진포해양공원이다. 진포해양공원은 최무선의 진포대첩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장소로 다양한 군관련 무기체계가 전시되어 있는데, 조금 아쉬운 부분은 최근이 아니라 과거에 사용하던 장비들이다. 워낙 고가이기 때문에 퇴역한 장비들이 전시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나보다. 아무튼 진포해양공원에서 마지막 스탬프를 찍으면 매표 데스크에서 인증을 받고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선물의 종류는 일정하지 않고 조금 씩 다른데, 과거에는 벳지를 주기도 했었고 내가 갔을 때는 보리쌀을 줬다.
▲ 군산 뜬다리(부잔교)
슬픈 역사를 제대로 알 수 있고 즐거운 여행도 할 수 있는 군산 근대역사벨트 스탬프투어는 불과 몇개월 전에 1박2일에 그 모습을 드러내며 더욱 유명해졌다. 그 전에도 어느정도 인기는 있었지만 사람들이 북적북적 하는 수준은 아니었는데 요즘은 주말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개인적으로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군산 근대역사벨트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는 것 자체가 참 좋은일인 것 같고,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우리의 슬픈 근대역사를 제대로 알고 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