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전국 각지에 수 많은 벽화마을이 생겨났다. 정확히 어떤 벽화마을이 최초인지는 모르겠지만 통영의 동피랑마을이 굉장한 인기를 끌면서 지자체들은 너도나도 벽화마을을 만들기 시작 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 벽화마을이 예전처럼 여행객들을 끌어모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잘 그려진 벽화마을 속을 걷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다소 급하게 벽화마을을 조성하면서 주변 풍경이나 그 마을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전혀 상관이 없는 벽화들로 가득찬 벽화마을도 상당수 있다.
어쩌면 마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벽화들로 가득찬 벽화마을이 늘어나면서 벽화마을을 향한 사람들의 조금씩 떠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10월초에 다녀온 동해시 묵호항 근처에 있는 논골담길은 참으로 주변 풍경이나 마을과 멋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벽화마을을 구경갔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여행을 워낙 좋아하다보니 적어도 10곳 이상의 벽화마을을 방문했었다. 묵호등대를 기점으로 뻗어있는 논골담길은 그 중에서 가장 조화로운 벽화마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뭐~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조화로운 벽화마을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논골담길은 크게 네 갈래로 등대오름길, 논골 1길, 논골 2길, 논골 3길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두 묵호등대를 향해 있다. 논골담길이 조성된 마을은 묵호등대를 기점으로 작은산에 자리잡고 있다. 통영 동피랑 마을도 그렇고 수암골 벽화마을이 있는 곳도 그렇고 벽화마을이 있는 곳은 서민들의 삶의 터전이다.
논골담길의 벽화들은 굉장히 친숙하고, 이곳이 묵호항이고 묵호등대가 있는 곳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명확하게 알게해준다. 그만큼 마을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그대로 살려서 벽화를 그린 것이다.
논골담길이 매력적인 것은 단순하게 이 마을의 특징을 벽화로 잘 살려낸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벽화가 과하지 않다는 것이다. 논골담길을 따라서 걷고 있으면 모든 벽이 벽화로 장식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다소 부족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벽들도 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곳은 100% 여행객들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의 경관을 더 아름답게 살릴 수 있는 벽화가 그려여쟈 하는 것이지 무조건 모든 벽을 가득 채우는 벽화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논골담길은 참으로 딱 필요한 곳에 벽화를 그려서 참 조화롭다는 생각이든다.
논골담길의 조화로운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고자 이 글에는 다소 많은 사진들이 포함되었다. 그래서 아래 사진들에서는 설명은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니면 생략한다.
이 곳에서 2013년에 방영된 상속자들을 촬영했었나보다. 난 상속자들을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꽤나 인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상속자들을 촬영했다는 집 건너편 창문에는 누군가 사진이 붙어 있어서 보니 생뚱맞게 김수현이었다. 아마도 저 집 주인이 김수현을 무척이나 좋아하나보다.
묵호등대는 묵호항의 명물이자 동해시를 찾는 여행객들이 찾는 그런 장소다. 멀리서 볼 때는 몰랐는데 가까이 와보니 작은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었다. 한쪽에는 동해시에서 운영하는 행복 우체통이 수줍게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는 참 멋질 것 같다. 나는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올라와서 그냥 풍경만 구경하고 자리는 등대카페를 빠져나왔다. 아래 사진은 논골담길 마을지도인데 참고로 올려두었다.
묵호등대를 기점으로 갈라지는 논골담길에는 작은 카페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마음에 드는 장소를 골라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찾는다면 등대카페와는 또 다른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한쪽 골목에는 사라진 묵호항과 주변 모습을 추억으로 그려두었다.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논골담길은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다.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인 논골담길... 여행객들도 구경할 때 최소한의 매너가 필요한 곳이다.
논골담길을 걷다보면 아주 복잡한 가운데 곳곳에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누가 이 논골담길을 디자인 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강원도 여행지 중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찾지 않는 동해시이다보니 그 속에 있는 묵호등대와 논골담길도 그렇게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는 아니다. 어쩌면 조금 한적함이 있어서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더 진한 여운을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강원도 동해안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조화로운 벽화마을인 논골담길은 꼭 한 번 가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일러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