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맞춰든 핸드폰 알람이 아침부터 요란하다. 생활패턴이 조금 특이해서 평소에 조금 늦에 일어나던 난, 야구가 9시인줄 알고 일찍(?) 일어나서 컴퓨터를 키고 HDTV를 켰다. 그러나, WBC 결승 시작시간은 10시 30분이었다. 오후 4시에는 중간고사 시험이 1과목 있고, 야구를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던 중 4년 뒤에 볼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WBC결승을 버릴 수는 없었고 야구를 보기로 결심했다.
드디어 10시 30분이 조금 지나서 드디어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결승전이 시작되면서 문득 지난 2002년 월드컵 3-4위전이 생각났다. 우리는 터키와의 그날 경기에서 승패를 떠나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며 즐거워하고 기뻐하고 있었다. 물론 패배를 하면서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이미 축제의 한마당 이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WBC 결승전도 그런 느낌이 아닐까 하고 혼자 생각했다. 물론 상대가 절대로 지면안되는 숙적 일본이라는 것이 다르지만 말이다.
사실 이번 WBC는 준비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감독, 코치는 물론 선수문제까지 말이 많았고 우여곡절 끝에 구성된 대표팀 이었다. 최근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고, 이번 WBC는 4강도 어렵지 않겠냐는 말도 여기저기서 흘러 나왔다. 마치 2002년 월드컵 당시 16강만 진출해도 잘 하는것이라고 하던 당시의 상황과 많이 흡사하다. 하지만 뚜겅을 열어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성이라고 해야할까, 엄청난 집중력과 근성 그리고 감히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팀웍까지 그리고 우려와 걱정속에 뽑힌 대표선수들은 펄펄 날고 있었고, 1라운드, 2라운드를 거쳐 4강 라운드 까지 진출했다. 우리가 일본을 두번이나 이기고, 중국, 대만, 멕시코를 이기고 4강에 올랐을때만해도, 외신들은 4강에서 베네주엘라의 우세를 조심스레 점치고 있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가 포르투칼을 이기고 16강에 진출했을 때 누구도 이탈리아가 질거라고 생각하지 않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당시 이탈리아 스페인을 차례로 이기고 4강까지 진출했고, 이번 WBC에서도 대부분의 선수들이 세계 최강의 야구리그라는 메이저리그에 소속된 선수들로 구성된 베네주엘라를 상대로 대승을 거두었다. 우리는 이미 여기에서 우리의 힘을 120%이상 발휘 하고 있었다.
오늘 WBC 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에게 연장전에서 안타깝게 지기는 했지만, 난 우리 대한민국의 WBC 대표팀 모두가 너무 자랑스러웠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대한민국의 모든경기에서 가슴 뭉클함을 느꼈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시상식에서 구 우커송 야구장 하늘에 울려퍼지던 애국가를 들으며 뺨 한편에 흐르는 눈물을 딱으며 대한민국 국민임을 행복해 했고, 이번 WBC 결승전에서 비록 지기는 했지만 연장까지 가는 멋진 승부를 펼친끝에 국내에서 조차 예상하지 않고 생각지 않던 준 우승이라는 너무나 아름다운 결과를 가져다준 대한민국의 WBC 대표선수들을 보면서 다시한번 내가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었다.
아, 스포츠가 가지는 힘이 이런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3월 5일부터 시작되 오늘(24일)까지 여러가지 일상적인 삶속에서 힘들고 지칠때면 우리에게 멋진 승리로 스트레스를 날려주고 우리는 즐겁게 해주던 WBC, 이제 다시 4년뒤를 기약해야 한다는 조금 아쉽기도 하고 어디서 즐거움을 찾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하지만, 조금 지치고 힘들때 WBC의 기억을 떠올리며 즐거워 할수도 있을것 같고, 헬멧이 깨져라 최선을 다하던 이용규 선수를 생각하며 조금 지쳐가는 일상속에서 더욱 힘을내서 내 삶을 살아 갈 수 있을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준 우리 WBC 대표선수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