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소리에 굉장히 둔감한 편이다. 그래서 음향기기 관련 리뷰나 평가를 제의 받으면 굉장히 난감해서, 비교적 음질에 대한 평가가 정확한 지인들의 도움을 받곤한다. 최근에는 나름 음질에 대한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우기 위해 이런저런 연습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런 나의 노력을(?) 아는지 정가가 693,000원에 달하는 고가의 스피커와 마주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필자가 마주한 제품은 KEAS의 블루투스 도자기 스피커 MOV1으로 상당히 생소한 녀석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도자기로 스피커를 만들었다는데 굉장히 생소함을 느꼈다.
도자기 스피커인 MOV1을 만난 것은 누나의 집에서 였고, 스피커을 하나하나 살펴 봤다. 일단 박스포장은 위 사진과 같은 모습인데 도자기로 만들었다보니 들어보면 제법 묵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무게를 확인해보니 전원 어댑터를 제외하고 3.8kg이라고 적혀 있었다. 스피커를 꺼내서 한 손으로 들어보면 부담되는 수준으로, 비교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프랑스 주방브랜드 르쿠르제의 냄비를 드는 느낌과 비슷했다.
일단 위ㆍ아래 사진을 통해 생김새를 보면 상당히 독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제품이 도자기 스피커라 불릴 수 있는 것은 하단에 바탕이 되는 부분이 도자기로 만들어졌기 때문인데, 쉽게 말해서 세라믹 공정을 거쳤다. MOV1은 레드닷 어워드에서 상을 받기도 했는데, 사실 디자인에 대한 평가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이 스피커의 주인인 누나의 경우 상당히 세련되고 혼자 뒀을 때 돋보이는 점이 좋다고 했는데, 필자는 처음에 밥그릇에 스폰지를 하나 얹어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뭐~ 디자인적인 요소에 대한 평가는 개인취향에 따라 바라보면 될 것 같다.
필자가 스폰지 같다고 한 것을 들어보면 안쪽에 스피커가 존재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고, 덮개 안쪽에도 뭔가 좋은 소리를 위한 장치가 되어 있는 것 같은데, 스피커 사용자가 알 필요 까지는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자기 스피커 MOV1의 음질을 평가하기 위해서 필자는 한국인 최초 쇼핑 콩쿠르 우승자 조성진의 피아노곡, 첼로 독주곡, 소찬휘 노래, 김영동 대금 연주곡을 들었다. 먼저 피아노곡을 선택해서 들었던 것은 피아노가 음역대가 넓어서 전체적인 밸런스를 확인하기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고, 첼로곡은 저음을, 소찬휘 노래는 고음을 평가해보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대금 연주곡은 소리의 무게를 느껴보기 위한 것이었다.
▲ 두 개의 트위터와 두 개의 우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소리가 참 묵직하면서도 잘 퍼져나간다는 것이었다. 뭐랄까~ 새벽에 물안개가 물위에서 빠르게 흘러나가는 그런 느낌이랄까. 아무튼 그래서 묵직함 덕분에 저음에서의 표현이 상당히 괜찮아서 무드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음은 너무 쨍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리고 중음의 경우 굉장히 깨끗하게 소리가 퍼져나가서 마음에 들었다. 즉, 고ㆍ중ㆍ저 음역대 모두 만족할만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개인적인 취향이 강하게 반영되었겠지만, 국악을 들었을 때 그 느낌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도자기 스피커는 블루투스 전용 제품으로 충전식이다. 이 제품은 스피커 본연의 성능만큼이나 디자인에도 굉장한 비중을 두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는데, 그래서인지 유선 연결은 지원하지 않고 사용간에 전원선이 필요 하지 않다. 스피커 안에 들어 있는 배터리는 1,700mAh의 용량을 가지고 있는데, 한번 충전에 8시간 정도 재생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전 어댑터와 케이블의 형태, 충전단자의 모습은 위ㆍ아래 사진을 보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KEAS의 MOV1은 덴마크의 Peerless사의 유닛을 도입하였고, 전체 볼륨 콘트롤을 50단계로 나눴다. 그리고 이 50단계를 다시 다섯 구간으로 묶어서 각 대역별로 최적화된 밸런스 튜닝을 했다는 것이, 업체의 브로셔에 나와있는 설명이다. 사실 음향기기 업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덴마크의 Peerless사가 어떤 회사인지는 모르고,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1926년에 세워진 오랜 역사를 가진 그런 곳이었다.
세라믹 공정을 거친 도자기를 사용해서 스피커각 굉장히 클래식한 느낌을 풍기지만 기능적인 면에서도 보기와 다르게 상당히 우수하다. 먼저 위 사진 처럼 손을 가볍게 갖다대면 스스로 작동을 시작하고, 블루투스 연결도 깔끔하다.
한쪽에는 꼼꼼하게 배터리 잔량 체크가 가능하고, 마이크 표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MOV1이 블루투스 전용 스피커이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연결해서 음악을 듣는 경우가 가장 많을 것인데, 음악을 듣다가 전화가 왔을 때 블루투스 연결을 끊을 필요 없이 그냥 스피커에 탑재되어 있는 마이크를 이용해 통화를 하면 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부분이지만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잘 챙겼다고 볼 수 있다.
KEAS의 MOV1은 하나의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그 역할을 충분히 하는데, 주변 소품들이나 집안 배경과 어울리는 듯 아닌 듯 하다. 도자기 스피커이다 보니 아무것도 없는 한옥 방에 자리잡고 있으면 굉장히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뭔가 다른 것들과 함께 놓기 보다는 그냥 이 스피커 하나면 떡하니 놓아두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필자는 아직도 음향기기의 성능과 가격과의 연관성에 대해서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그만큼 다양한 가격대의 스피커가 존재하고 보여주는 성능도 천차만별이다. KEAS의 MOV1의 가격이 693,000원이라는 점을 염두해두고 성능을 평가했을 때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겠는가?'라는 느낌은 고가의 스피커를 마주해보지 않았던 사용자들이라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일 것이다. 그런데 MOV1을 보면서 든 생각은 이 도자기 스피커를 단순히 하나의 스피커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집안의 인테리어를 담당하는 하나의 명품이 된다면 또 다르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다. 즉, 충분히 만족스러운 음질에 도자기라는 재료의 특수성과 일반적이지 않은 디자인까지 점수를 줄 수 있는 사용자에게는 충분히 가격만큼의 가치를 지닐 것이고, 그렇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면서 더 좋은 음질을 찾는 사용자에게는 그냥 괜찮지만 비싼 스피커로 인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