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수많은 문화재를 보유ㆍ전시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수장고는 유물ㆍ유적을 좋아하고 문화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방문해보는 것을 꿈꾸는 장소일 것이다. 중앙박물관의 직원들 중에도 허가받은 극히 일부의 인원만 출입이 가능한 수장고에 국립중앙박물관의 명예기자 신분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 수장고를 방문하는 일정이 잡힌날부터 하루하루가 기다려지면서 수장고속에는 어떤 방대한 유물들이 잠들어 있을까? 수장고는 어떤 모습일까? 수장고는 어느정도의 규모로 만들어져 있을까? 등 다양한 궁금증이 머리속에 자리잡았다. 그리고 방문한 수장고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숨이 멎을것만 같았다. 수장고의 모습이나 규모 때문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보급 문화재들이 가득한 그곳에 내가 서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무척이나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약속된 시간에 박물관으로 가서 관계자분들 따라갔고, 수장고로 가는 첫번째 문이 등장했다. 아직까지는 평범한 공간이었지만 이때부터 콩닥콩닥 가슴속이 마구 뛰고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수장고는 총 7중 보안체계로 되어있다. 열쇠와 카드키, 지문의식 등의 방법이 복합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안쪽으로 들어가보면 은행금고를 생각나게 하는 두꺼운 철문 등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또한 물리적인 보안체계와 함께 수장고에서의 모든 작업은 2인1조로 활동하게 되어 있어서 단독 활동은 불가능한 체계가 갖추어져 있었다. 이런 보안체계와 함께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는 강도 7이상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수장고 내부에서도 무선인터넷을 이용한 유물관리가 가능하도록 되어있으니 이보다 더 완벽한 공간을 없을것 같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유물의 종류별로 각기 다른 조건의 가지고 있는 수장고들이 있는데 이날 방문했던 수장고는 주변환경에 가장 둔감한 도자기 수장고와 가장 민감한 회화 수장고였다.
수장고로 가는 길은 마치 영화의 주인공이 된듯한 착각에 들게했다. 두꺼운 문을 여러번 지나서 넓고 깊은 복도를 지나서 또 문을 열고 들어가서 마주하게 된것이 수장고의 마지막 문이였다. 철저한 보안체계를 갖추고 있는만큼 나쁜마음을 먹은 사람들의 접근은 어렵지 않게 막아낼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장고 안에는 가방이나 불필요한 어떤 물건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었기에 간단한 필기구 만을 챙겨서 박물관의 500여명 직원들 중에서도 16명만이 허가 되어 있다는 도자기 수장고로 발을 옮겼다. 수장고의 내부를 보는 순간 정말 완벽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곳곳에 이동물체를 감시하는 센서와 CCTV, 연기와 화재경보장치 등 다양한 장치들이 있었으며, 유물 보존에 제일 중요한 항온항습장치가 중앙감시실에 의해서 실시간으로 점검되고 있었다. 수장고내의 수많은 유물들에는 우리에게 주민등록번호가 붙여지듯이 유물의 모든 이력이 저장되어 있는 고유번호가 부여되어서 표준유물관리프로그램에서 의해서 관리되고 있었는데, 역시 방대한 양의 무엇인가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체계화된 관리시스템이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도자기 수장고를 천천히 둘러본후 간곳은 회화 수장고 였다. 회화수장고는 들어서는 순간부터 공기가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온도는 20도를 조금넘게 유지되고 있고, 습도는 55~60%사이를 유지하고 있다는 회화 수장고는 도자기 수장고와 달리 벽면과 천정은 물론 기둥까지 모두 나무로 되어 있었다.
※ 위 왼쪽 사진은 운도와 습도에 덜 민감한 유물들의 수장고, 오른쪽 사진은 회화는, 옷, 나무종류와 같이 온도와 습도에 굉장히 민감한 유물들의 수장고
수장고안의 나무장은 직결로된(갈라짐을 막기 위해서) 나무와 관을 짤때 쓰는 오동나무를 사용한 것으로 특별히 주문제작되어져 납품되어진 것이다. 수장고내부가 정전시에도 한달정도는 항온항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이것마저도 원활하지 않을때 나무장이 적당히 습도를 빨아들이고 내뱉으면서 습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그래서 습도에 민감한 유물들이 있는 수장고에는 기둥과 벽면 천정까지 모두 나무를 붙여두었다. 수장고안의 나무장은 몇백만원에서 몇천만원이 한다고 하니 굉장히 고가이지만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가 잘 보존될 수 있도록 해주는것을 생각하면 그 돈이 전혀 아깝게 느껴지지 않았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너무 전시공간만을 강조하고 수장고를 크게 생각하지 않다보니 금방 박물관이 포화되고 그렇다보니 박물관이 발전하지 못하는 그런 경우가 많이 생겼다고 한다. 그런면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완벽한 수장체계를 갖추고 투자를 함으로써 전시공간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해둔것 같다.
이날 수장고를 방문하면서 들어보니 수장고에 있는 유물들은 생각보다 많은 외출을 하고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되는 것은 기본이고, 국내 다른 박물관이나 기관에서 전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외국에 나들이를 가기도 하는데 유물을 대여해주는것이 여간 힘든일이 아닐 수 없었다. 대여를 신청한 유물에 대한 보험평가위원회가 열리는 것을 시작으로 유물의 이상유무를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두는 등 복잡하고 섬세한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로 나가야 하는일이 생긴다면 정말 스트레스가 팍팍 쌓인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유물부 직원은 "국외로 국보급 유물이 나가는 것은 국가 브랜드를 키워주는 것이다. 또한 한국 유물에 대한 관심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이야기 하면서 국외로 대여가 나가는일은 한편으로는 즐거운 일이라고 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수장고를 다녀온지 몇일이 지났지만 그 당시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설렌다. 대한민국의 1% 아니 0.1%도 방문해보지 못했고, 특별한 임무가 있지 않는 이상 방문할 수도 없는 장소를 다뎌왔다는 점과 함께 책에서만 보왔던 진기한 유물들과 전시를 하지 않고 보관만 하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기에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살아가면서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퍙생의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을것 같다.
※ 수장고 내부 사진과 최종 입구사진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제공하였습니다. 3번째 문을 지나서 나온 복도를 지나서 네번째 문으로 들어간 이후에는 사진촬영을 할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