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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찬홈이 만든 심장이 터질듯한 풍경, 제주 엉또폭포

Travel Story./제주도_서귀포시

by 멀티라이프 2015. 7. 1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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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찬홈이 제주도에 엄청나게 많은 비를 뿌릴 때 난 제주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주말을 맞이하여 제주도를 찾았던 것인데, 태풍이 생각보다 더 많이 서해안쪽으로 붙어버렸다. 그래서 7월 11일 토요일 제주도에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고, 나는 비속에서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다가 오후시간에 폭우가 내린 후에만 잠깐 볼 수 있다는 엉또폭포를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지금까지 제주도를 참 많이 방문하면서 비가 온 이후에는 항상 엉또폭포를 찾아갔었는데, 물이 떨어지는 시원한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태풍 찬홈의 영향으로 새벽부터 많은 비가내려서 오후정도면 엉또폭포의 본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졌다.

 

 

 엉또폭포까지 가는길에는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나무데크가 마련되어 있는데 아직까지 공사가 완벽하게 끝나지 않아서 기상이나 사람수에 따라서 통제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내가 갔을 때는 빗줄기가 굸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고, 여유롭게 데크 끝까지 가서 구경할 수 있었다. 아마도 아래 사진들을 보면 비가 올마나 많이 왔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2015년 7월 11일 오후 3시 30분경 찾아간 엉또폭포는 안타깝게도 시원한 물줄기를 보여주지 않았다. 사진속에 잘 보이진 않지만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수준으로 아주 조금 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 나의 엉또폭포를 향한 세 번째 도전도 실패하고 말았다. 7월 12일 오전에 떠날 예정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한채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위ㆍ아래 사진은 폭포수가 내려오지 않는 엉또폭포의 모습인데, 사실 그냥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곳이다. 아마 엉또폭포에 물이 내려오지 않더라도 이 모습을 보면 섬속에 있는 자연이라고는 믿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엉또폭포를 찾아갈 때는 기대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멋진 풍경을 앞에 두고도 실망부터 하게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 엉또폭포의 명물, 커피, 약간의 과자와 유자차 등을 판매하는 무인카페 엉또산장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려와서 차를 타려고 하는데, 빗줄기가 더욱 굵어졌고 이정도 비가 계속 내린다면 2~3시간 뒤에는 폭포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폭포에 조금이지만 물이 흐르고 있었고, 계곡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불어난다는 점을 생각해서 근처에 있는 헬로키티 아일랜드를 구경하고 다시 오기로 마음먹었다. 어쩌면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엉또폭포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하루에 두번 방문이라는 초강수를 두기로 했다.

 

 

 주변 나들이를 잠깜 하고 오후 6시간 넘어서 엉또폭포 주차장에 도착해보니 2시간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엉또폭포는 멀리서봐도 알 수 있을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물을 토해내고 있었고, 계곡에도 불어난 물이 무섭게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굉장히 흥분한 상태로 거의 뛰다시피 엉또폭포를 향해 걸어갔다.

 

 

 드디어 그동안 그토록 보고 싶었던 엉또폭포의 본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 한라산일대에 엄청나게 폭우가 내렸고, 계속해서 비가 오고 있는 상태라서 그동안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봤었던 모습보다 더 웅장하고 환상적인 풍경에 넋을 놓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엉또폭포로 가면서 따로 카메라를 챙겨가지 않았다. 비가 워낙 많이 오고 있기도 했고 물보라로 제대로 된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렌즈크기가 가장 작은 스마트폰(G4)을 선택했다. 그저 폭우와 폭포의 물보라속에서 G4가 잘 버텨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다행스럽게 G4를 이용해서 그럭저럭 볼만한 영상과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처음에 폭포 앞에 도착했을 때는 우산으로 비와 물보라를 막아가며 촬영을 했는데, 우산 때문에 뭔가 마음에드는 모습을 담을 수 없었다. 그래서 우의도 입지 않은채 우산을 접고 온몸으로 비와 폭포의 물보라를 맞으며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아마도 내 모습을 본 사람들은 '돌+아이'나 '미친놈' 정도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 완전히 젖어버리기 직전의 나 

 

 

 입고 있는 옷이 모두 젖어버렸지만, 눈앞에 펼쳐진 엉또폭포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다른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 동안 여기 저기 많은 폭포를 봤었지만 이토록 심장이 터질듯한 감동을 느낀적은 없었던 것 같다. 누가 설명해주지 않으면 그냥 계곡속의 절벽이라고 말해도 믿을 것 같은 장소에서 엄청나게 쏟아지는 폭포수와 그로인한 물보라는 보고 있는 나의 심장을 맹렬히 뛰게만들었다.

 

 

▲ 완전히 다 젖어버린 나 

 

 

 위 영상은 엉또폭포의 모습을 세 가지 각도에서 촬영한 것을 연속적으로 보여준다. 아마도 영상을 통해서 내가 느꼈던 감정을 조금은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엉또폭포를 바라보면서 구글카메라의 공간파노라마(Photo Sphere) 기능을 이용해서 웅장한 모습을 담아보고자 노력했다. 위 사진들 중에 '공간 파노라마 합성'라고 적어둔 것들이 바로 이를 이용한 것이다. 보통 제주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대개 많은 준비를 하고 떠난다. 그렇기 때문에 예상하기 힘든 갑작스런 태풍이나 기상악화라는 변수를 만나도 일단 여행을 강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제주도에서 무엇을 봐야할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데, 한라산일대에 충분히 많은 비가 내렸다면 엉또폭포는 꼭 가야할 장소가 아닐까 한다. 물론 엉또폭포 보자고 폭우를 뚫고 제주도 여행을 떠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제주도에 도착했는데 폭우를 만난다면 그것은 자연이 엉또폭포를 구경하라고 만들어준 기회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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