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여행을 떠나던간에 비오는날에는 가장 평범하면서 쉽게 먹을 수 있는 라면과 파전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얼마전 제주도를 갔을 때도 태풍의 영향으로 새벽부터 비가내렸고 점심식사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가 라면과 파전을 먹기로 결심했다. 먼저 인터넷에서 검색을 통해 후보지를 고르고, 움직이는 동선상에 있는 문주란 식당을 목적지로 정했다. 인터넷에 후기가 많지는 않았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은 해물은 많이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얼큰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였다.
필자는 평소에 음식을 조금 싱겁게 먹는 편이었기에, 입맛에 딱 맞을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고민없이 문주란 식당으로 차를 몰았다. 문주란 식당은 하도리에 있으며 문주란 자생지인 토끼섬(일명 문주란섬)을 앞에 두고 있다. 이 곳은 게스트하우스와 민박을 함께 하고 있는데 겉모습은 그냥 평범하다.
내부 모습도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니고 평범한 수준인데, 아래 사진처럼 안쪽에 느낌이 좋은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비오느날 이곳을 찾아서 넓은 창문밖으로 펼쳐진 바다는 잘 보이지 않았고, 실외에도 좌석이 마련되어 있는데 아래 사진과 같다.
문주란 식당은 우럭조림, 어랭이조림, 어랭이물회를 하기도 하지만 아마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주문하는 것은 해물하면과 해물파전이 아닐까 한다. 메뉴가 단순하다는 것은 그만큼 맛이 좋거나 정말 맛이 없거나 둘 중 하나인데, 다행이 이곳은 전자에 해당되는 듯 하다.
창가쪽에는 쌍안경이 하나 놓여져 있어서 장식품이가 봤더니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맑은날 이곳을 찾는다면 창 밖 풍경이나 토끼섬의 모습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것 같다. 참고로 이 식당 앞에 있는 섬의 이름이 토끼섬인 이유는 문주란 꽃이 활짝 피었을 때 토끼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사진을 조금 찍으면서 놀고 있으니 반찬과 해물파전이 등장 했다. 해물파전은 그렇게 특별히 맛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부침가루로 도배한 것이 아니라 파와 해물을 가득 넣었다. 그리고 부침가루에 계란을 풀어서 고소한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해물파전을 먹고 있으니 기다리던 해물라면이 등장했다. 듣던대로 해물이 가득했는데, 특히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보말과 거북손이 들어있었다. 최근 삼시세끼 어촌편의 영향으로 거북손과 보말이 조금 알려지긴 했지만, 그 전까지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라면에는 보말과 거북손 이외에도 큼지막한 꽃게 한 마리와 홍합, 오징어, 바지락 등이 충분히 들어 있었다. 가장 중요한 해물라면의 맛은 굉장히 담백하면서도 해물의 맛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것이 굉장히 좋았다. 어떤 이들은 얼큰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아마도 맵고 짜지 않아서 그런 느낌을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덤(?)으로 이 곳 해물라면에 들어 있는 거북손과 보말 먹는 방법을 간단히 알아보자. 먼저 위 사진속에 있는 거북손은 양손으로 가볍게 쪼개서 입으로 빼먹으면 되고, 아래 사진속에 보말은 테이블마다 준비되어 있는 이쑤시개로 고동이나 소라 빼먹듯이 먹으면 된다.
▲ 문주란 식당의 지극히 평범한 겉모습
▲ 물이 빠지면 걸어서도 들어갈 수 있는 토끼섬(문주란 자생지)
여행을 떠나서 뭔가 특별한 음식을 찾는 것도 좋지만, 그 지역의 재료로 만들어진 평범한 음식을 먹는 것도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문주란 식당 하나만을 바라보고 찾아가라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이 근처로 여행코스를 계획했다면 문주란 식당을 식사장소로 포함해도 충분히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