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2박 4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실질적으로 쿠알라룸푸르에 머무는 3일 중에 2일은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쿠알라룸푸르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시간은 하루였다. 처음에는 1박 3일로 일만 하고 돌아올까 하다가 뭔가 아쉬워서 쿠알라룸푸르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하루라는 시간이 생기기보니 짧은 시간동안 어디를 다녀올까 많은 고민을 했었다. 처음에는 도시 투어를 할까도 생각했었지만, 싱가포르와 분위기가 비슷하다고해서 다른 곳을 찾았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행선지로 정한 장소는 쿠알라룸푸르 북쪽에 위치한 바투동굴이다. 참고로 바투동굴은 전철을 타고가면 되는데, 센트럴역에서 탑승하면 한번에 간다.
바투동굴은 이슬람교가 국교인 말레이시아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힌두사원이 있는 곳이다. 바투동굴은 인도를 제외히고 동굴형태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힌두교의 성지다. 그래서 말레이시아에 살고 있는 힌두교도인 외에 다른국가에서 성지순례를 위해 많이 찾는 곳이다. 뭐~ 그렇다고해서 종교적인 의미로만 볼 필요는 없는 곳이 바투동굴인데, 어마어마한 규모의 동굴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방문할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바투동굴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되어 있는 가장 큰 동굴도 있지만, 여기저기 유료입장을 해야하는 작은 동굴들도 있다. 필자는 유료입장을 하지 않아서 작은 동굴들이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시간과 돈의 여유가 충분하다면 들어가 보는것도 괜찮을 것 같긴하다.
바투동굴에는 원숭이들이 굉장히 많이 살고 있는데, 그냥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표현이 맞을것 같다. 여행자들이 바투동굴에서 한가지 조심해야할 점은 이곳의 원숭이들이 굉장히 영악하다는 것이다. 일단 먹을거를 손에 들고 잠깐 한눈을 팔면 어느 순간 먹을거는 원숭이에게 빼앗기고 만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모자를 가지고 가는 경우도 있는데, 원숭이 들고간 물건이나 음식은 찾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뭐~ 다르게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원숭이의 모습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아마 위 사진을 보면 바투동굴의 힌두사원이 가지고 있는 규모를 충분히 알 수 있다. 동굴에 진입하기 위해 걸어야 하는 계단이 300개에 가깝다는 점과, 그 앞에 서 있는 엄청난 크기의 무르간신 동상이 인상적이다. 처음에 바투동굴이 있는 바투동굴역에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면 아래사진과 같은 모습이 도처에 있어서 조금 어수선한 느낌도 강하다.
힌두교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아직도 여전하다. 바투동굴로 올라가는 계단입구에서는 여성의 복장에 따라서 입장을 제한하고 있다. 그렇다고 복장을 다 갖추고 이곳을 갈 필요는 없다. 핫팬츠나 미니스커트, 민소매티 등의 여성에게는 가릴 수 있는 옷가지를 입구에서 제공해준다.
아마 위ㆍ아래 사진을 보면 계단숫자도 엄청나지만 경사도 상당히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말레이시아가 항상 더운 날씨이다 보니까 땀이 제법 흐를것이다.
계단을 올라가면 위 사진과 같은 모습이 눈앞에 나타난다. 그 규모도 놀랐지만 쉽게 볼 수 있는 동굴의 모습이 아니었기에 동굴로 진입하기도 전에 가슴이 콩닥콩닥 거렸다.
바투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저 멀리 구멍이 뚫려서 빛이 들어오는 공간이 보인다. 동굴안이 조명이 워낙 부족해서 제대로된 사진은 촬영하지 못했는데, 동굴의 분위기는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혹시 여행용 삼각대를 보유하고 있다면 바투동굴을 갈 때 꼭 들고가기를 권한다.
바투동굴 안에도 힌두사원이 있는데, 뭔가 계속 공사중이다.
동굴안에 들어가서 안으로 쭉~ 들어가면 또 한번 올라가는 계단이 나오고, 그곳으로 올라가면 동굴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여행을 하면서 동굴안으로 들어가서 구멍뚫린 모습은 종종 봤었는데, 바투 동굴은 그 깊이가 남달라서 가슴 벅찬 느낌마저 느낄 수 있었다.
동굴 가장 안쪽에 위ㆍ아래 사진과 같이 힌두교의 사원같은 곳이 또 등장하는데,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고 그냥 그 모습을 사진속에 담아봤다.
아마도 위 사진속에 무척 작게 나온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동굴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의 동굴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사진을 그냥 막 찍어서 그리 멋지지는 않은데, 실제로 보면 그 모습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바투동굴을 구경하고 내려가다보니 새끼를 사랑스럽게 안고 있는 원숭이를 발견했다. 사람들이 오고가는 길에 새끼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이곳은 원숭이들의 천국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여행을 가서 보고싶은 것이 다르긴 하겠지만, 쿠알라룸푸르에서의 시간이 딱 하루밖에 없다면, 망설이지 말고 바투동굴로 가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