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밑 아리에티"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일본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쓴 새로운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비록 그가 감독까지는 맡지 않았지만 충분히 큰 기대를 하게만드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막상 뚜겅을 열어보니 뭔가 2% 아쉬운듯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건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느낌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 소재는 분명 독특하고 그려낸 시각도 좋았지만 너무 잔잔해서 심심해 보이는 전체적인 모습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 이 리뷰에는 관점에 따라서 약간의 스포일링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소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세계" 마루 밑 아리에티의 주인공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인이다. 지금까지 소인을 다룬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는 제법 있었지만 이 영화가 기존의 것들과 다른점은 지극히 소인의 입장에서 영상속에 그려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소인의 입장에서 말하는 보통의 인간이 사는 세계는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하나의 배경이나 사건을 만들어주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이 만화속에서는 인간의 작은 물건들조차 소인들에게 재해석되어 그들에게 쓸모있는 것으로 변모한다. 때론 원래의 용도와 같은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또한 인간에게있어 보통의 마당은 아리에티 가족에게는 숲이되고 우리 눈에 평범한 벌레나 곤충은 그들을 위협하는 위험한 적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마루 밑 아리에티는 평소에 오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시각으로 우리주변의 작은것들을 자세히 바라볼 수 있게 해주고, 소인의 입장에서 인간세계를 바라봄으로써 색다른 느낌으로 영상을 바라볼 수도 있는 것이다. 여담으로 위 그림속에 나오는 아리에티의 머리를 묶어주는 빨래집게는 이 만화를 본 많은 여성들에게 하나쯤 갖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기도 있다.
"너무나 잔잔해서 심심한 이야기" 이 영화를 보는동안 뭔가 엄청난 사건이 하나 생기거나 생각지 못한 반전이 발생하기를 바랬던 것은 나만의 바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임팩트 없이 아주 잔잔한 가운데 처음의 느낌이 그대로 마지막까지 흘러가는 오묘한 이야기 구성을 보여준다. 중간에 아리에티 가족에게 위기가 찾아오기도 하지만 만화의 처음부분이나 영상이 주는 분위기를 생각하면 별다른 큰일없이 부드럽게 해결되리라는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뭔가 롤로코스트 같은 이야기 구성속에 감동의 요소를 넣었다면 정말 마지막에 눈물 펑펑나는 그런 감동이 밀려왔을지 모르겠지만, 마루 밑 아리에티는 마지막까지 너무나 잔잔한 흐름의 계속으로 심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너무 평범한 영상"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명성때문일까 뭔가 색다른 영상이 보여질거라고 기대했었는데, 지브리 스튜디오 사상 최악의 모습이라고 해도 될것 같은 너무나 평범한 모습이었다. 예전부터 평범한 영상으로 사람들을 만나왔다면 그러려니 했었겠지만 지금까지의 작품들이 1~2가지씩 기상천외하거나 독특한 무엇인가를 보여준것에 반해 마루 밑 아리에티는 뭔가 눈이 띄는 것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집과 똑같이 만들어둔 소인들을 위한 인형의 집, 제법 비중있는 역할로 등장하는 귀여운 고양이가 있긴하지만 특별하다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모습이었다. 하나의 영화를 볼때면 그 자체만으로 바라봐야 하는것인데 지브라 스튜디오나 미야지카 하야오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계속해서 비교를 하게되는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마루 밑 아리에티가 볼만한건..." 너무 잔잔해서 심심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평범한 영상만을 보여주며 약간 지루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만화영화가 볼만하다고 느낀것은 영화가 던져주는 메세지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이 영화가 지브라의 다른 작품들보다 던져주는 메세지가 빈약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마루 밑 아리에티는 어떤 영화보다더 강력한 메세지를 숨기고 있다. 이 영화에서 소인은 아리에티 가족은 인간에게 빌려서 살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보통의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훔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소년인 쇼우는 소인들을 빌려서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설탕조각을 주기도 하는 등 소통을 하면서 결국 보통의 인간도 더 큰 개념으로 자연으로부터 모든것을 빌려서 살 고 있다는 메세지를 전할려고 했던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