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하면 누구나 프라하를 떠올리기 마련인다. 그래서 체코 여행을 이야기하면 프라하에서 무엇을 보고 프라하에서 무엇을 먹을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그런데 체코에 대하 조금만 더 알아보면 프라하는 체코여행의 일부분이고 더 아름답고 좋은 장소가 많다는 것을 금방알 수 있다. 특히 체코 남부의 모라비아주에는 체코의 다양한 문화유산이 많아 남아 있어서 볼거리가 참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도시라기보다는 마을에 가까운 레드니체는 199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레드니체 궁전, 발티체 궁전과 정원이 있다. 레드니체궁전은 유럽의 여름별장으로 굉장히 유명한 곳으로, 사실 궁전보다 엄청난 규모의 영국식 정원이 더 알려져있다.
영국식 정원은 인공적으로 정원을 만들지만 마치 자연속에 그대로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 것으로 유명한데, 레드니체 궁전의 정원을 구경하다보면 정말 자연속에 궁전을 달랑 지어놓은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심지어 정원에 있는 호수와 수로 모두 인공적으로 만든 것인데, 그냥 보고 있으면 원래 있었던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이름은 레드니체-발티체 문화경관(Lednice-Valtice Culture Landscape)으로 체코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12곳 중 하나이다. 레드니체에 도착해서 처음 레드니체 궁전을 봤을 때 궁전자체의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아서, 조금은 뭔가 2%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크지 않은 궁전이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상당히 삼세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궁전 내부에 들어가보면 레드니체궁전의 진정한 매력은 내부의 섬세함에 있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레드니체 궁전 내부관람은 별도요금을 내야하며, 궁전내부 보호를 위해 가이드를 동반한 가운데 관람이 이루어진다.
사실 레드니체 궁전은 정원이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내부관림을 하는 사람은 많이 없고,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정원만 구경한다. 정원이 워낙 넓어서 정원을 모두 구경하기만 해도 반나절은 다 가기 때문인데, 궁전내부도 충분한 매력이 있기 때문에 레드니체 궁전까지 갔다면 내부관람을 꼭 해보기를 권한다. 레드니체 궁전 내부관람은 넉넉하게 1시간정도면 충분하다.
레드니체 궁전의 섬세한 매력은 내부관람에서 제대로 알 수 있는데, 눈이 보이는 대부분의 것들이 수작업으로 섬세하게 작업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유럽의 귀족들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사냥을 통해 잡아들인 동물을 박제해서 전시했는데, 레드니체 궁전에도 다양한 박제동물이 전시되어 있다.
레드니체 궁전은 지금은 유럽의 작은 국가인 리히텐슈타인의 기반이 되는 리히텐슈타인가의 여름별장이었다. 참고로 이 곳에 있는 가구들이나 장식품들은 대부분이 과거의 것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그래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중세유럽의 고풍스러움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위ㆍ아래 사진은 레드니체 궁전의 서재인데, 여기에 레드니체 궁전 최괴의 명물이 존재한다. 위 사진을 자세히보면 2층으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이 보일것이다. 이 계단은 1851년에 제작되었는데, 조각가들이 나무 하나를 통째로 7년간 조각한 것으로 다세히 보면 정교함에 눈을 떼지 못한다.
레드니체 궁전 내부를 보다 보면 크게 푸른색상과 붉은색상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푸른방 붉은방으로 부르는 곳도 있다. 아래 사진속에 있는 방은 왕과 왕비가 주로 머물던 장소인데, 다소 재미있는 곳이다. 사진의 우측을 보면 여인의 누드화를 발견할 수 있는데, 왕이 이 그림속 여인을 계속 바라보니까 왕비가 의자의 위치를 그림을 볼 수 없는 곳으로 옮겼다. 그러자 왕은 반대편 벽에 거울을 설치해서 그림을 계속 볼 수 있게 했다.
레드니체 궁전 내부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맞는 레드니체 궁전의 외관은 위 사진과 같다. 입장할때 봤던 궁전의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슬슬 내부관람을 마치고 정원을 걷다보면 저멀리 신기한 건축물이 하나 보인다. 아래 사진속에 있는 녀석이 그 주인공인인데 이슬람 모스크의 첨탑인 미나렛이다. 사실 체코는 이슬람교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왕이 레드니체 궁전을 건축할 당시 종교시설에 대한 제약이 많아서 이것도 안된다 저것도 안된다고 이야기하자, 전혀 상관없는 이슬람의 미나렛을 정원 한가운데 세운것이다. 뭐~ 왕이 심술을 부린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역시나 영국식 정원은 전혀 인공적인 느낌이 없다. 이런 정원이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유네스코도 이런 매력에 빠져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을 것이다.
레드니체 궁전의 정원은 기본적으로 영국식인데, 반대편에는 작은 규모의 바로크양식 정원도 조성되어 있다. 바로크 양식은 대칭을 무척이나 강조하는데, 위ㆍ아래 사진을 보면 대칭적으로 만들어진 정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유럽여행을 가면 어디를 가던지 그 곳에 있는 성은 한번쯤 가봐야 할 것 같다. 그래서 프랑스에 가면 베르사유 궁전을 보고 터키에 가면 토카프 궁전이나 돌마바치 궁전을 본다. 보통 체코여행을 하면 프라하에서 프라하성을 구경하곤 하는데, 시간이 허락한다면 모라비아중에 와서 레드니체 궁전을 꼭 보기를 권한다. 궁전 자체의 규모가 다른 유럽의 궁전처럼 거대하지는 않지만, 그 속에 섬세한 매력이 있고 유네스코가 선택한 정원을 걷고있으면 이것이 바로 힐링이구나 하는 생각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