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제주도를 한 번 다녀온 이후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제주로 여행을 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더 자주 가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서 지난 6년간 올랐던 오름 중에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곳이 용눈이오름이었고, 지난 추석에 다시 한번 용눈이오름을 올랐다. 용눈이오름은 6년이라는 시간동안 변함 없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변한 것이 있다면 입구에 관광객들을 위한 주차장과 일부 시설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내가 용눈이오름을 좋아하는 것은 제주도의 바람을 오롯이 느낄 수 있고 그 어떤 오름보다 곡선이 가진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곳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추석 다음날인 9월 28일에도 용눈이 오름에는 시원한 제주도의 가을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 날 용눈이오름은 맑은 날씨 덕분에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을 병풍으로 세우고 있었고, 나는 용눈이 오름을 거닐면서 참 많은 사진을 찍었다.
용눈이 오름에서 내가 사용한 카메라는 하이엔드 기종인 파나소닉 LX100과 스마트폰 LG G4였다. 하늘색이 짙은 파란색인 것이 LX100으로 촬영한 것이고 상대적으로 연한게 하늘색으로 보이는 것이 G4로 촬영한 것이다.
용눈이오름을 거닐다보니 벌개미취가 살짝 얼굴을 내밀고 있었고 봉긋 솟은 용눈이오름을 배경삼아 사진에 담아본다. 요즘 스마트폰은 렌즈 밝기가 좋다보니 별도의 기능을 적용하지 않아도 아웃포커싱이 그럭저럭 잘 된다.
용눈이 오름에는 드물게 벤치가 마련되어 있다. 사진 속 벤치에 앉아 바람을 맞고 있노라면 세상의 모든 근심이 사라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날 용눈이오름에 올라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제주도의 가을바람을 사진 속에 표현하는 것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이주는 느낌을 조금이나마 담아보기 위해서 노력했고, 사진들 속에 붓터치를 한 것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용눈이오름에 부는 제주도의 가을바람을 조금은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용눈이 오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풍력발전기들이 다수 보인다. 바람이 워낙 많은 제주도에서 특히 이 지역에 얼마나 많은 바람이 부는지를 잘 보여준다.
용눈이오름 정상에서 편안하게 앉아 광활하게 펼쳐진 주변 풍경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참 좋아진다. 아마도 용눈이오름에 올라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말의 뜻을 이해할 것이고, 아직 올라보지 못했다면 다음 제주도여행 때 꼭 용눈이오름을 찾아가보길 바란다.
자연이 만들어 낸 곡선의 아름다움 위에서 때로는 사랑하는 연인과 때로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한다면 무척이나 행복하지 않을까?
용눈이오름에 올라 바람을 담아보고자 용을 쓰다보니 고 김영갑 사진작가가 생각났다. 제주도의 오름을 사랑했고 그 중에서도 용눈이오름을 무척이나 사랑해서 이곳에 부는 바람을 사진에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담아낸 모습이 머리속을 스쳐 지나갔다.
어떤 곡선이 아름다운지 알고 싶다면 용눈이오름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유심히 관찰하면 그 해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찍어온 사진 한 장 한 장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져서 조금 많은 사진들이 포함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기하게도 각각의 사진들이 주는 느낌이 조금씩 다 다르기 때문에 나름대로 가치를 지니는 것 같다.
또 언제 용눈이오름을 오를지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만난 곡선과 제주도의 바람은 6년 전의 기억과 함께 영원히 계속되지 않을까...
가을이라고 하기에는 뜨거운 햇빛이 내려쬐고 있었지만 강한 바람에 조금 흐르던 땀은 금새 사라지곤 했다. 가을을 맞이한 용눈이오름에서는 억새도 제대로 구경할 수 있다. 억새밭이 광활하게 펼쳐지는 다른 오름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용눈이오름이다. 이번 가을 제주도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용눈이오름에 올라 제주도의 가을을 제대로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