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여행] 세계문화유산 1호 비엘리치카 소금광산, 소금이 만들어낸 아름다움
여행을 떠나게 되면 언제부터인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과 세계자연유산은 반드시 들러야 하는 장소가 되었다. 오늘 소개하는 폴란드 비엘리치카 소금광산도 세계문화유산인데, 무려 유네스코에서 1978년 처음으로 선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소금광산이 가진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다. 소금광산 자체는 13세기부터 채굴을 시작해서 어느 정도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세계문화유산이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광산내부의 킹카예배당은 100여년이 조금 지났다. 뭐~ 광산노동자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소금 조각작품들 중에는 수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것들도 있긴하다.
그리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소금광산이 세계문화유산이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지하 깊숙한 곳에 아름다운 예배당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소금광산을 들어가기 인터넷을 조금 찾아보고나서 남다른 장소이긴 하지만 세계문화유산까지 지정될만한 가치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광산에 들어가서 시간이 지날수록 소금광산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다.
▲ 197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음을 알리는 표석
소금광산에서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3유로의 추가요금이 필요하다. 추가요금을 지불하면 위 사진속에 있는 스티커를 주는데, 잘 보이는 곳에 부착해두면 된다. 가끔 광산내부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서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는 제발 그러지 말자. 이상하게 해외만 나가면 정해진 요금을 내지 않고 무엇을 하는것을 무용담처럼 이야기하는 몰상식한 사람들이 있는데, 정말 너무 부끄러운 행동이다. 뭐~ 아무튼 필자와 아내는 사진을 열심히 찍을 생각으로 둘다 별도 요금을 지불하고 스티커를 받았다. 그리고 필자는 광산내부가 매우 어둡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삼각대도 챙겨서 들고갔다.
소금광산에 입장하게 되면 내려가는 길은 대부분 계단으로 되어 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공개된 최고 깊은 지점까지 내려가는데 800여개의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그 중에서 가장 긴 계단은 처음에 입장하자마자 65m 지하까지 내려가는 54층의 계단인데, 위 사진을 보면 얼마나 많은 계단을 내려가는지 알 수 있다. 사실 이 계단을 내려가면서 '내가 왜 삼각대를 들고 왔을까?'하는 후회도 살짝 했었는데, 나중에 삼각대를 챙겨온 것은 정말 신의 한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채굴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곳곳에 소금이 많이 남아 있다. 곳곳에서 직접 맛을 봐도 되는데, 보기만 해도 소금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다지 맛보기를 추천하지는 않는다. 뭐~ 짠맛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면 낼름낼름 맛을 보면된다.
소금광산 내부에 있는 모든 조각품들은 소금으로 되어 있으며, 이름 있는 조각가의 작품이 아니라 이곳에서 일을 하던 광산노들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 있는 수많은 작품들이 더 의미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위 사진을 보면 말 모형을 확인할 수 있는데, 과거 소금광산이 전성기를 이루던 시절 사람의 힘 많으로는 엄청난 양의 소금을 운반할 수 없었기에, 지하 깊숙한 곳에서 말의 노동력을 이용했다. 지하 깊숙한 곳에서 일하는 광산노동자들의 삶도 쉽지 않았겠지만, 지하 마구간에서 지내야 했던 말들의 운명도 참 기구했다.
계단을 내려가고 또 내려가다보면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던 광산속 예배당이 눈앞에 나타난다. 소금광산에는 총 3개의 예배당이 있고, 첫 번째 만난 예배당이 아래 사진속에 있다. 아래 사진속 예배당은 성 십자가 교회이다.
성 십자가 교회를 지나서 조금더 들어가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킹카예배당이 눈앞에 나타난다. 광산내부에 생각보다 훨씬 큰 규모의 예배당이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곳에 잇는 조각작품들은 물론 샹들리에까지 소금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뭐~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순수소금으로 만들어졌다기 보다는 소금이 포함된 암염으로 만들어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아무튼 광산노동자들의 실력에 감탄을 금할길이 없다.
킹카예배당의 모습을 제대로 담아보고 싶어서 삼각대를 가져갔던 것인데, 그 모습을 얼마나 잘 담았는지는 모르겠다. 눈에 보이는 모습은 정말 환상적인데, 사진으로보니 2%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삼각대 덕분에 봐줄만한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혹시나 폴란드 여행중에 비엘리치카 소금광산을 갈 계획이 있다면, 꼭 삼각대를 들고 들어가기를 권한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이 곳 킹카예배당은 지금도 매주 일요일 오전 8시에 미사가 열리고 있다. 이곳의 이름이 킹카예배당인 이유는 헝가리 킹카공주가 폴란드로 시집오는 시점에 암염광산이 발견되어서, 킹카공주를 비엘리치카 마을의 수호신처럼 숭배했기 때문이다.
비엘리치카 소금광산 안에 있는 모든 작품이 광산노동자들의 작품이라고 했는데, 딱 하나 전문 조각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조각상이 하나 있다. 그것은 근래 만들어진 것으로 위 사진속에 있는 폴란드 출신 교황 요한 바오르2세상이다.
킹카예배당에는 유명 그림들을 입체감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만든 섬세한 조각작품들이 있는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불과 20cm 두께에 위ㆍ아래 사진과 같은 원근감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소금광산에는 지하수가 흐르고 있어서 한 쪽에는 물이 계속 차오르고 있다. 위 사진속에 있는 물의 수심이 5m정도 된다. 광산측에서는 물이 더이상 차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펌프를 이용해서 물을 외부로 계속 뽑아내고 있다.
소금광산 내부에는 킹카예배당을 비롯해서 상당히 넓은 공간이 많이 있다. 위 사진은 기념품 가게와 전망대가 있는 장소인데, 상당히 높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넓은 공간에 별도의 기둥이나 받침대가 없다는 사실에서 암염이 생각보다 굉장히 단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담으로 이곳에서 파는 기념품중에 소금 조각품들은 구매하면 안된다. 이곳의 기후는 소금으로 만든 조각품을 집에 뒀을 때 그 형태가 잘 유지되는데, 습도가 높은 시기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6개월을 버티기 힘들다고 한다.
글 서두에 비엘리치카 소금광산이 1978년에 최초로 지정된 세계문화유산이라고 언급했는데, 1978년에 총 12곳의 세계문화유산이 지정되었었다. 그 중 폴란드는 2곳이 지정되었는데 하나는 바로 이 글에서 소개한 비엘리치카 소금광산이고 다른 하나는 크라쿠프 역사지구인데, 크라쿠프는 다음에 따로 소개 할 예정이다. 이쯤 되면 처음에 소금광산에 총 3개의 오래된 예배당이 있는데, 하나는 어디 갔냐고 이야기를 할 것이다. 하나를 소개하지 못한 이유는 보존을 위해서 더 이상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인데, 가장 오래된 성안토니우스 예배당이 그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