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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 배터리 게이트, 쟁점은 돈이 아니라 태도

Review./Mobile Issue

by 멀티라이프 2017. 12.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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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스마트폰 시장은 아이폰 배터리 게이트로 굉장히 뜨겁다. 특정 IOS 업데이트 이후 아이폰에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하고 눈에 띄게 느려지는 현상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고, 결국에는 애플에서 공식 사과문(?)을 올리면서 소비자들에게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를 밝혔다. 그런데 애플의 조치가 오히려 소비자들을 더욱 화나게 만들었는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애플코리아의 공식 메시지를 보면 일단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소비자들에게 워낙 고압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욕나오게 하는 A/S정책을 가진 애플이기에 사과라는 단어를 적은것만으로도 신선하다는 평가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뒤에 나오는 내용을 읽다보면 이게 사과문인지 일반 공지사항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먼저 사과를 한다고 적자마자 바로 뒤에 문제와 관련해 오해가 있었다며 애플 제품의 수명을 의도적으로 단축시키거나 사용자 경험의 질을 떨어뜨린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적었다. 즉, 사과는 하지만 우리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참 아이러니한 사과문의 시작이 아닐 수 없다.



 재미있는 것은 전혀 그런 적이 없다면서도 사용자가 체감하지 못할 수 있으나, 간혹 앱 실행 지연 및 기타 성능 저하를 경험할 수 있다고도 명시하고 있다. 분명히 의도적으로 사용자 경험의 질을 떨어뜨린적이 없다고 앞에 말하고선 뒤에서는 문제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적었다. 여기서 애플은 예기치 않은 전원 꺼짐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 이 부분 역시 참 아이러니하다. 이유인즉슨 배터리 문제가 사용자에게 드러나면 배터리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되는데, 전체적인 성능이 저하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운 단말기를 찾거나 배터리 교체보다 더 비싼 대가를 치루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애플은 사용자들이 배터리 노후화로 인한 문제를 모르게 하고 성능저하라는 더 큰 문제를 고의적으로 발생시킨 것이다. 이에 대해 애플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사과문 중간에 이런 업데이트에 대해 고객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었다고 했는데, 어떤 고객이 보인 반응인지 궁금하다.



 앞뒤가 맞지 않은 사과문을 적어나가다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치사항을 적어뒀는데, 요약하면 배터리 교체비용을 할인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2018년 초에 배터리 상태를 가시적으로 볼 수 있는 IOS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발표하면서, 배터리 노화로 인한 예기치 않은 꺼짐 방지 등 사용자 경험을 더욱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내용을 풀어서 보면 소비자들이 배터리 상태의 변화를 볼 수 있게 해주겠지만, 우리가 하고 있는 배터리 꺼짐 방지에 대한 조치는 계속 할 것이라는 점이다. 즉, 배터리 노후화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생하는 성능저하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내용이 하나도 적혀있지 않다. 그냥 아이폰 가진 사용자가 배터리를 교체하든지 말든지 알아서해라는 식이다.


▲ 애플이 말하는 배터리 관리를 위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





 애플은 배터리 문제가 발생하는 단말기를 대상으로 배터리 교체 비용을 2018년 1년동안 29달러(약 34,000원)로 할인해주겠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점이 있다. 애플은 그동안 사용자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배터리를 유상교체해준 것이 아니라 자기들이 사용하는 측정프로그램으로 성능이 80% 이하로 떨어진 경우에만 교체를 허용했다. 그리고 이번 사과문에도 이전 정책을 참고하라고 해뒀기 때문에, 배터리를 34,000원을내고 교체하고 싶어도 측정프로그램이 80% 이상을 기록하면 교체가 불가능하다.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배터리 교체비용을 할인해주겠다고는 했는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때의 배터리 교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애플이 어떤 변화를 줄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써는 참 어처구니가 없는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이들은 이번 애플 배터리 게이트가 터지고 나서 삼성의 갤럭시노트7 리콜이나 다른 제품군의 대응과 비교하는데, 개인적으로 다른 기업의 대응과 굳이 비교하지 않고 절대적으로 바라봐도 핵심문제에 대한 대책이 하나도 없는 대응이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뭐~ 이번 사태에 대한 애플의 태도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고 오래전부터 유지해온 A/S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납득할만한 변화를 보여줄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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