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이나 오랜만에 극장을 찾아서 본 영화 하녀는 한마디로 재미가 없었다. 배우들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을까, 칸 영화제 출품작이라는 것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컷던 탓일까 영화는 시종일관 지루함을 벗어나지 못했고, 강렬한 무엇인가는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극장에 간 것이었는데, 영화선택의 실패에 대한 아쉬움이 진하게 밀려왔다. (영화사나 포탈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줄거리 이외의 스포일링은 없습니다.)
영화 하녀의 줄거리는.. (Daum 영화 참조)
백지처럼 순수한 그녀, 대저택의 하녀로 들어가다. 이혼 후 식당 일을 하면서도 해맑게 살아가던 ‘은이(전도연)’, 유아교육과를 다닌 이력으로 자신에게는 까마득하게 높은 상류층 대저택의 하녀로 들어간다. 완벽해 보이는 주인집 남자 ‘훈(이정재)’, 쌍둥이를 임신 중인 세련된 안주인 ‘해라(서우)’, 자신을 엄마처럼 따르는 여섯 살 난 ‘나미’, 그리고 집안 일을 총괄하는 나이든 하녀 ‘병식(윤여정)’과의 생활은 낯설지만 즐겁다.
지나치게 친절한 주인을 만났다.
어느 날, 주인 집 가족의 별장 여행에 동행하게 된 ‘은이’는 자신의 방에 찾아온 ‘훈’의 은밀한 유혹에 이끌려 육체적인 관계를 맺게 되고 본능적인 행복을 느낀다. 이후에도 ‘은이’와 ‘훈’은 ‘해라’의 눈을 피해 격렬한 관계를 이어간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병식’이 그들의 비밀스런 사이를 눈치채면서 평온하던 대저택에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하는데….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밋밋한 내용전개
영화 하녀는 입체적인 캐릭터와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이 파국으로 치닫는 스토리는 서스펜스 영화가 줄 수 있는 긴장감의 정점을 확인시키며 임상수 감독의 진면목을 보게 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하지만 영화속에 들어난 내용전개는 정말 밋밋하게 그지없다. 최근 드라마에 등장했던 막장스토리에 비하면 번데기앞에 주름잡는 정도라고 해야할까? 물론 드라마와 영화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은 발상일수도 있지만, 막장 드라마에 적응되어있는 관객들을 상대로 이도저도 아닌 밋밋한 전개는 지루함만을 줄 뿐이다. 원작 영화가 있어서 줄거리를 어느정도 알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어질 내용이 너무 쉽게 예상되어버리는 단순한 에피소드가 계속되다보니 지루함이 더욱 커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배우들의 연기는 분명 훌륭했다. 하녀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분명 훌륭했다고 할수있다. 전도연은 백치스러우면서도 본능에 충실한 하녀의 역할을 무난하게 소화해냈고, 서우는 숨겨진 악의본능을 감추고 친절하면서도 도도한 역할을 잘 해냈다. 또한 이정재는 모든일을 돈으로 해결하는 완벽한(?)모습을 잘 보여준다. 특히 집안의 모든일을 책임지고 있는 늙은 하녀역의 운여정은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키를 가진 역할을 너무나도 잘 소화해 냈다. 이렇게 배우 한명한명의 역할을 따로 생각해보면 그들의 연기를 분명 훌륭했는데, 영화가 재미가 없다고 생각되는것은 강렬한 임팩트를 주는 캐릭터가 없다는 것이다. 관객을 압도한다거나, 영화의 긴장감을 높혀주는 그런 인물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영화를 보다보면 영화의 내용을 전개시켜나가는 열쇠를 윤여정이 쥐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하녀 라는 영화의 초점이 전도연에게 맞춰진 영화가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각각의 배우들은 주어진 역할을 잘 소화해 냈지만, 그들의 역할이 합쳐졌을때 입체감있는 캐릭터는 존재하지 않고 관객을 압도하는 강렬함이 없는 것이다.
영화 하녀가 전달할려는 메세지는? 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밋밋하고 지루하긴 하지만 분명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존재한다. 평범한 삶을 살다가 유아교육과를 다녔던 이력이 있어서 하녀가 될 수 있었던 전도연은 자신의 삶이 아닌 서우의 삶을 바라보면서 대리만족속에 살아간다. 그러다 이정재와 비밀스런 관계까지 가지게 된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스포일링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생략하고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돈으로 모든것을 해결하는 부자들에게는 한 하녀의 말과 행동은 그들의 인생에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하녀에게 무슨일이 있었고,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그런것은 그들에게 전혀 중요하지가 않다. 돈으로 모든것을 해결하는 그들이기에 시간이 흘러가면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그들만의 평범한 삶을 계속해서 살아가는 것이다. 아마도 영화 하녀를 보고난 후라면 마지막 장면을 생각해보면 이말이 무슨 의미인지 쉽게 알 수 있을것이다.
어린아이의 눈은 솔직하다. 영화 하녀가 다소 재미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는 재미를 찾아보라고 한다면 서우의 딸로 등장하는 나미(안서현)를 보는 것이다. 나미는 부잣집에서 태어나고 자라왔지만,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굉장히 예의가 바르고 착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집안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어른들이 쉬~쉬~ 하면서 숨길려고 하는 일 조차도 나미는 다 알고 있다. 어린아이의 눈이 무엇보다도 있는그대로를 바라보고 솔직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일까? 그리고 그런 와중에 나미가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는 그나마 밋밋함 속에 약간의 긴장감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이런 아이도 마지막 장면에서 결국은 상류층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전달하고자 했던 메세지를 강렬하게 표현할려고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